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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시대 평범한 가장의 얼굴
[사람들]이 시대 평범한 가장의 얼굴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4.10.30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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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 진성찬 경위

튀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직업 소명의식도 높아

 

경찰로 10여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 그들의 상징인 독수리처럼 눈이 매우 날카롭게 변한다. 이런 특성은 대체로 예외가 없이 들어 맞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딱히 그를 특징지을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평소 무표정할 때 그의 눈빛은 예리하다. 그런데 (다른 경찰들도 그렇듯)웃으면 선한 인상이다. 딱히 모가 난 성격도 아니다. 초고속 승진도 아니고 열심히 근무해서 경위까지 이르렀다. 그렇다고 남부러워할 만큼 상복이 없지도 않다. 표창도 10건 가까이 된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딱히 이 사람을 뭐라 표현할까.

어쩌면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가장의 표본일지 모를 일이다. 튀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주변 환경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다.

거제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 진성찬(남·48) 경위.

그는 경찰로서 특별한 자부심이나 사명감보다는 자신의 직업적 소명의식을 앞세웠다.

“내가 경찰로서 어떤 특별한 의식을 갖는다기 보다는 내 직업이기 때문에 이 일을 열심히 한다. 이 일을 통해서 내 가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찰이면 한번쯤 ‘천직’이다,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통속적인 표현도 써볼만 한데 그는 그런 미사여구에 대해 반색했다.

지난 92년 6월27일 순경공채로 첫 발을 내디딘 진성찬 경위는 거제경찰서 내에서도 교통조사계 업무의 대가로 통한다. 순환보직에 따른 지구대나 파출소 전보발령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시 본서 경비교통과에 배치되기 일쑤다.

 

그가 교통조사계에 근무한 것은 전체 22년의 경력 중 8년에 불과하지만 직업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그를 찾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서하면 형사계(강력계)가 힘들 것이라고 미리 추측하지만 어느 부서 하나 만만한 곳은 없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의 1차 터미널이 경찰서이고 보면 그곳에 근무하는 경찰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교통조사계 업무도 마찬가지다.

“차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거제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모두 처리하며 교통사고가 아니더라도 단순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으로 단속된 사건,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위반차량 등도 교통사고 조사계의 업무이다.”

진 경위의 설명에 따르면 2014년 7월 기준 거제시 등록인구는 25만8000여명, 외국인 1만2000여명이며 등록된 자동차는 9만2500여 대, 이륜차 1만9100여 대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계속적으로 증가일로에 있으며 실제 거제시에 상주하는 인구는 40여만 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격무 속에서도 작은 보람에 만족하며

자신의 업무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이어간 진성찬 경위는 “거제경찰서가 1급지로 승격되면서 지난 8월11일자에 2명이 증원돼 교통조사계 조사인원이 현재 12명이다. 이전에 10명이 교통사건을 처리할 때는 한 사람당 월 40건을 접수해 처리해 왔다. 12명으로 증원된 지금도 매월 37~38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계산으로는 하루 1.3건 정도의 사건을 처리하면 되는 명쾌한 답이 나온다. 어렵지도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성찬 경위의 말은 달랐다.

“간단한 교통 관련 사건의 경우 하루만에 처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통사고 사건은 4~5일 걸리며 큰 사건들의 경우 1~2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사건해결에 많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한 달에 40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로 인해 사건들이 계속 지연될 경우 민원인들의 불만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수치로 본다면 사건은 처리되지 않고 시간이 자나면 지날수록 누적돼야 하지만 모든 사건들이 지연 처리되면 사건 당사자들이 가만있지 않은 것이다”는 진성찬 경위는 “사건 담당자들은 민원인의 항의나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불만을 극복하기 위해 정규 업무시간 이외의 주말이나 공휴일, 야간 등을 이용해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서가 야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가 납득됐다. 교통조사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부서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일상에 대해 불만보다는 오히려 당연한 일로 치부했다. 그의 직업적 소명의식, 즉 이 일로 인해 가족의 행복이 지켜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교통조사계 사무실 불은 늦게까지 켜져 있고 늦은 밤 퇴근하면서 깜깜한 밤을 걷다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늦어지는 업무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의 막말이나 장기미제에 대한 상부의 압박 등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바로 ‘가족’이었다.

이처럼 가족을 위한 최일선에서 일하며 항상 스트레스와 마주하고 있지만 일을 통해 얻어지는 보람도 크다고 했다. 큰 데서 오는 보람이 아니라 작지만 민원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얻는 보람이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보험에서 처리하고 대부분의 운전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아직까지도 교통사고는 경찰에 신고해야만 처리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연 진 경위는 “그런 민원인들이 경찰서를 찾아와 처리를 요청할 때 자동차보험 관련 상식과 사고처리 과정, 교통사고 잘잘못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 등을 충분히 설명하면 비로소 보험가입의 이유와 편리성을 깨닫고 흐뭇해 할 때 민원인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더 크게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자신과 상담했던 민원인이 이후 다른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고처리 방향에 대해 문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가끔 괴짜가 되는 자연인 ‘진성찬’

호(好), 불호(不好)를 떠나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성격이 유연하다는 뜻이다. 진성찬 경위의 주변에는 친구가 많다. 직업적으로 철저할지 몰라도 적어도 자연인 진성찬은 유연하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것도 그의 주변에 사람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거제경찰서 직원들의 축구동호회인 ‘포돌이’의 일원으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체력은 30대를 능가한다. 마라톤 완주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운동방법은 조금 독특하다. 따로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평소 생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자동차를 덜 타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직장이 끝나고 저녁에 시간이 나면 어느 때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고현시내를 달리는 이상한 취미도 가졌다.

모처럼 저녁운동을 하다가도 친구들이 “먹기 좋은 날이다” 하며 술판을 벌이면 지체없이 달려가 함께 마신다. 그리고 술자리가 파하면 걸어서 귀가한다.

그렇게 술을 마셔도 다음날 아침엔 반드시 운동을 한다고 한다. 숙취를 말끔히 해소하고 직장에 출근하기 위함이라나.

 

그러던 그가 한때 술을 아예 입에도 대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몇 번이고 이유를 물었지만 딱히 이유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친구들의 술자리나 모임에 빠지지도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술 마시는 옆에 앉아서 ‘맹물’을 소주잔에 채우고 건배를 하고 안주를 먹는 것까지 술 마실 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단지 술만 마시지 않을 뿐.

그렇게 보낸 기간이 한 1년 남짓. 덕분에 그의 친구들은 술자리가 파해도 대리운전 기사 부를 일 없어서 행복했던 시절이다. 전혀 술에 취하지 않은 그가 대리운전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그런데 딱히 이 사람을 뭐라 표현할까”라며 망설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장인 진성찬과 자연인 진성찬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가 경찰로서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나 약간 ‘괴짜’ 같은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서 유연하고 다정한 친구로 살아가는 것도.

“그래서 거제경찰서에는 ‘진성찬’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거제시에는 ‘괴짜 진성찬’이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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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바랍니다 2014-11-03 11:34:25
거제경찰서 축구동호에 포돌이 진 성찬 회장 -역시 사람들이 보는 눈이 틀림 없네요-
모나지 않고 예의 바르고 거만 하지 않고- 좋은 사람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