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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자]“행복한 삶을 위한 방향제시가 참된교육 입니다”
[이런 교육자]“행복한 삶을 위한 방향제시가 참된교육 입니다”
  • 원용태 기자
  • 승인 2014.05.1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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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교육지원청 최철현 교육지원과장

지난 83년부터 거제에 30년간 교직에 봉직한 거제교육지원청 최철현(56) 교육지원과장. 33회 스승의 날을 맞이해 항상 제자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교육을 강조하는 최과장을 찾았다.

최과장은 산청읍에 태어나 산청 초·중·고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까지 글을 몰랐던 최과장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김봉묵 스승을 만나게 된다. 이후 김선생의 도움과 부모님의 교육열정의 결과로 5학년 때 성적우수상을 받았다.

최과장은 “제가 학생시절 때 많은 선생님들이 지금보다 넉넉지 않았던 봉급으로 가정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학생회비도 대신 내주고 책도 사주며 많이 도와줬지요”라며 옛 시절을 회상했다.

최과장은 산청고등학교 재학 중 가정이 어려워 대학을 포기하고 9급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당시 담임이던 이병모 은사가 ‘무조건 대학을 가거라’며 책도 사주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가난하고 어렵게 공부했던 최과장은 용기를 북돋아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은사들이 베풀었던 은혜를 항상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내리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경상대 사범대 영어영문학과로 입학, 교육자의 길을 밟기로 결심했다.

최과장은 지난 83년 23살의 나이로 합천 쌍백 중학교에 영어선생님으로 첫 교편을 잡았다. 공부에 열정이 남달랐던 최과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대학원공부도 병행해 85년 졸업 후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88년 경남산업고(당시 거제종합고등학교)로 발령받았다. 이후 통영욕지중학교(3년), 통영여고(2년), 거제여상(4년), 거제중앙고(5년), 거제공고 교감(4년), 거제중앙고 교감(4년), 통영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을 거쳐 2014년 3월 1일부로 거제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가슴시리고 눈물겨운 제자들과의 추억들

최과장은 기억에 남는 제자가 수없이 많았다.

1년에 5번 가출했던 제자, 통영해양경찰서에 부탁해 배타고 도망간 제자를 찾은 일, 정말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착한 제자였지만 후에 네덜란드 헴펠회사에 과장도 하고 사업도 하며 성공적인 인생을 이어가다 거제 외국인전용타운 만들다 부도가 나 현재 구속돼 있는 제자 등 다양했다.

최과장은 지난 89년 경남산업고 고3 담임시절, 여 제자가 공중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일이 있었다. 당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자를 졸업시켰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나고 고현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제자가 먼저 고개를 돌리자 순간 당황한 최과장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당시 등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립니다”라고 씁쓸히 말했다.

최과장은 같은 해 담임을 맡고 있던 반에 키가 160cm도 안된 심장판막증에 걸린 남 제자가 있었다. 마침 재단에서 무료 수술을 지원 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제자를 수술시킬 요량으로 학부모의 도장을 받기위해 유계마을로 찾아 갔다. 제자의 아버지는 “몸에 칼을 대면 아들이 위험하다, 죽일 일 있냐”며 완강히 수술을 반대하며 도장을 내어놓지 않았다. 제자는 7녀 1남중의 외동아들이었다.

그 소식을 안 큰누나가 아버지의 도장을 몰래 훔쳐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그 제자는 수술 후 키도 커지고 살도 찌며 건강하게 자랐고 현재 부산에서 개인 사업을 하며 잘 살고 있다. 최과장은 “이 놈이 43인데 빨리 장가가야 될텐데 걱정입니다”라며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 같은 마음을 보였다. 수 년전 최과장은 유계마을 못에 낚시하러 갔다가 제자 아버지를 만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마늘 한접을 받기도 했다.

97년 통영여고 고3 담임 재직시절, 3월 2일 개학첫날부터 한 여 제자의 어머니가 찾아와 딸이 등교 했냐고 물어온 일이 있었다. 학부모의 흔한 치맛바람인줄 알았으나 그 제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젊은 주인과 눈이 맞아 가게에서 동거생활 중이었다. 최과장은 당시 고현에서 통영까지 출퇴근 하던 터라 제자 집인 용남면을 매일 지나쳤다.

