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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랑에 푹 빠진 '서상마을' 서기웅 이장
마을 사랑에 푹 빠진 '서상마을' 서기웅 이장
  • 원용태 기자
  • 승인 2014.01.0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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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람사는 이야기③

“돌아가신 부모님 선산을 지키려 귀농을 결심했지만, 이제는 마을이장으로써 살기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장을 맡고 나서 제일 잘한 일은 마을에 2층규모의 마을회관(경로당)을 지은 것입니다.”
▲서이장이 준공한 '서상마을회관(경로당)'
지난 12월 말,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전원주택이 유난히 많은 하청면 유계리 서상마을 이장 서기웅(66)씨를 만나 ‘사람사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이장은 지난 2009년, 부산에서 주로 호주와 미국에 철광석을 싣고 다니는 외항선을 30여년을 타다 정년퇴직 했다. 서이장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선산이 모셔져 있고, 형제들도 다 떠난 고향을 지키기 위해 그해 귀농했다.

서이장은 귀농한 이듬해부터 생각지도 않은 마을 이장을 맡기 시작했다. 서이장은 연세가 많은 주민들에게 마을의 심부름꾼이 되어 달라는 권유를 받고, 3년째 이장을 맡아 오고 있다.

서이장은 이장이 되고나서부터 마을의 손과 발의 역할을 자처했다. 몸이 불편한 마을 노인들을 본인차로 이용해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진료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마을로 모셔온다. 면소재지에 있는 미용실도 한번씩 가서 마을 노인들 단체로 퍼머도 하고 온다. 각 가정에 필요한 식료품과 필수품 등도 사다 준다. 마을 사람들은 열일을 마다 않고 자기일처럼 해주는 서이장을 집으로 불러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이에 서이장은 타지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이웃간의 훈훈한 정을 느껴 항상 보답하는 마음으로 마을일에 임했다.

“이장을 맡고 나서 제일 잘한 일은 마을에 2층규모의 마을회관(경로당)을 지은 것입니다.”

▲서이장이 준공한 '서상마을회관(경로당)'
서이장은 항상 마을 어귀에 있는 오래된 경로당이 눈에 밟혔다. 주민들이 드나들기에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 좀 더 따뜻하고 편하게 지어진 신식 건물이 필요했다.

이에 서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다. 서상마을의 새로운 마을회관(경로당)을 준공한 것이다.

서이장은 마을회관을 짓기 위해 시청복지과에 하루 두 번도 찾아갔다. 면사무소에도 회관공사에 대해 자주 물어보고 확인하는 발품을 팔았다. 이런 경험이 없어 더욱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2011년 3월부터 시에서 약 1억2천여만원의 지원금과 약 3,000만원의 마을기금 등을 보태어 공사를 준공하기 시작해 그해 11월, 드디어 ‘서상마을회관(경로당)’을 완공했다. 깔끔하고 최신식으로 지어진 서상마을회관은 현재 마을주민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마을회관에서 동네 잔치와, 대․소사도 열려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편안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서이장은 평소에도 항상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인다. 예전부터 마을 어귀에 깨지고 금이 간 불편한 도로보수를 위해 사업계획서 까지 만들었다. 그 덕에 올해는 약 3,000만원의 지원금으로 도로보수공사를 할 예정이다.

“서상마을은 논, 밭농사가 대부분이라 마을 발전 기금을 많이 모을 여유가 없는, 즉 부자 마을이 아닙니다. 이런 까닭으로 마을을 위해 시청과 면사무소를 자주 방문해 담당자들과 이런저런 애기를 많이 나눕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움직여야 마을에 많은 지원이 오고 발전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소신을 갖고 말했다.

서이장은 요즘 빌린 논 다섯 마지기에 농사를 짓고, 두 딸이 산 밭에 만리향(금목수)을 재배하고 있다. 논농사로 수확한 쌀은 직접 먹고, 자녀들에게 나눠줄 정도 밖에 안된다. 판매할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다. 만리향 나무도 아직 작아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되야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매달 60만원의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빠듯한 생활이다.

▲서이장이 재배하고 있는 만리향(금목수) 밭.
서이장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까지 젊은이 못지않게 건장하다. 오는 2월에 임기가 끝나지만 마을에 적임자가 없을 경우 또 이장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이 나이에 힘에 겨워 이장 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봉사정신과 마을에 애정 없이는 하기 힘듭니다. 고정적인 수입원도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마을에 할 사람이 없는데 저라도 해야죠. 길진 않겠지만 추후 몇 년간의 임기동안은 하청면에서 제일 잘 사는 마을, 아니 제일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라며 솔직하고 소박한 꿈을 내비쳤다.

서상마을의 전경을 뒤로 하고 서이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마을 한바퀴 전체를 둘러보았다. 당장이라도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이다. 곳곳에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전원주택과 가을이면 붉은 물결로 수놓을 산, 조용하고 정이 묻어나오는 마을이다.

서이장은 벌써 꿈을 이룬 것 인지도 모른다. 서상마을이 이미 살기 좋은 마을이 된 것을.

▲마을 곳곳에 예쁜 전원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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