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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대왕구’
‘하늘 대왕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6.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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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금내기’와 ‘가을내기’

최근에 ‘쩍금내기’를 들었는데, 참으로 아리송한 말이다. 이는 어떤 모임에서 돌아가면서 음식 등을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란다. 이를 나에게 알려준 분도 왜 ‘쩍금’ 인지, 그 연유가 어떤 뜻인지는 알지 못하였다. 추정컨대 거제에서는 된소리로 많이 발음하므로 ‘쩍’은 ‘적’일 것이고, ‘금’은 아마도 재화나 살림을 말하는 것 같으나 단정하고 싶지 않다.

최근의 거제에서 계나 모임에서 위와 같이 ‘쩍금내기’ 형태로 돌아가면서 음식이나 행사비를 부담하는 것을 주로 ‘별임’ 또는 ‘소임’이라 칭하고 있는데, ‘유사’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별임(別任)’은 계비 외에 별도로 부담한다는 뜻일 것이고, 소임(所任)은 당일의 책임을 맡은 사람을 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사란 말은 좀 애매하게 사용된다고 여겨진다. 그 이유는 유사가 ‘有司’와 ‘有事’로 나눌 수 있는 두 가지의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는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직무.’이고, 후자는 ‘큰일이나 사변(事變)이 있는 것’을 말함이다. 따라서 오늘의 별임을 칭할 때는 전자의 ‘유사(有司)’를, 계원의 집에 애경사가 있었을 경우에는 후자의 ‘유사(有事)’를 사용하는 것이다. ‘별임(別任)’은 좋은 말인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쩍금내기’를 알려주신 분이 ‘가을내기’도 말하였는데, 이는 봄이나 여름철에 놀이를 하면서 지게 되는 경우에, 그해 가을에 부담을 하기로 약속하고 놀이를 하는 것이란다. 예를 들면, 고구마나 옥수수 얼마만큼을 걸고 하는 일종의 외상 게임이다. 그 외상이 잘 지켜졌을지는 같이 상상해 보도록 한다.

이 ‘가을내기’는 놀이뿐만이 아니라, 동네에서 추렴을 하거나 외상으로 먼저 지출을 할 때에도 ‘가을내기’ 즉, 수확하여 갚겠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늘 대왕구’

이런 놀이 중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억지 부리며 우기는 경우에 ‘떼깔(억지) 쎄우네(부리네, 세우네)’라 말하면서 ‘니가(네가) 하늘 대왕구가?’로 말한다. 대단히 높은 사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를 빗대거나 빈정대듯 이렇게 칭했다. 주로 비꼬아서 냉소적으로 말하는데, ‘아무것도 아닌 네가 대단한 권력자 마냥 그리 설쳐대느냐?’, ‘네가 뭔데 나서서 심판 보듯 참견이냐?’ 뭐 이런 뜻이다.

필자는 하늘의 대왕구가 무엇인지, 성인이 된 다음에도 오랫동안 생각을 하면서 ‘대왕구(大王??)일까?’로 고민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이 ‘대완구(大碗口)’였다. 아마도 대완구일 것이다.

대완구란 조선 후기에 사용된, 손으로 불씨를 선혈(線穴)에 점화하여 발사하는 청동제 화기, 즉 대포를 말하는데, 중완구, 소완구도 있다. 대완구는 그 시대에 최고로 무서운 무기였을 것이다. 시한(時限)작열탄으로 유명했던 비격진천뢰도 이 대완구로 쏘아 날렸다. 따라서 그 대포소리와 하늘로 날아가는 포탄은 충분히 군사들에게 최고의 위협이 되었으리라.

그래서 ‘네 까짓 게 그리도 무서운 하늘의 대완구라도 된단 말이냐!’의 뜻으로 쓰였을 것이다. 전혀 사투리 일 수 없는 이 재밌는 거제도 말은 개그 프로그램의 호통개그에 적격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널리 알려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어린 시절 나는 뜻도 모르면서, ‘대왕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짐작조차 못하면서 그에 대해 크나큰 존경과 경외심을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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