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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와 '아구'
'미기'와 '아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3.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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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이야기

거제도는 지리적으로 남해의 동편에 자리하여 다양한 어종과 해산물을 자랑한다. 특히 섬의 북쪽은 내해(內海)로서 진해만이라 칭하고, 섬의 서쪽은 한산만, 동과 남은 외해(外海)로서 태평양의 시작이며, 대한해협을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해안선이 무척 오밀조밀 꼬불꼬불하여, 수많은 포구와 어촌이 산재하고 있다.

내해에 접하여 살고 있는 주민들은 그리 많이 따지지 않지만, 남쪽의 외해에 접하여 사는 주민들은 외해를 ‘밖도(섬의 바깥)’, 내해(육지에 면한 바다)를 ‘안도(섬의 안쪽)’라 칭하고, 안도 고기(생선)는 맛이 덜하다며 요즘도 따진다.

거제에서 나는 생선이 인근 바다에서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유명한 것이 있다.

대구 이야기

대구는 거제시의 시어(市魚)로 입이 크다는 뜻의 한자인 ‘大口’인데, 사실 대구보다 입이 큰 생선은 더 있다. 대구는 덩치가 큰 만큼 값은 당연히 비싸지만, 거제에서 대구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며, 귀한 손님으로 대접을 받았다. ‘손님’이라 표기를 한 것은 산란기인 겨울철에만 고향인 거제 바다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진객(珍客)’이라 덧붙여 주기도 한다. 거제에서 ‘고기’라 칭하는 것은 주로 생선을 뜻하며, 육지에서 말하는 고기는 보통 ‘육(肉)고기’로 구분하여 부른다.

겨울에 대구 맛 정도는 보아야 제대로 세상을 사는 것이며, 대구 선물은 최고로 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치어 및 수정란 방류사업으로 대구의 어획량이 많이 늘고 그 외에도 좋은 식품과 선물이 많아서, 그 귀함은 예전과 같지 못하다.

대구탕은 주로 수컷으로 끊이는데, ‘고니’가 들어가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물고기 수컷의 뱃속 정액덩어리는 ‘이리’라 부르는데, 명태의 이리는 ‘고지’, 대구의 이리는 ‘고니’라 부른다고 한다.

대구탕으로 먹는 외에는 주로 말려서 먹는다. 그 외 부산물은 젓갈을 담는다. 암컷의 알은 당연히 대구알젓으로 귀한 대접을 받으며, ‘고니’도 무와 섞어 젓갈을 담고, 아가미와 내장(창자)도 ‘장지젓’이라 하여 젓갈을 담는데, ‘장지’의 의미는 모르겠다. ‘창시’(창자)를 ‘장지’라 할 리도 없어 보인다. ‘아가미젓’은 육지에서 ‘아감젓’으로 부른다.

‘미기’와 ‘아구’

‘아구’(아귀)는 일 년 내내 먹지만 그래도 겨울철이 제맛이며, ‘미기’(물메기,꼼치)는 겨울철이 아니면 잘 잡히지도 않거니와 맛도 형편이 없다. 이들의 입도 대구에 뒤지지 않는다. 아마도 ‘아구’(아귀)가 가장 크겠지만. 그리하여 재밌는 속담이 있으니, <거경문학 20호>의 ‘미이기가 아구 보고 입 크다고 숭본다.’란 속담이다. 풀이하면, ‘꼼치가 아귀에게 입 크다고 흉을 본다.’이다. ‘아구’의 입이 크므로 흉을 볼 수는 있다. ‘그런데 미기(꼼치) 입도 만만찮은데, 흉을 볼 수 있느냐?’ 그런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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