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쌍계사 금당을 오르는 곳에 다리가 있다. 옥천교다. 내려오다 보면 이런 글귀가 있다. 邪正心作用 奇妙不思議(나쁜마음과 바른마음이 서로 작용하여 그 기묘함이 참으로 불가사의 하구나). 청렴과 청렴하지 않은 마음과 행동은 구만리 떨어진 먼 이웃 같지만 한 생각 돌아서면 순식간에 상통한다. 바른 마음을 꾸준히 체득 유지하기란 쉬운 것 같지만 어렵다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게 마음가짐이다.
올해들어 두드러지게 도내 공공기관 등 에서 구성원들의 부패방지와 내부청렴도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를 추진하고 노력하고 있다. 부패취약분야 집중관리, 청렴조직문화 조성, 내부통제제도 강화, 청렴문화 확산, 기타 다양한 반부패 청렴시책을 비롯하여 공직자 청렴도 향상을 위하여 공공기관 관리자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인식의 차이는 여전하다. 21년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인식도 조사결과 자료에 의하면 일반국민 49.8%는 공직자들이 부패하다 인식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2.8% 부패하다 인식하고 있고.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이 차이만 찾으면 청렴도가 하락하든 상승하든 그 문제점과 답을 대번에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공공기관의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대강 보아 넘기는 이유가 무얼까.
첫째 공공기관의 구성원들은 부패의 확장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공직자가 행하는 모든 행위를 법 규정 이전에 윤리적, 도덕적 잣대로 먼저 판단한다. 민원을 처리하다 공무원으로부터 작은 스크래치와 같은 불친절, 불편함, 불쾌함이 발생하는 순간 부패하다 생각한다. 공직자는 소관 업무를 처리하는데 ‘금품수수, 향응, 부정청탁 등을 멀리하고 규정대로 처리하면 부패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틀린 것은 아니나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세세한 설명이 없는 과정, 당사자의 목소리를 잘 듣지 않는 이 것을 국민은 공직자의 윤리 인식이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둘째 투명성이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모든 사안은 그냥 공개하면 되는데 공직자는 ‘규정대로 했다’ 하고 결과가 나온 이 후의 과정은 나 몰라라 한다. 국민은 공공기관에서 처리하는 공적인 업무 처리 과정의 처음과 끝을 다 알고 싶어한다. 안되면 안된 이유, 되었음 된 이유, 불복과 그 과정들 등등 이것을 공개하지 않으니 밀실에서 쑥덕쑥덕 처리한 줄 안다.
셋째 공정성이다. 그냥 쉽게 생각하자. 공정이란 공공의 영역에서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그 상대방에게 대응할 기회와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공직자가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 하여 규정에 벗어나 말할 기회를 여러 번 주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규정 대로만 주면 그 자체가 공정성이 훼손 되었다고 생각한다. 설명이던 소명이던 원하는 만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해결될 문제임에도 그게 공공기관과 공직자는 귀찮은게다. 요즘 세상에 누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하겠는가?
넷째 청렴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평등을 지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직사회에는 계급에 굴복하고 굴종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건 사고 예방을 위해 실무자가 예산을 가지고 있는 부서나 부서책임자에게 사고 예방을 위해 이런 게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콧방퀴를 뀌다 높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바로 시행되고 즉시 처리된다. 이러니 국민은 공직자가 청렴하다는 것을 믿고 싶어도 윗사람 눈치만 보고 일한다며 믿지 않는다. 믿음과 법만 지켜도 저절로 하늘나라에 태어난다지 않은가.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면 이제 공공의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면이 변해야 한다. 그 변함에 무디면 스스로 도태됨을 알면서도 주저주저한다. 그냥 해보자 청렴이든 청렴이 아니든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을 실천해보자. 청렴의 껍데기에 함몰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당신의 깨끗함이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
거제경찰서 시민청문관 김용일(권익위 청렴연수원 등록 청렴교육 전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