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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사장 오라고 해
야! 사장 오라고 해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2.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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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청에 근무하는 A씨에게 어느 날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보가 온다. 딱히 아픈 곳도 없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아내에게 면박을 당하고 나서 하는 수 없이 날짜를 받아 검사를 받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 5만원이라는 협박도 있었다.

A씨는 성격도 활달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여 동료 공무원들과도 곧잘 어울려 퇴근 후 소주한잔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는 전형적인 이 시대의 직장인이자 가장이며 남편이었다.

게다가 A씨는 어릴 적부터 태권도에 입문하여 지금은 공인 4단의 실력자였다. 무공을 연마한 영향으로 인해 호탕한 기질은 그가 맡은 업무처리 능력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며칠 후 A씨는 그의 아내에게 납치되어 거제소재 ㅂ병원으로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질질 딸려간다.

간단한 검사가 끝나고 A씨가 그토록 오기 싫은 이유 중의 하나인 위 내시경 검사가 남아 있었다. 그는 동행한 아내에게 건강론, 운동학 등 의학사전에도 없는 온갖 해괴한 이론을 끌어 모아 자신은 아무이상이 없으니 그만 가자고 보챈다. 그러나 아내 생각은 달랐다. 같이 시청에 근무하는 아내는 월차까지 내며 작심하고 따라왔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다.

티격태격하다 결국 수면내시경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른다. 물론 두 사람의 신경전에 간호사와 젊은 의사는 이도저도 못하고 두 사람을 소 닭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겨우 A씨를 어린애 달래듯이 침대에 눕히고 담당의사는 수면내시경, 의학적 용어로는 의식하진정내시경의 주의할 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한다.

특히, 모든 검사가 끝나고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해야 하니 절대 침대에서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오늘 하루 기계조작이나 운전은 삼가야 할 것을 당부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수면에 들어간 A씨, 이제야 그의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앞으로 닥쳐 올 후폭풍에 대해서 그의 아내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순조롭게 검사가 모두 끝나고 젊은 의사는 그다지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깨어나면 안정을 취한 후 집으로 가도 좋다며 총총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30분 후, A씨는 곰이 겨울잠에 취해 깨듯 긴 기지개를 펴며 눈을 뜬다. 하지만 그의 눈은 술집을 전전하며 3차 정도를 마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밑으로 다리를 내리며 “집에 가자”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앞으로 꼬꾸라진다.

이에 놀란 그의 아내와 근처에 있던 간호사가 뛰어와 부축하여 A씨를 다시 침대에 눕힌다. 그러자 A씨는 두 사람을 뿌리치며 큰소리로 “뭐야 이거, 야! 너희 사장오라고 해” 하니 당황한 그의 아내는 “여기 병원이니 조용히 하라”고 하자 한술 더 떠 “우리 애들 다 들어오고, 계산서 가져와”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큰 소란이 일자 근처 진료를 받던 환자와 그리고 의사, 간호사들이 무슨 일이 난 모양으로 A씨가 있는 검사실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건강검진 모드에서 술집 모드로 바뀐 줄도 모르고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등등하게 계속해서 너희들은 필요 없으니 무조건 사장을 오라고 한다.

20여 분간 소란이 계속되자 이에 열이 뻗힌 그의 아내가 큰소리로 “여긴 병원이야”하고 고함을 치니 그제야 A씨는 잠시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살피다 정신을 차린 듯 아내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한다. A씨의 한바탕 소란에 몰려 온 사람들도 사태를 파악한 듯 여기저기에서 ‘킥킥’ 거리며 웃고 있다.

A씨는 숙취에서 막 정신을 차린 사람 마냥 병원비 계산은 아내가 하든 말든 빛의 속도로 쏜살같이 줄행랑을 친다.

보통 수면내시경의 마취제로 미다졸람이나 우리들에게 하얀 우유로 잘 알려진 프로포폴을 처방한다. 문제는 사람에 따라 투여량이 과다하면 검사가 끝난 후 회복속도도 천차만별이다.

그 날 젊은 의사가 아무래도 A씨에게 약간 많은 분량을 투여한 모양이다. 아니면 검사 전 자신과 간호사의 시간을 많이 허비한데 대해 보복인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이 있다.

A씨는 지금도 거제시청 핵심부서에서 시민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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