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2:06 (금)
손영민의 풍물기행-거제시청씨름단과 함께한 외도 여행
손영민의 풍물기행-거제시청씨름단과 함께한 외도 여행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23.05.16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의 땀과 정성으로 더욱 아름다운 섬, 외도(外島) 보타니아-

며칠 전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손 부단장님, 이번 주말에 선수들과 외도 여행을 할 계획인데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최석이 거제시쳥씨름단 감독의 목소리다.

영남대학교 간판씨름선수에서 영남대 4학년 재학 시절인 1995년, 대구 고산초 씨름부 지도자(소년체전 금메달획득)를 시작으로 전남 순천공고, 증평군청 씨름단, 증평중, 증평공고 감독을 역임하면서 ’현역 선수들과 감독들 사이에서 ‘우승제조기 감독’으로 불리었다. 경북 문경 출신인 그는 우리나라 씨름감독 중에서 보기 드물게 충북과 전남 등 타지에서 코치, 감독을 역임하며 초·중·고·남자실업팀을 지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2020년 거제시청감독으로 부임한 시절은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이다현선수 무궁화급 전관왕 달성과 단체전 4회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는 점에서 그의 개인 팬들에 의해 ‘최석이의 거제시청씨름단 신화’로 포장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씨름감독 넘버 원’이란 별명처럼 그 명성이 자자한 명 감독으로 변신한 최석이(51세). 민속씨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진짜 이유는 남다른 열정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씨름인으로서 삶을 산지 어느듯 35년. 이제 거제시청‘씨름감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거제시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필자는 최석이 감독이 이끄는 거제시청씨름단 선수들의 가이드를 자청했다. 선수들과 외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언제나 굴뚝같았지만, 그보다 먼저 매월 전국장사씨름대회가 열리기에 여행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외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무작정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5월 14일 오후 2시. 구조라 앞바다에는 우리 선수단 일행을 태우기 위해 자욱한 안개를 해치며 보타니아호(9.5톤)가 소리 없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선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구조라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외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멋진 거제시청 여자씨름선수들이 초등학교 소풍 온 듯 고된 훈련 중인데도 오랜만의 외출에 모두 즐거워서 깔깔대며 발걸음이 가뿐해진다. 밖으로 나오면 그냥 좋은가 보다.

남해안의 작은 외딴 섬이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거제도 앞 새끼 섬 외도(外島)! 한때는 거의 불모지였던 그 섬엔 인간의 뜨거운 손이 일궈낸 감동의 드라마가 숨어 있다. 외도는 거제도에 인접해 있는 60여 개 섬 중의 하나로 거제도 본섬과 4km 정도 떨어져 있다. 외도는 전 면적이 43,861평으로 멀리서 보기에는 하나의 섬 같지만, 동도와 서도로 나누어져 있다. 서도에 약 만여 평가량의 식물원과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으며, 동도는 현재 자연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필자가 외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12번째. 2017년 9월에 KBS 손미나 아나운서와 함께 다녀온 후 무려 6년 만이다. 외도를 현재와 같은 꿈의 정원으로 일궈낸 주인공은 (고)이창호 씨와 최호숙 부부이다. 1969년, 낚시를 좋아했던 (고)이창호 씨는 이 섬에 낚시하러 갔다가 태풍을 만나 하룻밤을 머문 것이 이 섬과의 첫 인연이 되었다.

외도를 가꾼 주인공인 최호숙회장. 그녀가 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외도(2006년 7월 출간)’에서 “38년 전, 외도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 삶을 새롭게 바꿔줄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서울에서 14시간을 달려와 이 섬에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절벽과도 같은 바위와 파도, 그리고 두려움과 막막함이었다. 몇 가지의 우연과 시간이 겹쳐 엉겁결에 사들이게 된 섬이 내 운명을 영영 가두어 버릴 것 같았다.

불 확실함이 주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부부는 무언가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초가집 몇 채와 고구마밭이 있던 외도는 밀감농장으로, 그리고 돼지농장으로 변모를 거듭했고, 운명처럼 실패와 좌절이 되풀이되었다. 시멘트와 자갈을 일일이 포대에 나눠 담아 통통배로 실어 나른 뒤 애써 만든 선착장은 번번이 파도와 태풍에 휩쓸려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다. 이런 일이 거듭될 때마다 내 인생도 오지의 외딴섬에 잘못 정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인생이 질기고 희망도 질겼다. 실패할수록 오기도 생겼다. 결국, 사람이 평생 하는 일은 태어나 살다가 죽는 것. 죽고 사는 것은 어차피 신의 영역이니 그에게 맡기고 내가 해야 할 일은 가운데 토막인 ‘사는 일’에 매달려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보는 것이다.

