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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몽돌빵의 아버지
[사람들]몽돌빵의 아버지
  • 원용태 기자
  • 승인 2014.10.27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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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요리학원장·한국국제대외식조리학과 황석민 교수
▲ 거제요리학원장·한국국제대학교 조리학과 황석민 외래교수

0.01mm두께의 복어회 사진 한 장으로 한때 인터넷과 방송매체를 뜨겁게 달군 황석민 교수(45·국제대학교 외식조리학과 외래교수·거제요리전문학원장). 다름 아닌 그는 최근 거제특산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몽돌빵’의 아버지다.

한식․중식․일식 외 복어요리까지 평정한 요리계의 팔방미남 황 교수를 만나 그의 요리철학과 ‘몽돌빵’의 탄생기를 공개한다.

장군의 꿈이 전문요리인으로 바뀌다

황 교수의 요리인연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70년 경남 함안군 칠서면에서 2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난 황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인근 마산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당시 마산에서 요리학원 강사였던 셋째 누나인 황영숙(54․현 통영조리직업전문학교장)씨와 4년 동안 살면서 황 교수는 매일 누나의 요리하는 모습을 어깨 넘어 배웠다. 황 교수는 이때부터 중학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음식점 요리사와 견줘도 뒤쳐지지 않는 요리와 화려한 칼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황 교수의 꿈은 장군의 길을 걷는 것. 요리솜씨는 같이 살던 누나에게 우연찮게 습득한 것뿐이었다.

대구 안동대 경제학과를 입학한 황 교수는 육군3사관을 지원해 부산․안동․구리 등지에서 인사․작전․군수장교 등의 군 임무를 맡으면서 장군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당시 누나 황영숙씨는 거제와 통영에서 요리전문학원을 운영 중이었지만 혼자서는 감당이 되질 않아 군에 있는 황 교수에게 거제요리전문학원의 행정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황 교수는 자신의 꿈인 장군을 포기하고 제대 전까지 군에서 한식과 양식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역날인 1999년 9월 30일, 9년 6개월의 군복무를 뒤로한 채 대위 군복을 벗고 제대 당일 누나의 일을 도우러 거제로 향했다.

전문 요리인으로 꿈을 전향한 황 교수는 당시 30살의 늦깎이 요리인에도 불구하고 이후 복어․일식․중식․바리스타․이태리요리지도사․반찬요리지도사 등 9개가 넘는 자격증을 거침없이 취득하면서 각종 국내․국제 요리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휩쓸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황석민 교수가 뜬 복어회

황 교수는 복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요리사인 누나의 권유로 복어 요리를 배웠지만 청출어람. 투명한 살점을 얇은 칼로 0.01mm의 두께로 회를 쳐 푸른 무늬로 그려져 있는 접시에 올려놓으면 접시무늬가 훤히 다 비칠 정도로 예술적인 경지에 올랐다. 이제는 국내 최고의 복어 요리 솜씨를 자랑한다.

특히 지난 2012년 중국 복어요리 경연대회에서 금상(최고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요리인의 가장 큰 영광인 ‘세계 조리사회연맹(WACS) 심사위원’으로 뽑혔다.

뿐만 아니라 거제요리전문학원 원장과 음식업 연구개발, 각종 협의회 위원과 국제대학교 외식조리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사꾼기질은 어느새 교육자의 자존심으로

황 교수는 지난 1999년 거제에 내려와 수강생 약 8000여 명을 수료시켰다. 최연소 복어조리기능사 3명 등 배출한 복어조리기능사만 600명이 훌쩍 넘는다.

황 교수는 처음 거제요리학원을 운영할 때 1~2년 동안은 수강생들이 돈으로 보일 정도로 장사꾼 기질이 강했다. 3년이 지나자 장사꾼 기질은 어느새 많은 합격생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자의 자존심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황석민 교수가 개발한 개인 바구니 시스템.
    이 시스템으로 수강생 자격증 합격률이 90%를 넘어섰다

지난 2000년대 초, 황 교수는 거제요리전문학원에서 보다 높은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군수장교 때 공동장비를 개인 세트화 했던 경험을 살려 각종 개인요리도구들로 가득 차 있는 바구니 시스템을 적용했다.

매번 실습할 때 마다 누가 썼는지도 모를 공동도구를 사용하기보다 손때가 묻은 개인도구로 요리를 해야 제대로 된 결실이 나올 거라는 예측이었다.

