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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민의 풍물기행 – ‘가을철 별미’ 삼치잡이 한창
손영민의 풍물기행 – ‘가을철 별미’ 삼치잡이 한창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22.09.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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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삼치어장 누비는 대우호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가을이맘때면 어업전진기지로 유명한 거제지세포항에 삼치잡이가 한창이다. 이곳 지세포삼치는 흔히 도시에서 구워먹는 삼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1m크기의 대삼치들이 많이 잡히는데. 가을이 되면 기름지고 살이 올라 회로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별미로 꼽힌다.

그래서 이 시기에 지세포는 삼치잡이 배들로 부산하다. 그중에서도 능숙하게 출항 준비를 시작하는 어부가 있다. 바로 대삼치잡이로는 거제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다는 올해로 경력35차의 베테랑 이병규(67세)선장이다.

새벽4시 반. “출어하기에 적격입니다.”

3.69t짜리 자그마하고 낡은 어선, 대우호 선주이자 삼치잡이꾼 이병규씨는 주섬주섬 어구와 얼음을 챙겨서 배에 오른다. ‘악세레다’를 최대로 올리자 시속20노트까지 나온다. 배는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을 뒤로하고 검푸른 어둠속 바람을 가르며 한참을 쏜살같이 질주했다.

작은 선실에 걸터앉아 이 선장이 담배를 피워 문다. 오늘고기의 운수를 보는 걸까. 브이패스가 깜빡인다. 어선의 현재위치 등이 실시간 해양경찰에 전송된다. 출어는 까다로운 일이다. 바다는 여전히 위험하고, 게다가 세월호 참사이후 그 절차가 더 복잡하게 만든다. 취재진인 필자도 입출항 신고를 하고 배에 올랐다.

우리가 달려간 곳은 지세포항에서 동쪽으로 10Km떨어진 지심도 인근 해상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고기들이 살기 좋은 천혜적인 기후조건 탓에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의 원조가 여기에서 났을 만큼 풍성한 이름을 자랑하는 곳이다. 벌써 큰 배, 작은 배 할 것 없이 삼치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은 많이 쉽니다. 지세포항 삼치배가 10여 척 있는데 몇 일새 안 물어서 출어 포기요. 기름 반 드럼은 나가는데, 면세유인데도 13만원은 합니다. 여기에 선원 쓰면 임금도 줘야 하고... 그래서 삼치 기미가 적으면 출어를 안 하는 겁니다.”

“야~~일출이다. 해가 뜬다. 해 뜨는 모습 좀 봐라!”

바다 선상위에서 맞는 일출광경은 가덕도와 거가대교를 사이에 두고 해가 쏟았다.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했고 기회를 놓칠세라 자연의 신비감은 어김없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었다.

어두웠던 바다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이병규선장이 배 양쪽에 설치한 대나무 장대를 내리 는데 이런 삼치들은 대나무장대를 이용해서 가짜미끼를 달고 빠르게 배를 움직여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잡은 삼치는 상처가 나지 않아 그물로 잡은 것보다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어서 이곳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통방식으로 이렇게 잡고 있다.

이 선장은 삼치는 최소3Kg은 돼야 삼치대접을 하고 5Kg은 넘어야 제 맛이 난다고 여긴다. 삼치는 먹성이 대단해서 가짜미끼에도 속아 낚싯바늘에 반짝이는 미끼를 달고 배가달리면 정신없이 질주하던 삼치가 물어버린다. 이맘때 가덕도-양지바위-지심도-서이말 등대-안개섬 해상에서 잡히는 삼치는 크기가 팔뚝만하다고 해서 뚝 삼치로 불린다. 이렇게 센 삼치도 35년 경력의 이 선장 앞에선 꼼짝없이 붙잡힌다. 그의 실력은 동료선장들도 앞 다퉈 엄지를 세우며 칭찬을 할 정도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삼치잡이를 시작했다. 낚시채비는 70~80m원줄에 1m30cm간격으로 납이 묶여 있고 줄에 1개의 대형바늘이 묶여 있다. 삼치를 잡기위해 채비를 바다에 던지고 시속 6~7노트 정도로 배를 몰고 다니면 낚시 바늘이 뺑글뺑글 돌아 마치 고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삼치를 유인하는 채비가 삼치낚시다.

배에 선원이 없다. 내가 선원보조다. 오른쪽으로 서이말등대를 끼고 가까이 외도가 검은 몸짓을 드러낸다. 수심계는 60~70m를 오르내린다. 안개 섬 쪽으로 더 가면 100m가까이 된다. 깊은 바다다. 검고 무섭다. 작은 배가 흔들리고 졸지에 선원보조가 된 나는 비틀거린다.

