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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유퉁, 황홀한 갈매기들과 ‘거제 첫 전시회’
예술인 유퉁, 황홀한 갈매기들과 ‘거제 첫 전시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24.05.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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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갤러리를 찾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모습

주말 장대비가 물러나면서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거제지역 화단에서도 미술전시회가 기지개를 켜며 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필자는 지난 4일, 유퉁의 미술개인전이 열리는 ‘공감 갤러리’를 찾았다.

유퉁은 스스로 유튜브가 되어 방송인의 타고난 기질을 이어가면서도, 최근 그림과 서화·서예 등 전시 작품 50여 점을 들고 전국을 무대로 파상적인 전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런 그가 장돌뱅이 아티스트로 밑바닥을 다진 후 토털 아티스트 의 면모를 일신하고자 경남 거제시 외포에 위치한 ‘공감 갤러리’에서 예술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5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열리는 유퉁의 이번 전시는 설진갑 계룡산온천 대표와 김정희 공감갤러리 대표가 유퉁의 딸 미미를 후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유퉁과 관련된 장소라면, 부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유퉁의 성장기에 살던 집이 부산 전포동에 남아 있어서다. 그러나 그가 부산에 머문 기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고, 거기서 제작한 작품도 많지 않다. 오히려 유퉁 생애 최고의 무대는 부산이 아니라 제주도다. 그의 대표작 달항아리, 천국의 하루 등이 모두 제주도 체류 기간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방송인 겸 화가 유퉁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강력한 색감으로 화폭에 담아냈다. 화면 가득 뿜어내는 원초적인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작가는 궁극적인 관계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공감의 상황을 회화로 표현해 ‘치유’라는 명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전시 타이틀은 ‘흔적’으로 전 세계와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던 기억의 흔적을 꺼내어 다양한 색상의 물감을 활용해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채도를 달리한 파랑과 빨강 등 원색이 화폭에 가득하다. 파랑은 뒤쪽의 경치가 되기도, 때로는 시선을 사로잡는 주요제재가 되기도 한다. 푸르고 붉은빛을 머금은 캔버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대어 지면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밤하늘의 별, 노을, 일출에서 모티브를 얻어 산과 바다 등의 대상물을 영감이 떠오르는 데로 작업한 상상화도 흥미로워 유퉁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방송인 유퉁이 미술계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오랜 충전의 세월이 있었다. 그는 대구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를 뉴질랜드에 잠깐 다녀온 후 책 읽기와 지리산과 태백산을 넘어 울릉도, 독도, 제주도, 거제도 등 팔도사방을 돌아다니는 일로 보냈다.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이 땅의 자연은 회화 정신을 숙성시키는 원리가 되었다. 인생의 철학으로 가슴에 저장해둔 내면의 소리 세계에 눈길이 머물렀고, 무심하게 지나온 그간의 세월을 뼈아프게 만들었다.

화려한 원색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의 그림엔 산, 바다, 섬, 하늘, 새들이 동시에 나오는 대자연의 풍경화가 많다. 화려한 색이 색채 이미지보다는 우주 및 인간의 삶에 관한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품듯, 그림의 등장물들 또한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적 세계를 나타낸다. 그러면서 그의 그림은 풍경 시리즈가 보여주듯 남도의 섬들이 펼쳐놓은 곡선처럼 너그럽고 다감하게 다가온다. 그의 그림 앞에서는 하염없이 기쁘기도 하고 퍼질러 앉아 울고 싶어지기도 한다.

작품명 전국의 숲

전시는 거제에서부터 시작해 전국 순회를 한다. 유 작가에 따르면 거제는 고향 부산사람들이 많이 살고, 친인척들과 어릴 때의 친구, 선배, 지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에 부산과 경남의 형제들과 팬들이 전시회도 감상하고 거제도 구경하는 일석이조의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한다. 이어서 김해, 군산, 순천, 대전, 서울 그리고 제주에서 ‘찾아가는 투어 전시’는 끝이 난다고 한다.

때로는 바쁘게 국경을 넘나들고 지금은 전국투어를 위해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고 열정을 쏟고 있는 유 작가에게 “이러한 왕성한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물으니까 그는 망설임 없이“딸 미미의 뒷바라지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얘기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미미는 내 삶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희망이고 꿈입니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 포스트가 눈길을 끈다. 딸 미미와 함께 새 인생 출발한 유퉁을 응원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전시회를 관람한 후 잠시 발걸음을 쉬어가고 싶다면 전시장 1층 야외카페에서 이수도 앞바다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외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싱그러운 바다 냄새, 포구를 오가는 작은 어선들과 갈매기 때, 횟집 주인과 젓갈 장사들의 호객행위, 포구 방파제 한편 좌판에서 벌이는 막소주 파티의 흥청거림, 봄철이면 여기에 한가지 즐거움이 더 추가되는데 바로 봄 멸치다.

글·사진/ 손영민: 칼럼니스트·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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