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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코끼리조개, 산업화를 꿈꾸다…은파수산 이기택 대표
[사람들]코끼리조개, 산업화를 꿈꾸다…은파수산 이기택 대표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5.02.0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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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에서 보장된 길 버리고 퇴직 후 패류 인공종묘 생산에 투신
 

“이 사업에 정부 예산 얼마 지원하고 개인에게 하라고 하면 그 공무원이 나쁜 사람입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사람 어찌 보면 괴짜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은 ‘거제의 보물’인데 주변에서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은 사등면 창호리(가조도)에서 지난 1994년부터 패류 인공종묘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은파수산 이기택(59세) 대표다.

그가 괴짜인 이유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패류종묘 생산을 개인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전문 지식이 바탕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산업화를 위한 육상종묘 배양장 부지 확보와 시설 설치 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개인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거제의 보물’이라고 말하면서도 주변에서 제대로 알아봐 주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의 뛰어난 종묘생산 기술은 보물이라 말해도 손색없다는 뜻이요, 이 사업의 산업화를 위한 정부나 대기업의 예산지원이 필요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부산이 고향인 이기택 대표는 부산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국립수산과학원에 입사한 유능한 인재였다. 패류(조개)분야, 그 중에서도 전복에 관한 연구가 그의 전공이었다.

그런 그가 패류종묘 생산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1988년 프랑스 유학을 가면서다. 이 부분도 그의 괴짜같은 성격이 한몫 했다. 친한 친구가 미국유학을 간 사건 때문이다.

 

“당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 중 실력이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어느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하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보다 한 수 아래라 생각한 친구였는데 먼저 유학을 간 것이다.”

그래서 그도 외국유학을 결심하고 선택한 곳이 프랑스였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원했던 연구원은 전복이 아니라 굴을 연구하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패류양식이 훨씬 발달한 나라지만 굴만큼은 우리보다 양식기술이 떨어졌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굴이 우리나라 ‘벚굴’과 같이 유생(새끼) 번식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쪽 전문가를 원했던 것이다.”

딱 여기까지만 말하고 전복을 연구하던 그가 굴 전문가를 원했던 프랑스로 어떻게 유학 갔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1년간 단기코스로 다녀왔다고 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해 거기서 배운 기술을 접목했지만 쉽지 않아 다시 자원해서 프랑스에 간 것이 패류 인공종묘 생산의 길로 접어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거기서 패류 인공종묘 생산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20여년 전인 1980년대 당시 프랑스는 이미 지금 은파수산에서 생산하는 수준을 뛰어 넘었다”고 말하며 외국에 비해 산업화가 늦어지는 국내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패류 인공종묘 생산의 길을 택하다

이기택 대표가 패류 인공종묘 생산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어서’라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부친과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그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래서 1992년 퇴직을 결심하고 동시에 자신의 전공분야인 전복 인공종묘 생산에 뛰어 들었다. 두 번의 프랑스행으로 집에 돈이 없는 상태에서 고성에서 종묘생산을 위한 부지 마련에 퇴직금 4000만 원을 투입했지만 이 마저도 사기를 당해 날렸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부인은 처가가 있는 포항으로, 자신은 가조도로 들어와 종묘를 생산하는 생이별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전복을 배양해 종묘를 파는 사업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당시 전복 양식하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먼저 받고 시설을 짓고 종묘를 생산해서 팔았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한마디로 전복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 분야이자 고소득을 보장하는 전복 때문이었다. 강원도, 전라도 등지에서 전복양식에 관심을 갖고 끝없이 문의가 쇄도했다는 것.

 

하지만 그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경상남도에서는 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전라도와 당시 정권의 지원 등이 더해지면서 완도 등 전라도가 국내 최대의 양식지가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화된 자신의 기술로 남부럽지 않을 부도 어느 정도 쌓고 조용한 노후를 보내고자 했던 그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종묘생산 규모를 늘이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특유의 괴짜같은 발언으로 말을 이었다.

“고현에 아파트가 있어서 그곳에서 살려고 했더니 마누라가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며 여기에다 전원주택을 짓자고 하길래 빚을 내서 집을 짓고 보니, 또 빚 갚을 생각에 규모를 늘이게 됐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그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했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도전해 생산하는 종묘는 우리가 흔히 아는 바지락에서부터 개조개, 그리고 고소득이 보장되는 왕우럭(일명 코끼리조개) 등이다.

 

산업화 위해서는 대규모 예산지원이 절대적

은파수산에서 현재 연간 생산 가능한 패류 인공종묘 생산량은 300만미 수준이다. 주로 굴, 왕우럭, 개조개, 바지락 등을 산업화척도가 되는 10mm까지 성장시켜 출하하는 것을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산업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간 10mm 기준 1000만미 또는 5mm 5000만미 이상 생산돼야 가능하다. 종묘의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다. 이 기준도 그가 최소화한 수치이고 외국에서는 평균 1억만미 이상 생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공업은 기술수준이 그 사업의 승패를 가늠하지만 수산업은 땅싸움이다. 누가 덩치가 더 크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가 말한 덩치는 종묘생산을 위한 육상수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는 부수적 시설 또한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한 산업이 종묘생산이라는 게 그의 설명.

“지금 300만미 생산을 위해 시설을 갖추는데 15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 보통의 경우는 이자 때문에 무너진다. 이 사업은 개인이 하기에는 인건비와 시설비가 너무 비싸다. 자금 투입 대비 본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적극 지원을 해주든가 아니면 대기업에서 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3년째 고소득 품종인 왕우럭 인공종묘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이기택 대표는 지금의 시설규모에서 생산한 종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리당 250원을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는 사갈 수 있는 개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5000만미, 1억미 등을 생산하는 외국의 경우는 40~50원에 판매가 가능하고 산업화를 위해서는 그 정도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가가 대규모 예산을 지원해 시설지원을 하든가 대기업이 수백억 원을 투입해 이 사업에 뛰어들든지 해서 종묘의 생산단가를 낮춰야 이 사업이 산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3~4년이면 종자전쟁이 본격화될텐데 육지의 식물에 대해서만 신경쓰고 바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바다와 관련해서도 생산량의 90% 이상이 패류인데 이에 대한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으면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기택 대표가 바라는 바는 패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속해서 생산될 수 있도록 경남도와 거제시가 종묘를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물론 그가 생산한 종묘면 더 좋을 것이라는 사심도 숨기지 않았다.

보장된 수산연구원의 길을 벌이고 패류 인공종묘 사업에 과감히 뛰어든 이기택 대표. 출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오뚜기처럼 우뚝 일어섰듯 새로운 도전에 뛰어 든 지금, 다시 그의 패류에 대한 열정이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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