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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파워그라인더 하청노동자들 임금인상 요구하며 작업거부 중
삼성중공업 파워그라인더 하청노동자들 임금인상 요구하며 작업거부 중
  • 이재준
  • 승인 2021.03.1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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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부터 출근시간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집회투쟁

삼성중공업 사내 도장업체에서 파워그라인더 작업을 하는 하청노동자(아래 ‘파워공’)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3월 8일부터 작업거부를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은 5일째 작업을 거부한 채 매일 아침 8시에 삼성중공업 입구 문화관 앞에 모여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며 단합을 확인하고 퇴근하고 있는데, 참가자 수가 점점 늘어나 8일과 9일 30여 명이던 것이, 10일 70여 명, 11일 200여 명이 참여했고, 12일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250여 명의 파워공이 문화관 앞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토요일인 13일에도 250여 명이 거제공설운동장에 모여 투쟁의 결의를 모았다.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의 요구는 ▲일당 2만원 인상, ▲퇴직적치금 폐지, ▲법정 공휴일 유급적용 등 크게 세 가지이다.

# 25년이 지나도 임금은 제자리

조선소 하청노동자는 2016년 이후 임금이 지속적으로 삭감됐다. 파워공들 역시 마찬가지다. “25년 전 시급 3,300원일 때 파워공 일당 13만 원이었는데, 지금 최저시급은 8720원이 됐지만 파워공 일당은 고작 14만5천 원이다”라는 말에는 작업거부에 나선 파워공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파워공의 자부심은 이제 오간 데 없고, 수십 년 노동으로 골병만 남았다는 한숨이 가득하다.

퇴직금을 왜 내 일당에서 떼서 적치하나요?

퇴직적치금은 파워공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문제다.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에게 일당이 얼마냐고 물으면 대부분 16만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 근로계약서에는 일당 14만5천원으로 되어있다. 그러면 나머지 1만5천원은 어떻게 된 걸까?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회사가 퇴직금 명목으로 적치해 놓는다. 그래서 파워공들은 “왜 퇴직금을 내 일당에서 떼어 적치하느냐?”고 울분을 토한다.

이는 포괄임금제라는 잘못된 임금체계 때문이다. 파워공들의 일당 안에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모든 수당이 다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일당 14만5천 원인 근로계약서는 다시 기본급 90,949원, 주휴수당 18,190원, 휴일(가산)수당 7,849원, 미사용연차수당 5,275원, 고정연장(토요)수당 22,737원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오직 일당 하나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모든 수당에 대한 책임을 퉁치는 것이다.

퇴직금도 마찬가지여서 이전에는 일당에 포함시켜 미리 지급했다고 퉁치다가, 노동자들의 퇴직금 진정사건이 많아지자 지금은 일당에서 퇴직적치금을 떼어두었다가 나중에 지급하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파워공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당으로 퇴직금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 사실상의 퇴직금 미지급인 셈이다.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쉬는 날은 무조건 무급

법정 공휴일 유급적용 요구도 포괄임금제와 연관이 있다. 법이 정한 주휴일이나 회사 취업규칙이 정한 약정휴일 등 유급휴일에 지급해야 할 임금을 일당에 모두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에, 파워공들은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그래서 생계 유지를 위해서는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일해야 한다. 이처럼 일하는 날만 임금을 받는 포괄임금제는 하청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중대재해의 원인이기도 하다.

한편,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30인 이상 사업장은 이른바 법정 공휴일이 근로기준법으로도 유급휴일이 되었다. 그에 따라 취업규칙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업장도 이제는 의무적으로 유급휴일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파워공들은 근로기준법이 변경되어도 포괄임금제 탓에 일하는 날만 임금을 받고 공휴일에 쉬면 무급인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파워공들은 자신들에게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최초의 대중투쟁

파워공들의 작업거부는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최초의 대중투쟁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거부 참여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3월 12일부터는 노동조합과 결합하여 조직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한편 파워공들의 투쟁에 삼성중공업 일부 도장업체에서는 일당 1만 원 인상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은 3월 15일(월)부터 전국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삼성중공업일반노조와 함께 아침 출근시간인 06시30분~07시30분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 3대 요구 쟁취를 위한 집회를 개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투쟁을 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파워공의 작업거부 투쟁이 더욱 확대되어 갈지, 혹은 회사에서 노동자들의 요구에 근접하는 새로운 임금인상안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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