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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씸벙게’와 ‘딱새’
‘씸벙게’와 ‘딱새’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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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집, 모래주머니

포장마차에서 소주꾼들의 애용 안주 중에서 ‘닭똥집’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 말을 육지의 생활 중에 들었는데, 그 어감이 그리 유쾌하지 않아서 나는 일부러 쓰지 않는다.

거제도에서는 예전부터 ‘닭밤’이라 불렀다. 표준말은 ‘닭의 모래주머니’ 또는 ‘닭의 모래집’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이 부분은 밤톨과 흡사하게 생겼다. ‘닭똥집’에 비하여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닭밤’은.

‘밤’에는 ‘닭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숭어밤’도 있고 ‘전어밤’도 있다. 크기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밤톨의 모양이고, 기능과 생김새는 거의 같다. 이 밤은 맛이 좋아서 ‘숭어밤을 먹으면 숭어 한 마리 다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전어밤’은 내장에서 분리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젓갈을 담그는데, 거제에서는 ‘전어 밤젓’이라 칭하는데, 호남지방에서는 ‘돔배젓’이라 부르며 아주 귀한 음식으로 자리매김 해준다. 따라서 아주 좋은 말인 ‘밤’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닭똥집구이 주세요.’ 보다 ‘닭밤구이 주세요.’가 얼마나 다정하고 맛있어 보이는가.

5. 재미있는 해산물 이름들

해산물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표준말의 이름이 어려운 한자에서 왔거나 또 해산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거제의 토속적인 이름들은 그 특징을 잘 잡아낸 순우리말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재미있는 거제방언의 해산물 이름들을 살펴본다.

‘씸벙게’와 ‘딱새’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도다리에 맛이 올라 ‘쑥국’과 ‘회’를 맛보느라 식도락가들이 한참 요란을 떨고, 봄이 막 무르익어가는 청명과 곡우를 지나면 맛있는 별미가 등장하는데, ‘씸벙게’(털게)와 ‘딱새’(갯가재)가 그것이다.

‘딱새’(갯가재)는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하고 꼬리가 더욱 살벌한 창날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언뜻 보면 꼬리가 머리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구조다. 앞발은 당랑권의 사마귀 앞발과 극히 같은 구조로 펀치력이 대단하여, ‘딱’하고 소리를 내면서 상대를 쓰러뜨리므로 ‘딱새’라고 부른다.

그러나 ‘씸벙게’(털게)는 왜 ‘심벙’으로 부르는지 참으로 짐작이 만만찮은데, 수없이 불러보면 한자에서 온 것 같지 않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형상과 대비해보자. ‘씸’은 ‘씸지’(수염의 사투리) 즉, ‘수염’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벙’은 무었인가? 피어오른 형상을 그린다고 보아야 좋을 것이다. 표준말인 ‘벙글다’(맺힘을 풀고 툭 터지며 활짝 열리다)의 첫 글자인 셈이다.

풀이하면 ‘수염(털)이 꽃송이처럼 피어난 게’라는 설명이니 얼마나 오묘하고 아름다운 이름인가. 밋밋하고 추레한 ‘털게’에 비하여 몇 배 아름다운 말이다. ‘씸벙게’가 사투리라고 어디 가서 기죽을 일이 아니다. 누가 사투리라 비웃으면, ‘수염벙근게’가 어찌 사투리일까. 꽃게보다도 맛난 맛만큼이나 당당하게 불러주자.

참고로 ‘씸벙게’의 ‘벙’을 ‘둥글다’로 해석하여 ‘수염이 나고 몸체가 둥근 게’로 설명하시는 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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