그때 우리 부부의 땀과 눈물과 꿈을 바쳐 심고 가꾼 나무들이 꽃들이 오늘의 외도를 만들었다. 그렇게 30년간 매달려 공들인 외도의 구석구석이 과거 밀감농장 조성을 위해 심은 밀감 3천 그루와 방풍림 3천 그루는 한파로 실패했지만, 그때의 빈 울타리가 남아 현재의 '천국의 계단'이 되었고, 돼지 80마리를 키우던 운동장은 '비너스 가든'으로, 고구마밭은 '선인장 동산'으로 변모하여 아름다운 태피스트리(Tapestry)를 이루었다. ‘천국의 계단’으로, ‘비너스 가든’으로 그리고 ‘에덴동산’으로 태어났다.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않던 ‘바깥 섬’ 외도는 이제 해마다 100만 명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해상정원이 되었다.” 고 회상한다.

이 섬에는 현재 희귀아열대 식물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1,0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개발은 곧 자연파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만든 아름다운 지상낙원, 외도보타니아가 된 것이다.

 

외도 가는 유람선은 구조라, 장승포, 지세포, 와현, 도장포, 해금강, 다대선착장 등 총 7군 데나 있다. 각 코스는 대부분 해금강을 경유 하여 외도로 들어간다. 거제시청씨름단의 경우에는 구조라 선착장에서 박용태 관리부장님이 선수단을 위해 특별히 보내주신 ‘보타니아호’를 타고 출발했다. 외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완만한 비탈길을 따라 보기에도 깜찍하고 예쁜 아치형 정문을 통과한다. 오랜 기간 외도에 들어와 해상공원을 가꾸셨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길을 거닌다.

경사진 길을 따라 땀방울을 훔치며 분수대 삼거리를 지나치니 선인장 동산이다. 이어서 상행코스로 외도광장-분수대 삼거리-선인장 가든-비너스 가든-리하우스-플라워 가든-뱀부 가든-파노라마전망대-카페, 오!아름다운...으로 이어졌다. 초입 길에 코스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길을 잃거나 진행 방향을 혼동할 염려는 없었다. 상행코스는 노란색, 하행코스는 푸른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상행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비너스 가든'. 비너스상과 정원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너스 가든에는 마치 그리스의 신전을 옮겨 놓은 듯한 기둥 사이의 대리석 비너스와 다윗의 조각들이 꽃들과 어울려 신화 속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외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이라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다. 섬 상단에 위치한 '카페, 오! 아름다운'에서 커피나 팥빙수 등 식음료를 즐기는 것도 낭만이다.

사진을 열심히 찍던 이다현 선수가 말문을 열었다“저 커플은 소품까지 준비했네. 저쪽에서 찍으면 바다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겠다. 사진 찍는 것도 배워야 한다니까” 조금 전 ‘닭살 커플’이 포즈를 잡았던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한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이 선수가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굿~”

이제부터는 하행코스. (고)이창호 추모비와 조각공원을 지나면 에덴 교회를 만난다. 에덴 교회는 절벽 위에 지어진 작은 교회. 에덴 교회를 지나, 잠시 ‘사랑의 언덕’에 올랐다. 사랑의 언덕은 원래 원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풍어제를 지냈던 곳으로 300년이 넘은 오래된 당산나무가 있는 신성한 곳이다. 아름답고 아늑한 이곳에 많은 연인들이 찾아와 사랑을 확인하고 약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별한 추억을 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랑의 언덕(Hill of Love)'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사랑의 언덕에 서면 외도의 모든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천국의 계단으로 내려가 분수대 삼거리, 기념품 샵, 물의 정원, 바다 전망대를 지나 메모리얼 갤러리에 들렀다. 이곳에는 (고)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외도를 “꿈의 정원”으로 일궈온 과정을 사진과 글로 전시해놓고 있어 감동을 더 한다.

구조라에서 배로 20분, 놀라운 생테공원이 만들어져 있는 외도보타니아. 외딴섬으로 낚시하러 갔던 여행자가 외도 사랑에 빠져 인공섬을 가꿨다는 스토리, 화창한 봄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 모두가 우리에겐 감동 그 자체였다.

최석이 감독은 “5월의 외도보타니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섬이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신 외도보타니아 박용태 관리부장님, 보타니아호 선장님, 봄 도다리회를 맛보게 해주신 지세포 횟집 사장님께 감사드린다”며“아무래도 또 외도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거제시청씨름단 명예 부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