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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장구'
'앙장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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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떡게’

최근에는 육지의 말에 밀려 거의 쓰고 있지 않지만, ‘돌게’(민꽃게)를 ‘뻘떡게’라고 부른다. 해물탕이나 게장에 많이 쓰이나, 꽃게에 비해서는 딱딱하고 먹을 게 빈약한 편이다. 주로 돌게라고 많이 부르나, 돌게도 표준어는 아니다. 표준어는 민꽃게이다. 꽃게와 비슷하나 꽃무늬가 없고, 맛과 품위가 꽃게에 따르지 못함을 말한다. 민꽃게, 적당하고도 좋은 이름이다.

그러나 거제도뿐만 아니라 남해안과 서해 남부 일대에서 많이 불리는 ‘뻘떡게’를 풀어보자. 왜 ‘뻘떡게’인지. 뻘(개흙) 속에 파 묻혀 눈만 내놓고 떡하니 버티고 있다고 ‘뻘떡게’ 일까? 아마 나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잡으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벌떡 일어나면서 여포의 창날보다도 빨리 쌍창을 뽑아드는 기세가 얼마나 당당한지 어지간한 장골(장정)들도 주춤하기 마련인데, 그 모습을 묘사한 이름으로 생각된다. 꽃게 보다 작아도 그 벌떡 일어나는 용감무쌍한 용사의 이름을 불러주자. ‘뻘떡게’.

‘앙장구’

요즈음에는 거의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예전에는 흔히 성게를 어른들이 ‘앙장구’라 불렀다. 필자는 ‘앙장구’가 사투리이며 표준말이 성게라는 것을 초등학교 무렵에서야 알았던 것 같다. 그러고는 필자 또한 ‘앙장구’란 말을 쓰지 않았는데, 어쩌다 가끔 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는 그 말은 정답기 그지없어서 오늘에야 한번 정리를 해보고자 마음을 먹어 본다. 참고로 아버지는 가끔 ‘왕장구’라고도 발음한다.

성게는 극피동물문 성게강의 동물로 대부분 둥근 몸에 석회질의 가시가 빽빽하게 박혀 있다. 따라서 밤송이 같은 형태를 가지며, 가시 사이에 실 같은 대롱 모양의 발(관족)이 나와 쉽게 움직인다. 성게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껍질 속의 노란 알은 그대로 식용이나, 비빔밥, 또 미역국으로 유명하다. 그 알젓은 ‘운단(雲丹)’이라 부르며 ‘고노아다’(해삼알젓)와 더불어 대단히 특별한 맛으로 세계3대 미각 식재료라 불리는 푸아그라, 송로버섯, 캐비어에 못지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참고로 숙종 45년(1719년)에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신유한의 <해유록-문견잡록(聞見雜錄)>에는 “운단은 대개 바다에서 나는 밤송이 같이 생긴 물건 속에 들어있는 붉은 진액으로 젓을 담근 것으로서 맛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였다.”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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