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0:22 (수)
‘다마네기’, ‘고래고기’
‘다마네기’, ‘고래고기’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6.24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누를 ‘꼰’이라 불렀다.

땅바닥이나 넓적한 바위 또는 시멘트 바닥에 간단히 선을 긋고 각자의 말을 놓아 상대방의 말을 잡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놀이가 ‘꼰’(고누)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아무도 하지 않고, 필자도 기억에 어렴풋할 뿐이다.

고누의 종류를 검색해보니 20여 가지가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 중에서 2가지만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색하여 그 이름도 이제 알았다. ‘호박고누’와 ‘참고누’이다.

‘호박고누’는 열십자를 그은 둥근 원의 아래위로 대칭되게 각각 ‘ㅗ’자 형의 선으로 연결된 형태이다. 이는 각각 ‘ㅗ’자 형 아랫부분에 세 개의 말을 정렬하여 복판의 둥근 원으로 쌍방이 교대로 한 발씩 나아가는데, 원형으로 진출한 말은 다시 ‘ㅗ’자 형의 받침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 상대방의 말을 잡지 않고 가두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는데, 자신의 차례에 자신의 말을 움직이지 못하면 패하는 것이다.

다음은 ‘참고누’에 대한 설명이다. ‘참고누’의 말판은 큰 정사각형 속에 중간, 또 그 속에 작은 크기의 정사각형을 동심으로 그려 넣은 다음에 네 변의 중심선 및 사각형의 모서리를 연결하는 8개의 선을 그어서 만든다. 이의 경기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양 편이 번갈아 말 하나씩을 말밭의 교차점, 스물 네 곳 중의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선택하여 놓아 간다. 방향에 관계없이(가로, 세로, 대각선) 말 세 개가 나란히 놓이면 ‘곤’이라고 외친다. '곤'이 되면 상대편이 불리하도록 상대편의 말 하나를 골라 떼어내고 그 자리에 표시한다. 말을 다 두면 X표를 한 자리에 상관없이 한 칸씩 번갈아 움직여 ‘곤’이 되게 하고 상대 말을 한 점 잡는다. 어느 편이든 말을 모두 잃거나 세 개 미만이 되어 ‘곤’을 만들 수 없게 되면 지게 된다.

설명을 보고나니 ‘곤’을 ‘꼰’이라 외치던 옛 시절의 풍경이 훤히 떠오른다. 따라서 ‘고누’를 ‘꼰’이라 했던 것이다. X표 대신에 손가락에 침을 묻혀 말판에 표시해가면서 놀이에 열중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이 ‘참고누’의 도형을 최근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북아프리카인가, 아니면 중동이었던가 하는 여행 다큐 프로에서 골목길의 아이들이 분명 이 참고누의 말판으로 놀고 있는 장면이 잡혔었다. 얼마나 반가웠고 신기했던지.

‘다마네기’, ‘고래고기’

아직도 제법 쓰는 말 중에는 ‘다마네기’(양파)가 있다. 일본어 사전에는 “タマネギ tamanegi[玉葱]”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일본 고유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렸을 적에 이 말을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애를 놀린 용어로 많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내기 다마네기 맛좋은 고래고기’라고 운율을 넣어서 약을 올리며 놀린다. 요즈음의 가요로 따진다면 랩송에 가까운 것이다. 이 말이 왜 놀리는 뜻을 가지고 있는지, 왜 ‘다마네기’며 그 바로 뒤에 뜬금없이 고래고기가 왜 나오는지, 왜 저속어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오랫동안 궁금하였다.

서울내기의 ‘내기’는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 지역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며, ‘출(出)’의 의미이다. 순전히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 양파는 껍질을 벗겨도 자꾸 순백색의 껍질이 나오는 채소다. 급하고 명쾌한 경상도 성격에 비하여 속내를 잘 나타내지 않는 서울사람들의 특징을 빗대서 나타낸 것으로 본다.

그 다음이 바로 ‘맛좋은 고래고기’인데, 이 부분이 수상하다. ‘내기’와 ‘네기’로 대구(對句)를 맞추어 시작을 하였는데, 느닷없는 ‘맛’타령이다. 고래고기는 맛이 있다고 치자. 왜 하필 다마네기 다음에 ‘맛’타령 일까? 이 부분이 욕으로 간주되며, 저속어 취급을 받는 주된 요인으로 생각한다.

아니면, 고래고기는 다양한 부위에 따라 각각의 맛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카멜레온 같은 종잡기 어려운 서울 여자애의 성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