이 예측은 그대로 적중했다. 개인 바구니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수강생의 자격증 합격률은 90%에 달했다. 황 교수는 ‘내가 배우듯 최선을 다해 가르치자’라는 학훈 아래 현재도 새로운 시스템 발굴과 교육자로서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돈만 놓고 본다면 교수나 학원장을 택할 순 없죠. 하지만 요리인으로서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앞으로 한 평생 요리연구와 제자 양성에 힘쓸겁니다”

황 교수는 굵직굵직한 국내외 상들을 수상하고 각종 협의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등 요리인으로서의 개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요리 지도자로서 목표를 이어나가면서 삶의 보람을 찾기로 결정했다.

이후 황 교수는 전문적인 지도자 길을 걷기 위해 국립경상대 해양식품공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 후 현재 식품 공학박사로 국제대학교 외식조리학과 외래교수로, 거제요리전문학원장으로 요리인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황 교수는 예비 요리인들에게 “요리계는 무궁무진한 직업의 선택권이 많아서 당장 힘들어도 요리에 대한 열정만 품고 있으면 성공할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기 때문에 좌절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 황석민 교수의 복어회 뜨는 모습

맛의 철학 “분위기도 맛입니다”

전국의 소문난 맛 집을 찾아다닌 다는 황교수. 과연 그의 입맛은 어느 정도 인지 알아보기 위해 마음에 드는 음식점이 몇 %라는 질문에 의외로 주저 없이 100%라고 답한다.

“분위기도 맛입니다. 사실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좋은 분위기가 제 입맛을 돋궈 주거든요”

맛도 음미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음식점의 분위기, 요리를 내 놓는 접시, 종업원들의 태도 등도 맛 집 선정에 필요한 요소라고 한다.

다양한 요리자격증을 보유하기 위해 일일이 맛을 봐야 해 가리는 음식이 없다는 황교수. 다만 보양식만은 아직도 먹기 어려운 음식이라고 고백했다.

▲ 거제 몽돌빵
▲ 식후 저금통으로 사용이 가능한 몽돌빵 케이스

“저를 찾아와준 지인들에게 무엇을 줄까 고민하다 몽돌빵을 개발 했습니다”

황 교수는 항상 자기를 찾아 온 지인들이 되돌아갈 때 쥐어줄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이 마땅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비싼 멸치나 유자 같은 경우는 너무 흔해 새로운 거제의 특산품을 개발하기 위해 줄곧 고심해 왔다.

황 교수는 통영꿀빵을 예로 들었다. 통영꿀빵은 통영에서 빵 위에 꿀을 발라 쉽게 상하지 않아 뱃일을 하는 어부도 오래 동안 먹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꿀빵은 전국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단지 통영에서 유래돼 특산품으로 발달 한 것이다. 이에 착안해 황교수는 거제몽돌을 캐릭터 삼아 지난 8월 거제특산품, 몽돌빵을 개발했다.

무방부제, 무색소로 만들어진 몽돌빵은 매끄러운 몽돌의 모습이다. 고구마 앙금이 한가득 들어있고 겉에는 견과류가 뿌려져 있어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에 소개가 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특수공법으로 상온에서 10일 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일반제과점과 같이 일일이 토핑하고 직접 굽고 튀기는 등 수작업 양이 상당하다. 수분을 완벽 증발시켰기 때문에 냉동보관 시 빵 속까지 얼지 않아 여름엔 시원하고 촉촉한 별미를 자랑한다.

황 교수가 개발한 양철로 된 케이스는 고급선물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매끄러운 겉면에 동전 투입구가 만들어져 있어 저금통은 물론 각종 수납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식후에도 활용도를 높였다.

“몽돌빵을 박리다매로 전국에 알릴 겁니다”

지난 8월부터 ‘몽돌빵’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원재료 값만 50%에 육박하며 인건비, 각 판매처의 판매이익 20~30%를 제하면 현재까지는 월 1000만 원 정도 적자다. 황 교수는 ‘박리다매’로 많이만 팔면 이윤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까지 한정적인 유통망의 상황 속에서 매출이 부진하지만 황 교수는 전국적인 인맥이나 웹을 통해서 지속적인 홍보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몽돌빵을 통해 거제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1년 동안은 손해를 감수 하고 몽돌빵 알리기에 적극 홍보 할 것입니다. 몽돌빵은 충분히 전국에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판매망 확충과 관계기관에서 협조를 구한다면 성공적인 거제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 황석민 교수가 교육하는 거제요리학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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