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1:48 (목)
[데스크 칼럼] 탐천지공(貪天之功)...남의 공을 탐내서야
[데스크 칼럼] 탐천지공(貪天之功)...남의 공을 탐내서야
  • 이재준
  • 승인 2021.04.01 14:2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제시와 서의원측의 민망한 공치사 논쟁

꿀벌들이 참나무 꼭대기에 집을 지었다. 수벌들이 뒤늦게 몰려와 자기네 집이라고 우긴다. 결국 소송이 붙었다. 판결은 말벌이 맡았다. 말벌은 양측 모두와 친분이 있어 쉽게 결론을 못 내렸다. 신중하게 생각하다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일단 이 벌집을 가져가서 꿀을 가득 채워 오도록 해라. 꿀의 맛과 모양으로 누가 주인인지 가려낼 수 있을 거야.” 수벌들은 이 요구를 거절했지만 꿀벌들은 좋아했다. “누가 이 벌집을 만들었는지 확실해 졌어. 그러니 꿀벌들에게 노동의 수고와 그 결실을 주겠다.”

남의 공(功)을 가로채기하려는 이를 비꼰 이솝우화의 ‘꿀벌과 수벌’의 이야기다.

최근 거제시와 지역구 국회의원측 간에 국비 확보를 놓고 민망한 공치사(功致辭) 논쟁이 벌어졌다. 주변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고 한마디 던진다.

이 논쟁에 불길을 당긴 쪽은 국회의원측이다. 서의원측은 지난30일 ‘서일준 의원,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 국비 10억 확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모하는 거리조성사업에 죽도국가산단이 최종 선정돼 국비 10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인근에 문화거리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총사업비 35억 원(국비10억 원, 지방비5억 원, 삼성중공업 자부담 5억 원, 삼성중공업부지 활용 약15억 원)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될 예정이다.

이 보도를 접한 사람이라면 서의원이 이 사업의 예산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제시가 발끈했다. 담당 공무원이 지역언론에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했고, 이것이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변광용시장과 삼성중공업, 담당부서 등 노력해 이 사업을 땄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지역 국회의원측이 선방을 날려 공치사를 하고 있다고 거제시는 주장했다.

담당 공무원은 "이번 공모사업에 모두 8팀이 참여해 그중에 거제시를 포함해 3팀이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내일(3월31일) 공식발표가 나오면 그동안 공모사업 준비과정과 삼성중공업과의 협력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도자료를 낼 준비하고 있었다“고 지역언론 기자에게 밝혔다.

서의원측이 잔꾀를 부린 것인지, 그 내용의 전후좌우를 살피는 과정을 생략하는 실수를 범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역언론 기자가 서의원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전화했을 때, 보좌관의 답변이 가관이다.

“오늘(3월30일)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가 말해줘 선정 사실을 미리 알게 됐다” “삼성이 한 것인데...”

이 말에서 서의원측이 처음부터 이 사업의 추진과 선정에 관여했다는 것인지, 단지 결과만 알았다는 것인지, 말의 뉘앙스가 묘하다. 어째든 거제시는 이 사업선정에 별 한 것이 없고, 삼성중공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서의원 국회 입성이후 1년 남짓, 거제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서의원측의 ‘숟가락 얹기’에 거제시 공무원들의 불멘소리가 적잖게 들렸다.

그동안 서의측이 지역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대충 열거하면 △거제면숲소리공원길 조성 국비 2억3천 만 원 확보 △고현동과 장승포동 복합문화센터 국비54억 원 확보△거제시 신광사문화체험과 포로수용소 문화재청 공모사업 확정△고현시장 문화관광형시장사업비 국비확보 등이다. 

물론 이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의원의 숨은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이 사업을 기안하고 사업비 확보를 위해 노력한 공무원들을 허수아비에 불과한 존재로 만든다는 것을 서의원측은 알아야 한다,

담당공무원들은 “정보에 접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 있는 보좌진들이 얄미울 정도로 발 빠르게 이를 재생산해 낸다”고 불만섞인 탄식을 쏟아냈다. 심지어 “상습적”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일각에서는 “보도자료 내용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마치 서의원이 사업비를 확보한 것처럼 교묘히 말장난을 친다”면서 “그렇다고 서의원이 사업비를 확보했다는 단정적인 내용도 없다”고 꼬집었다.

달리 해석하면, 남의 공을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포장 한다는 말로 들린다.

모시는 의원의 의정활동을 왕성하게 홍보하고 싶은 욕심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도(程度)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보기엔 2021-04-05 12:13:24
만약 지금까지 몇차례 새치기 언론보도를 범죄로 치면, 숟가락 신공의 주범은 보좌진이고, 서 의원은 종범이다. 열심히 하면 시민들이 다 알아주는데도 오데서 거제에서 못된 것만 배워갖고 국회 구선진 자리에서 얌체 짓거리를 하노 이 자슥아!!!!

왕창싸 2021-04-02 14:48:01
아주 못된종자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