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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인 '구세'와 '통세'
자연친화적인 '구세'와 '통세'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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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냄새나던 화장실

화장실을 나타내는 말들은 대단히 많다. 구세, 구시, 통세, 통시, 측간, 칙간, 뒷간, 정방, 정낭, 정랑, 해우소, 변소 등이 그러하다. 어렸을 적의 기억으로 거제에서는 ‘구세’를 많이 썼고, 그 다음으로 ‘뒷간’과 ‘칙간’(측간)을 사용했으며,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변소’를 사용했다. 거제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필자는 어렸을 때 ‘통시, 통세’는 들어보지 못하였다.

자연친화적인 ‘구세’와 ‘통세’

‘구세’와 ‘통세’는 그 말에 자연친화적인 어원이 묻어있다. 구세의 ‘구’는 소나 말의 먹이통인 ‘구유’의 ‘구’와 같은 것으로, 나무를 판 길쭉한 통을 뜻한다. 통세의 ‘통’은 글자 그대로 통을 말한다. 따라서 구세와 통세는 ‘통에다 볼일을 보는 장소’를 뜻한다. 통에다 변을 보고, 그것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측간’과 ‘뒷간’이 되면 낱말에 ‘간(間)’이 붙어 칸막이가 있고, 지붕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뒷간은 냄새나는 화장실을 집 뒤에 두었다고 ‘뒷간’인 것이며, 측간은 ‘廁間’으로 표기되며 ‘廁’은 ‘뒷간 측, 곁 측’이다.

이 냄새나고 불편한 단어를 좋게 만들고자 노력해 왔으니, ‘변소(便所)’가 그것이다. ‘편안하게 하는 곳’이란 뜻으로 이해된다. 그 변소도 냄새가 많다고 여겨서 ‘화장을 하는 장소로 좋은 냄새만 가득하다’라는 뜻으로 ‘화장실(化粧室)’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정랑’과 ‘해우소’

한편으로 사찰 등에서 ‘정랑(淨廊)’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이를 사전에 찾아보면 ‘변소(便所), 뒷간의 경상도 방언’으로 명기하였는데, 약간은 서운하다. ‘청정한 공간(복도)’을 뜻하니 얼마나 그럴듯한가. 필자는 ‘정방(淨房)’ 또는 ‘정랑’이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푸는 장소) 보다도 훨씬 바람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산사에서 가끔 사용되다가 최근에는 제법 번져버린 이 ‘해우소’는 ‘해웃값’(解憂ㅅ값)이라는 좋지 못한 단어가 연상되므로 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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