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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쎄가 만발이나’
이런 ‘쎄가 만발이나’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0.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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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쎄가 만발이나’

거제도에서 가장 과장되고 해학적인 욕설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쎄가 만발이나 빠질 놈’을 들고 싶다.

‘쎄 빠질 놈’이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하는데, ‘쎄’는 ‘혀’를 말하는 것이며, 만(萬)발의 ‘발’은 두 팔을 좌우로 폈을 때 오른손 끝에서 왼손 끝까지의 길이를 기준한 것으로, 약 150cm에 해당한다. 따라서 혀가 만발이나 빠진다고 하는 것은 15㎞나 빠진다는 뜻이니, 얼마나 황당한 과장인가! ‘제 코가 석자’라는 말에서 코는 1m도 채 못 되는 상황이므로 더욱 비교가 된다.

과장은 그렇다고 쳐도 이 말의 상황이 왜 욕이 되는 것인가. 우선 이 욕설이 쓰이는 상황을 설명하고 풀어 나가자. 예컨대 애들이 뛰어 논다고 보리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을 경우, 보리밭 주인이 “이런 쎄가 만발이나 빠질 놈들이 있나.”로 야단치며 혼을 내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혀가 끔찍하게도 길게 나오는 법이 없으므로, 혀를 잡아 빼는 고문이나 죽도록 곤장 등을 맞아 혀가 축 늘어지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죽도록 곤장을 맞거나 혀를 잡아 빼는 고문을 당하여야 할 놈들’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렇게도 끔찍한 상황을 담은 욕이 그리 쌍스럽게 들리지 않는 까닭은 어찌된 일일까? ‘만(萬) 발이나’를 사용하는 허황된 과장이 오히려 한몫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일을 죽도록 하는 경우에 ‘쎄(혀) 빠지게’와 ‘뻬(뼈) 빠지게’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쎄 빠지게(뻬 빠지게) 일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것노?” ‘뼈’을 ‘뻬’로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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