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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는 ‘뒷묏등’에 만발하고
‘피비’는 ‘뒷묏등’에 만발하고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3.12.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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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로 먹던 꽃

봄이 되어 보리가 한창 올라올 무렵에는 산과 들에 온갖 야생화와 잡초가 창궐한다. 그 가운데 먹을 수 있었던 꽃으로는 ‘참꽃’과 ‘꽁밥’, ‘피비’가 있었다. ‘참꽃’은 진달래를 일컫는 말로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라는 뜻으로 참꽃이라 부르며, 한편 비슷하게 생겼으나 먹을 수 없는 꽃인 철쭉은 ‘개꽃’이라 부른다. ‘개’는 ‘개(犬. 狗)’가 아니라,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

‘참꽃’은 그야말로 한꺼번에 지천으로 피어서 많이 따먹다 보면 입 주변이 보라에 가까운 시퍼런 색으로 변해지기 일쑤였고, 속까지 시렸다. 또한 숲 속에는 아름다운 난초의 꽃이 있었는데, 이름하여 ‘꽁밥’(꿩밥) 또는 ‘꼬옹빱’이라 불렀다. ‘보춘화’라고도 부르는 춘란의 꽃인데, ‘꽁’(꿩)이 좋아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꿩이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들은 산에서 그 예쁜 꽃을 즐겨 따서 손에 들고 다니며 심심풀이로 먹곤 했다.

‘피비’는 ‘뒷묏등’에 만발하고

‘피비’, ‘삐비’는 ‘삘기’의 방언이다. ‘삘기’는 사전에 ‘띠의 새로 나는 어린 싹’으로 표기되어 있다. 백과사전에도 이렇게 적혀있는데, 이는 오류이다. ‘어린 싹’이 아니라 ‘피지 않은 어린 꽃’이다.

‘띠’는 벼목 화본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잔디와 새(둘 다 화본과)의 중간 쯤 된다. 이 띠는 거제에서 ‘떼’로 부르는데, 꽃이 봄이 되면 이쑤시개처럼 솟아오른다. 완전히 피기 전에 뽑아서 그 여린 꽃의 속살을 먹는 것이다. 늦봄이 되면 다 뽑아 먹는다고 먹었는데, 그래도 남은 ‘피비’의 꽃들이 ‘뒷묏등’(집 뒤의 무덤)에 어이없이 하얗게 만발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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