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분가리’와 ‘분탕’
흔히 ‘전분(澱粉)’을 ‘갈분(葛粉)가리(루)’라 불렀다. ‘칡전분’의 뜻인 ‘갈분’으로 전분을 통칭하였다. 없던 시절에는 칡에서 전분을 추출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한편, 전분은 어려운 한자말이므로 학교에서는 보다 쉬운 말인 ‘녹말’로 배웠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은 ‘녹말(綠末)’은 ‘녹두의 가루’에서 온 말이다.
어머니는 당면을 ‘분탕’이라고 말했는데, ‘분탕’은 사투리가 아니다. ‘분탕(粉湯)’은 ‘밀가루를 풀어서 끓인 맑은장국’을 뜻하기도 하지만, 당면과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당면의 한자가 ‘唐麵’이라니 재미있다. ‘당나라의 면’이라는 뜻 아닌가?
‘가방’과 ‘가똑똑이’
한편 예전에 잔치할 때에는 마당에는 ‘차일’(햇볕을 가리려고 치는 포장 遮日)을 치고 ‘덕석’(멍석)을 깔며, ‘정지’(부엌)에 잇달거나 ‘뒷목케’(뒤란)에 ‘가방’(假房)을 차린다. <큰사전>에 ‘가방’(假房)은 ‘크거나 길게 된 방안에 장지를 들여 한간 못되게 막은 아랫간’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거제에서는 옥외에 치는 임시의 방을 ‘가방’이라 부른다.
한편으로 ‘가똑똑이’라는 말도 쓰이는데, 이는 ‘가(假)똑똑이(엉터리 똑똑이)’ 인듯 하지만, ‘과(過)똑똑이’의 발음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過)똑똑이’는 ‘지나치게 똑똑함. 또는 그런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거제에서 들어보진 못했지만, 같은 말은 많다. 갓똑똑이, 겉똑똑이, 헛똑똑이, 윤똑똑이 들이 있다. ‘~똑똑이’ 명칭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사회생활에서 잘난 체 하는 것을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