채비를 넣고 얼마쯤 배를 몰고 다녔을까 삼치가 물었다는 청신호가 왔다. 대나무양쪽에 메달아 놓은 고무줄이 팽팽하게 늘어나자 이선장이 재빨리 낚시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끌어 올리니 기다리던 삼치대신 갈치가 은빛뱃살을 드러내며 펄떡펄떡 거린다. 낚싯줄을 다시 놓고 계속 끌고 다녔다. 드디어 배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6개의 낚시 중 2마리가 연이어 올라왔다. 씨알은 제법 굵다. 서이말등대로 배를 이동했다. 또 다시 삼치가 올라왔다. 옆에 있는 배들도 삼치를 낚아 올리는데 이곳에 삼치 때가 형성된 모양이다.

“육식성이 강한 맹수기질을 가진 삼치는 워낙 포식성이 강하기 때문에 날아가는 고기를 보면 그냥 바로 덮쳐 사냥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채비를 끌고 다니면 삼치가 많이 나는 운 좋은 날에는 300Kg도 잡을 수 있는데 만선의 기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지요~”

배위에서 운전하고 어탐기 살펴보고 고기 잡아 올리고 바쁘겠지만 시종일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바쁜 선장의 일손을 돕기 위해 포획한 삼치를 냉동창고에 옮기려고 하자 이 선장은“삼치 이빨은 날카로운 면도날수준이라 절대 맨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며 작업용장갑을 건넨다.

이렇게 삼치를 잡으며 8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림잡아 3Kg급 50여 마리 잡았을 무렵 다시 입질이 온다. 재빨리 당긴다. 텅, 하고 묵직한 몸체가 배에 끌려 올라온다. 7~8Kg정도 되는 대방어다.. 어느새 아침 물때가 지난 듯하다. 이때 이 선장은 배를 돌려 선착장에 도착해 부인이 운영하는 ‘지세포횟집’에 풀어 놓는다.

“여름에는 한치를 잡고, 겨울에는 방어를 잡소. 내가직접 잡아서 가게에 대니까 원가가 좀 줄지요.” 이 선장네는 ‘지세포횟집’이라는 오래된 식당을 운영한다. 대를 물려서 한다고 해서 거제시에서 인증도 받았다. 지세포에서 손님이 제일 많은 식당이다. 특히 방어 철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

조업을 마친 이선장이 식당으로 돌아오면 부인은 남편의 삼치 잡는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요리솜씨를 선보인다. 삼치 회를 시작으로 회를 뜨고 남은삼치대가리와 뼈는 알뜰히 모아 육수를 낸다. 시레기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기 전 맑은 육수에 데쳐먹는 삼치껍질 맛은 별미중의 별미이다. 마지막으로 뚝 삼치는 칼집을 내 통째로 석쇠에 구어 완성한다.

지세포 회진마을에서 나고 자란 대우호 선장 부인 장필자(57세)씨는“삼치 회는 치아를 사용하지 않고 혀만으로 먹는다. 와~ 쇠고기보다 삼치 맛이라는 말을 듣는 삼치회의 맛은 독보적이다”라는 말로 삼치 회 맛을 극찬했다. 지세포 토박이이고 현재도 횟집을 운영하고 있어 바닷고기에 관한 발언은 믿을만하다. 장씨 외에도 실제인근장승포어부나 낚싯배선장들에게서도 회로는 가을삼치가 최고라는 말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박종만 지세포어촌계장(76세)도 언젠가 필자에게 가을삼치 맛에 대해 장광설을 풀어 놓은 적이 있다.

가을삼치가 맛있는 이유는 기름이 올라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것인데, 가을전어가 맛있는 이유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선장부인은 내친김에 인심 좀 쓰겠다며 오늘 잡은 대방어를 회로 뜬다. 방어는 크기 때문에 부위별 구분이 명확하다. 뱃살, 몸통살, 사잇살, 아가미살, 볼살 등으로 나누어 낸다. 뱃살은 기름져서 몇 점만 먹어도 더 먹기 힘들다. 몸통 살은 차지고 잇몸에 붙는다. 숙성은 안한다. 그대로 회로 쳐서 손님상에 낸다. 차진 맛이 선호되는 까닭이다.

“이걸 드셔야 진짜 꾼이오.”

맑은 탕을 내는데, 특이한 건더기가 가득하다. 내장탕이다. 방어가 워낙 크니까 내장도 크고 진하다. 위는 거의 아귀처럼 두껍고 씹는 맛이 있다. 창자도 꾹꾹 씹힌다. 간도 일품이다. 그냥 탕은 회를 시키면 나온다.

지세포횟집은 매일 이선장이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 텃밭에서 가꾼 무공해야채와 더불어 물회, 멍게·성게비빔밥, 생선구이 등을 비롯해 계절음식인 봄 도다리쑥국, 겨울 물메기탕의 맛이 일품이다.

가을삼치를 맛보기위해 일행들과 지세포횟집을 찾은 김선일(65·거제시상문동)씨에게 식후소감을 묻자 “와! 쫄깃하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삼치를 회로 먹는 건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뱃사람들이 즐겨 만들어 먹던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 맛은 고소함의 극치”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지세포횟집 주소: 경남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해안로82-1, (예약문의 055-681-9532)

글·사진: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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