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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성격과 ‘보골’
불같은 성격과 ‘보골’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2.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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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성격과 ‘보골’

경상도 사람들의 급한 성격과 이로 인한 언어습관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보골’이라는 말이 있다. 요즈음에도 제법 쓰는 말이다. 참으로 희한(稀罕)한 말인데 한자말 같기도 하고, 순우리말 같기도 하고 종잡기 어렵다.

사전에는 ‘허파의 경남 방언’이라고 아주 간단히 적혀있는데, 이런 설명이 나를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허파’라니! 그렇다면, ‘보골’은 주로 ‘~채운다’ 또는 ‘~이 난다’로 사용되는데, ‘허파 채운다.’ ‘허파가 난다.’로 쓰면 어느 정도 말이 되어야 하거늘, 전혀 그러질 못하지 않은가. 허파에 바람이 차거나, 샌다는 의미는 주로 바보처럼 실실 웃을 때를 비유하는 경우임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보골’이 만약 신체의 부위를 나타낸다면, 머리(골, 뇌)의 실제부위 혹은 가상부위를 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아니라면 울화통이 치미는 부위와 비슷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지역의 사람들은 ‘보골’ 채우면, 즉각적으로 약발을 잘 받는다. 대개가 참을성 없이 화다닥, 불같은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이런 유형의 예를 들어 본다. “짜증스럽게 자꾸 억지 부릴래. 너 정말 화 돋굴거야?”라는 상황을 거제도식으로는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된증이 나게 니 자꾸 어거지 지울래. 니 진짜로 보골 채울끼가?” 이것은 하나의 예문일 뿐, 이제 이렇게 까지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좀 더 푸근하고 유머러스한 생활과 언어들로 순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된장 냄새 구수한 옛 시절의 말과 억양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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