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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사냥의 명견들…⑤회
곰사냥의 명견들…⑤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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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회에 이어>

곰사냥의 명견들
곰 사냥을 전문으로 했던 만주산 개들은 덩치가 송아지만 했지만 직접 곰을 죽이지는 못했다. 16관이 넘는 그 개, 한 마리가 몰이꾼 다섯 사람의 역할만 했었다. 더구나 이 개들은 노루를 끝까지 추적해 잡는 일이 드물었다. 그 개들은 본래 사냥개가 아니었고 집을 지키는 경비견이었기 때문이다.

만주에서는 예부터 작은 반란이 빈번했고 전란이 없더라도 마적, 비적들이 날뛰었다. 그래서 만주의 부호나 지주들은 집 주위에 높은 담을 쌓고 사병을 고용했으며 마당에는 개들을 풀어 놓았는데 그 개들이 만주개들이었다.

특히 이 개들은 침입자들은 덮어놓고 덮쳐들어 물어 죽이고 그 시체를 뜯어 먹었다. 그 시체는 만주개들의 전리품이었으며, 아무도 그걸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집 주인은 그런 전리품만이 아니고 병에 걸린다거나 노쇠해서 죽은 하인들의 시체도 개들에게 던져 주었고, 평상시의 먹이로는 살아있는 돼지나 노새들을 던져 주었다.

사람의 시체까지 뜯어 먹는 만주개의 잔인성에 비하면 거제개는 잔인하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어린 아이까지도 따를 줄 아는 온순한 성품이었고 특히 주인과 두 세 차례 만난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했다가 잘 짖지도 않을 만큼 영특했다.

<⑥회에 계속>
그러나 거제개가 호랑이나 표범, 또는 곰과 같은 맹수를 포획했다는 기록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없다. 이는 거제지역은 그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맹수들이 서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또한 육지로 팔려 나간 거제개들도 어려서부터 그 지역 특성에 적응하면서 자라지 못한 탓에 맹수사냥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주개는 종자를 개량해 체력과 용맹성을 키우면 맹수와 가혹한 싸움에서도 살아남는 사냥개가 되기도 했다.

1930년대 우리나라 유명 포수들이 개량한 만주개 3마리는 50여 마리의 멧돼지와 여덟 마리의 곰, 그리고 두 마리의 표범을 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대의 명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홍학봉, 윤원술 포수의 개들은 1935년 가을에 큰일을 해 냈다. 그 때 이들은 무령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추적을 잘하는 암컷 나비가 선두에서 코를 땅에 끌면서 달리고 있었고 그 뒤를 두목인 누렁이와 검둥이가 산이 떠나가도록 요란스럽게 짖으면서 따라 가고 있었다.

이 개들은 멧돼지 사냥을 정말 멋지게 하는 개들이었다. 세 마리는 멧돼지에게 금방 달려들 것 처럼 하면서도 쉽게 달려들지 않고 주위를 빙빙 돌면서 한동안 얼을 뺀 다음, 사방에서 한꺼번에 덮쳐드는 일종의 양동작전을 폈다. 그러나 정면과 옆에서 달려드는 개는 위협이고 진짜 공격은 뒤에서 덤빈 개가 맡았다.

멧돼지가 다른 개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틈을 타서 뒷발 무릎을 물어뜯어 돼지의 무기인 저돌과 송곳니 공격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때 개들이 추적했던 멧돼지는 세 마리였으나 모두 30관 미만의 젊은 돼지로 대수로운 적들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포수들은 무령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따라갔다.

그러나 그때 개들의 짖는 소리가 달라졌다. 윙윙하며 짧게 울리던 소리들의 음조가 갑자기 한층 높아지고 금속성을 띠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 짐승을 쫓고 있어” 포수들이 속삭였다. 그리고는 젊은 홍포수가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⑥회에 계속>

                                                                                         글 : 경남투데이 반용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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