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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원칙 속에서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이 사람》 “원칙 속에서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 이재준 기자
  • 승인 2016.06.02 11: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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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진 도시정비담당계장, 한번 맡은 일은 끝장을 본다는 평
 

정종진 거제시 도시정비담당계장(54)에 대해 몇몇 동료들은 “맡은 일은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 좋아 보인다는 소리들을 훈훈한 인상과는 달리 일에 대해선 만큼 ‘불독’과 같은 근성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월 직제개편으로 기존의 도시과가 도시과와 도시개발과로 나누어지기 전까지 도시개발계장으로 개발관련 인·허가 업무를 2년 정도 맡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 기간 동안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허가사항을 놓고 민원인과 실무자 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마찰 때문이다.

허가가 반려된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허가여부를 쥐락펴락하는 실무자가 곱게 보일 리가 없을 터이고 정계장이라고 이를 빗겨갈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인·허가 부서에 근무하는 실무자들은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민원인을 배려하지만 안 되는 일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욕을 먹어도 하는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계장의 경우 업무에 대한 근성만큼이나 싫은 소리를 못 듣는 스타일 같다. 시쳇말로 ‘그렇거니’하고 무덤덤하게 못 넘어가는 것이다.

직장동료 A씨는 “정계장은 업무에 있어 원칙을 중요시하지만, 민원인의 입장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때문에 민원인의 불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를 지난달 18일 우연히 시청복도에서 만나 대뜸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일종의 ‘번개 인터뷰’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좋은 의미이던, 나쁜 의미이던 신문에 제가 기사화 될 입장이 아니다”며 다짜고짜 거절했다.

기자가 버티자 그는 마저 못해 “아는데 까지만 이야기 하겠다”면서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다. 거제시청 1층에 있는 찻집 도란도란에서 20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사곡삼거리에 있는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옹벽위에서 일어난 산사태 등을 보면서 일각에서 난개발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행위 업무를 본 적이 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지난 2013년 1월13일 도시과로 발령받아 2년 정도 개발행위 관련 업무를 보았다. 관계법규와 행정절차에 따라 인·허가를 내줬는데, 산사태 등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참으로 난감하다. 경남아너스빌의 사고의 경우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맡겨 안전 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또한 멀쩡한 산들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잘려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관련법규와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는 개발행위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민원인 입장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행정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지 않는가.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 명쾌한 답을 하기가 어렵다. 결국 공무원들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토목부분에 대한 설계를 사전에 좀 더 깐깐하게 보았더라면 그런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내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 개발행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사실 그런 사고가 나면 자다가 빗소리만 들어도 잠이 벌떡 깬다. 담당자들도 현행법규에 따라 면밀히 따져보는데도 결과가 안 좋게 나타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친절을 한자로 쓸데 친(親)자가 부모가 나무위에서 자식이 아무 탈 없이 집으로 돌아오길 애타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대할 때 이런 심정으로 대하면 될 것 같은데,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도 민원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애를 쓰지만, 사람인지라 장담하기 어렵다. 민원을 대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얼굴 표정에서 일단 친절과 불친절로 갈리는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좀 더 웃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공무원생활에서 기억에 남고 보람된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지난 2008년 거제시에서 상수도사업을 수자원공사에 위탁운영을 할 때 비효율적인 운영 부분을 찾아 3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모든 것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일로 거제시 최초로 1호봉 승급을 했다. 쑥스럽다.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장사도가 관광객들에게 개장되었을 당시 거제지역 유람선은 이곳에 입항할 수 없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이 일을 처리하면서 ‘불도저’같은 근성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무슨 그런 말씀... 장사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로 되어있다. 그렇다보니 전기와 상수도를 거제에서 끌어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기는 한산도에서 추봉도를 거쳐 연결했지만, 상수도는 수중으로 송수관을 설치해야 하는데 거리상으로나 예산상으로나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내가 수도과에 근무할 때 통영시에 조건을 걸었다. 거제시의 유람선이 장사도에 입항 할 수 있게 허락해준다면 거제시에서 장사도까지 송수관을 연결하는데 협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간단하지 않았다. 장사도와 가장 가까운 남부면 대포마을에서 지하수를 개발해 장사도까지 연결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갈렸다.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30 여 차례 주민 설득에 나선 것으로 기억한다. 찬성해 준 주민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공무원 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포상경력은 있는가.

=95년 6월부터 공무원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1년째다. 나이에 비해 경력이 짧다. 군대 제대 후 6년 정도 사촌형이 하는 사업을 돕다가 공무원시험을 보았다. 그러다보니 좀 늦게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국무총리와 장관, 도지사로부터 몇 차례 포상된 경력이 있다.

정계장은 진주 출신이다. 그의 부인 조명희 씨(48)는 현재 경남도축산진흥연구소(6급)에서 근무하고 있다. 슬하에 은영, 고은양 등 두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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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16-06-10 13:04:10
청렴하고 능력있는 공무원입니다

좋은분 2016-06-02 15:13:03
인,허가부서에 계시는 분인데요. 허가가 나고 안나고를 떠나서, 민원인이 기분나뿌게는 시청을 나가지 않습니다. 특유의 우는 듯한 목소리 톤으로, 허가를 못받은 제가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위로를 하고 나온적이 있었는데..새삼 기억이 새롭네요. 정계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고 열정과 열성을 겸비하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