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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와 '산대미'
'조리'와 '산대미'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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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화장실 가는 일

옛 시절의 겨울밤에 ‘뒷간’(화장실) 가는 일은 참으로 성가신 일이었다. 따라서 대청의 구석에 요강을 두어서 소변은 요강으로 해결을 하곤 했다. 그러나 대변만은 뒷간에 반드시 가야 했으니,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뒷간에 가려면 창호지 바른 방문을 열고, 대청(마루)을 지나 축담(지대)으로 내려서서 신발을 신고, 마당에 내려서서 정지(부엌) 앞을 지나 ‘뒷목케, 뒷모케’(집 뒤로 돌아가는 모서리)를 돌아 뒷간의 덜컹거리는 문을 열고 ‘이다’(いた,板,판자)가 흔들거리는 깔판에 자리하여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엉덩이를 까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찬바람이 불어대고 얼기설기한 벽은 덜컹대니, 얼마나 무서울 것인가. 그래서 어린애들은 어머니나 누나, 형을 깨워서 같이 가자고 졸랐다.

그래서 어른들은 어린애들이 과식하는 것을 경계하고, 또 놀리기 위하여 밤중에 설사가 나서 뒷간에 가면, 발판 아래에서 도깨비들이 “조리로 받쳐라. 산대미로 받쳐라.” 하면서 그 설사를 조리와 산대미로 거른다는 것이다. 참으로 오금이 저리고 머리가 곤두서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조리’와 ‘산대미’

여기서 ‘조리’에 갸웃 하실 독자분도 몇은 있을 것이다. 주방용품인데, 최근의 일반가정에는 거의 없다보니 그러할 수 있다. ‘복조리’하면 떠오를 것이다. 쌀이나 곡식에서 뉘(잡티)나 돌을 물속에서 고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 행위를 거제에서는 ‘쌀을 인다.’라 말한다. 명령형일 때는 ‘쌀을 일어라.’이다. 이때의 ‘인’은 낮고 길게 발음한다. 이 ‘인다’의 표준어 원형은 ‘일다’인데, 사전에는 ‘곡식이나 사금 따위를 그릇에 담아 물을 붓고 이리저리 흔들어서 쓸 것과 못 쓸 것을 가려내다.’로 나와 있다.

‘산대미’는 거제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인데, 주로 대나무(어쩌다 싸리나무도 있음)로 만들었다. 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으며, 인터넷 등에서는 삼태기의 방언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거제에서 삼태기(거름이나 흙, 재 등을 담아 옮기는 용구)는 주로 ‘소쿠리’라 부르고, 이 ‘산대미’는 표준어인 채반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선이나 음식물을 말리거나 보관 용도로 많이 쓴다. 특히 명절에 부침개나 전을 구워 내면, 이 ‘산대미’에 보기 좋게 진열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실겅’(시렁, 물건을 얹어놓으려고 방이나 마루 벽에 건너지른 2개의 나무) 위에 얹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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