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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통’과 ‘따방구’
‘만세통’과 ‘따방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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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편 갔다

공을 차는 경우에 커다란 공은 당시에 없었다. 주로 주먹만 하거나 참외만한 고무공을 찼다. 이 공을 ‘고무공’ 또는 ‘마루공’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고무(ゴム, Gom, 네덜란드)’도 일본을 통해 건너왔지만, ‘마루공’도 아마 일본말(まる.丸,둥근)에서 온 것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양편으로 나누어서 시합을 하는데, 홀수가 되어 한 명이 남을 경우에 그는 ‘내가 이편갔다 하께’ 하면서 잽싸게 앞으로 나서곤 했다.

즉, 혼자 빠져 있을 수가 없으므로, 양편을 다 먹으며 제 멋대로 차겠다는 것이다. 이 편으로 갔다가 저 편으로도 가는 그는 심판까지 해가면서 축구판을 휩쓸고 다니곤 했다.

‘이편 갔다’와 비슷한 맥락의 어휘가 있는데, ‘두길보기’이다. 이는 쉽게 정치판 등에서 한쪽 편에 서지 않고 어느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눈치를 양쪽으로 살피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최기호의 <살려쓸만한 토박이 말>에는 같은 뜻의 토박이말로 ‘두길마보기’라 실려 있다. 이리 좋은 어휘들은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못했다.

한편으로 그 시절에 ‘각 달아 묵기’라는 용어가 있었는데, 이는 각각 독립된 형태로 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쉽게 개인전을 뜻한다.

‘만세통’과 ‘따방구’

‘만세통’은 추수가 끝나고 보리를 심지 않은 논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로 양편으로 나누어 놀이를 한다. 나무작대기로 논바닥에 도형을 그려놓고 게임을 하는데, 도형은 성곽형태의 성이 있고 이 성을 나와서 꾸불꾸불한 통로를 지나서 ‘만세통’에서 만세를 부르면 공격팀이 이기는 경기이다. 물론 수비팀에서는 이를 방해하고 금(선) 밖으로 공격팀을 밀거나 끌어낸다.

‘따방구’는 최근 예능오락프로그램에서도 가끔 보이는 놀이로 일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도 불렸다.

술래는 한사람으로서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움직여서 술래에게 가까이 오는 놀이다. 움직임이 들킨 사람들은 잡혀서 술래의 손을 연이어 잡게 되는데, 남아 있던 사람이 술래 가까이 와서 ‘따방구’를 외치며 잡혀 있던 이들을 손으로 때리게 되면, 술래에서 해방되어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이 ‘따방구’는 일본에서 온 말일까? 아니면 똬리를 ‘따방구’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 유래된 것인가? 짐작이 가지 않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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