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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맹을 띠 놓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람들]“맹을 띠 놓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4.09.3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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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산림녹지과 공원조성담당계 이영실 계장

독봉산 웰빙공원 물놀이시설 조성의 주인공…농업직 공무원 천직으로 생각
 

 

동전의 양면, 절대 그럴 리 없어 보이던 것이 의외의 반전을 일으킬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에게서 받은 결론이 바로 그렇다.

이영실 거제시 산림녹지과 공원조성담당 계장.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예리한 눈빛, 약간은 히스테릭해 보이는 메마른 몸매, 그에게 말을 걸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와 말을 섞기 시작하면 새로운 반전이 기다린다. 우선 지독한 거제사투리에 성격 급한 것까지 전형적인 거제사람이다. 급한 성격 탓에 머릿속 생각을 말로 다하지 못해 입안에 맴돌다 허공에 사라져버리는 몇몇 단어들. 그런데 몹시 정이 간다.

왜?

아마도 그 답은 그의 태생이 철저히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청면 칠천도 옥계마을이 고향인 이영실 계장은 현재의 보직에 딱 맞는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겠지만….

“농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예과를 졸업해서 지금의 이 직종이 저에게는 딱 맞는 천직입니다.”

생김새와 사뭇 다른 그의 반전은 그가 줄곧 흙과 나무를 가까이 해왔던데 있었다. 나고 자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그의 정체성은 오로지 한 곳에서 한 곳을 향해 묵묵히 진행 중이다.

지난 1991년 8월 하청면 칠천출장소에서 농업직으로 첫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영실 계장은 지금 자신이 있는 이 자리가 천직이라고 했다.

“맹(명, 命)을 띠(떼어) 놓고 이 일을 열심히 할 겁니다.”

그가 이처럼 고무된 것은 물론 이 직종이 자신의 정체성과 잘 맞다는 공통점 외에도 최근 거제시민들로부터 각광받은 ‘독봉산 웰빙공원 물놀이시설’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찾을 줄 몰랐다”는 그는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하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민가족공원을 조성하는 게 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권민호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독봉산 시민공원 조성’을 자신이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미 기본계획이 상당 부분 잡혀 있는 시민공원 내에 기존 물놀이시설을 비롯해 인라인스케이트장, 야영장, 바비큐장 등 실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2017년 정도 돼야 첫 삽을 뜨고 2020년 전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는 독봉산 시민공원에 대해 그는 “나중에 공원이 완성되고 나서 이영실이 주무를 맡아 완성한 공원이다. 제대로 공원을 조성했다”는 말을 듣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전했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이영실을 자극하다

그가 이처럼 독봉산 시민공원에 대해 애착을 갖는 이유는 거제에 산재한 근린공원, 소공원, 어린이공원 등 300여개의 공원이 있지만 시민들로부터 제대로 대접받는 공원이 몇 없기 때문이다.

“공원조성에서 사후관리까지 4명의 직원이 매일같이 바쁘게 일하지만 대부분의 공원들이 야간에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으로 탈바꿈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민원이 발생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영실 계장은 “그래도 시민들에게 관리를 잘못했다는 지탄을 받으면 안되니까 노후된 시설 관리 등에 항상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올 여름 독봉산 웰빙공원 물놀이시설이 한달 운영에 3만여 명의 시민들을 불러 모은 것에 착안해 내년에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옥포 중앙공원에도 같은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미 예산은 2015년도 당초예산에 포함돼 있어 옥포동 일원 주민들도 내년 여름에 물놀이 공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공원내 주차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7월31일 개장해 8월31일까지 평일 500명, 주말에 최대 2500명까지 독봉산 웰빙공원 물놀이시설을 방문했다”고 설명한 이영실 계장은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주차문제가 가장 골칫거리였다”고 시인했다.

그가 계획을 세운 옥포 중앙공원 물놀이시설 조성은 바로 이러한 시행착오에서 기인했다. 고현동에 조성된 독봉산 물놀이시설과 옥포 중앙공원 물놀이시설을 통해 한꺼번에 폭주하는 시민들을 분산시켜 ‘교통문제와 주차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에서다.

그의 첫 번째 반전이 생김새와 달리 소탈하고 순수함이라면 두 번째 반전은 생김새처럼 깐깐하고 치밀함을 갖췄다는 것이었다.

“휴일에 거제시민들이 갈 곳이 별로 없다. 4인 가족이 휴일 나들이에 나서면 5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그래서 독봉산 웰빙공원에 물놀이시설을 개장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주고 칭찬해줘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

어쩌면 그의 두 번째 반전의 단초는 시민들이 제공한 셈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시민들의 칭찬이 그에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도록 용기를 북돋웠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직 공무원 된 것 한번도 후회하지 않아

 

이처럼 생김새부터 반전의 연속인 이영실 계장이 공무원이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대학 졸업 후 ‘시크라멘’이라는 꽃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에 취직했던 그는 당시만 해도 열악했던 온열시설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열풍기가 있어 쉽지만 당시만 해도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연탄으로 난방을 했는데 매일 밤 12시에 연탄 200장을 혼자서 갈다보니 일산화탄소로 인해 목이 잠기지 않는 날이 없었다. 연탄가스로 인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연탄가스로 인한 건강문제는 젊은 이영실에게 중요한 화두였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농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농업직 공무원’이 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농업직에 대한 자부심으로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공무원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농업직은 처음 들어올 때는 말이 없는데 생활하다 보면 불평불만만 느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진급할 자리가 없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덧 20년을 넘긴 공직생활, 이제 10년 남짓이면 정리해야 할 단계가 되는 그에게도 진급의 문제는 중요한 현실이다.

“한번도 농업직 공무원이 된 것에 후회한 적이 없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누구보다 농업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농업에 대해)많이 아는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승진에 욕심을 부릴 만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보직에 대한 자부심에 남다른 이영실 계장. 그의 또 다른 반전은 여기서 시작했다. 일에 대한 자부심, 그 자부심을 딸에게 전염시키고 있었다.

“지금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조경학과에 보내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다. 처음에는 공무원이 뭔지 모르고 별다른 관심이 없던 딸이 진학시기가 되다보니 직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무원에 대해 호의적이다. 요즘은 농업직 공무원에 대해 이야기 하면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맞장구치고 있다.”

깐깐한 외모와 달리 순수하면서도 말만 하면 반전의 연속인 이 남자 이영실. 딸까지 농업직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닌 진담이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자기 직업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자부심이었다.

“맹을 띠 놓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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