“성관계가 좋아요”라는 여 제자를 설득시켜 최과장은 1년 동안 출·퇴근 자가용을 이용해 용남면까지 등·하교를 도왔다. 하지만 그해 연합고사가 끝나자마자 증발해버린 제자는 졸업장은 나왔지만 졸업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후에 알았지만 그 제자의 어머니가 등·하교 도와준 최과장에게 감사의 표시로 구두티켓을 딸에게 쥐어줬지만 오히려 딸이 직접 구두를 사 신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거짓말은 하지 마라!”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은 최과장은 교육에 대한 소신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빛나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최과장은 교사시절 새학기 담임을 맡을 때 제자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의 이야기는 무조건 다 들어주겠다. 단, 거짓말은 하지 마라”

2001년 5월 거제여상 재직중, 남부면 외포에 사는 여 제자가 인천에 있는 펜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해 어린이날 포함 4일 황금연휴를 맞아 그 남자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는 것이었다. 현재 양지초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부인(권선희씨)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절대 보내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최과장은 자신에게 사실대로 인천에 간다고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라고 판단, 부모님께 4일 동안 해양청소년단 훈련을 가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최과장은 그 후 4일 동안 즐겁게 노는 제자랑 거꾸로 지냈다. 혹시 제자가 돌아오지 않을까, 먼 곳 에서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며 걱정으로 밤을 지샜다.

88년 경남산업고 담임 시절, 남 제자가 부산에서 애인이 왔다고 오후 조퇴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최과장은 “협상을 하자. 점심시간과 5교시는 마침 내 영어수업이니까 2시간 동안 애인을 잠깐 보고 다시 학교 수업을 받고 방과후에 만나라”고 말하자 제자는 알겠다고 했다. 최과장은 6교시가 넘도록 모습이 보이지 않자 제자의 거짓말에 머리 끝까지 화가나 책상다리 하나 빼들고 곧장 하숙하는 제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최과장은 “뽀뽀한다고, 서로 보듬고 있는 게 잘못돼서 때리는 게 아니다. 선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때리는 거다”며 제자의 애인이 보는 앞에서 매를 들었다.

최과장은 그 후 93년 욕지중학교로 부임하고 부터는 매를 들지 않았다.

▲교육청 발령 후 바쁜 격무에 소홀해진 영어공부를 틈틈히 하고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기쁨은 짧은 기쁨,
인생이 바뀐 제자를 보는 것은 긴 기쁨

최과장은 30명 가까이 되는 제자와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1년에 한 두 번씩 제자들과 모임을 가져 옛 추억을 떠올리며 소주를 기울인다. 학창시절 모범생보다는 무던히도 애를 썩히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인생이 바뀐 제자들이 항상 연락이 온다.

“학부모들은 달갑지 않겠지만 좋은 대학가고 돈 많이 버는 게 교육의 목적이 아닙니다”라며 “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참된 교육의 역할입니다. 선생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의 인생을 바꿉니다”

2006년 거제중앙고 교감 재직시절, 최과장은 주말에 관광차 수 십대를 동원해 학생으로 하여금 밖에 나가서 보고 느끼며 미래설계를 하기위한 체험학습도 지원했다. 수요일 오후부터는 학생들이 정한 동아리 학습을 실시했다. 당구부, 볼링부 등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고 학교는 시설과 외부강사까지 초빙해 학생들의 정서적인 취미활동을 도왔다.

최과장은 승진하기 전까지 지난 1990년부터 1년에 30일을 아파트를 팔아서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자신의 사진을 찍기 싫어해 개인사진은 손꼽을 정도다. 극구 사양하는 사진을 정중히 부탁 후 어렵게 찍고 인사를 마친 후 최과장은 “글 쓰실려거든 작게 써주세요. 예전에 기사 나간 적이 있었는데 읽어보고 부끄러워서 혼났습니다”라고 부탁했다.

십수년 동안 최과장을 지켜본 거제제일중학교 임창수 교감은 “(최철현과장에 대해)제자를 사랑하고 남을 도우면서 이끌어 주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사람 냄새나고 영혼이 깨끗한 사람,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교육자, 어떤 일이나 성심성의를 다하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현재 거제 초·중학교의 교육과정운영 활동 편성 지원 및 장학업무를 맡고 있는 최과장은 “앞으로 교장으로, 장학사로 발령 날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행복해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맑은 눈빛에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최과장은 제자들과의 애틋한 추억을 말할 때면 촉촉한 눈가를 내비쳤다. 최과장은 최근 장학사로 진급 후 격무에 소홀했던 영어공부를 짬을 내서 시작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신문사로 돌아오는 길은 기분이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난히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베풀었던, 지금은 미국으로 이민 간 은사님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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