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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서 남풍 불면 알싸한 향 가득한 '학동 쪽파' 난다
남촌서 남풍 불면 알싸한 향 가득한 '학동 쪽파' 난다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5.02.2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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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 비해 20여일 먼저 출하…노지에서 해풍·햇살 받고 자라 단맛도 진해

알싸한 향 사이로 살짝 감도는 단맛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어찌 보면 살짝 감도는 단맛에 양파라 착각할 법도 하지만 향이 그보다 훨씬 진해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진한 향은 매운 듯하면서 싱그럽다.

봄. 상춘의 전령으로 꽃에 매화가 있다면 채소에서는 단연 이것을 쳐줄만 하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재배되는 학동 쪽파가 바로 주인공이다.

동남쪽으로 탁 트인 지형적 특성으로 한겨울에도 충분한 일조량과 마을 뒤쪽에 버틴 노자산이 북풍을 막아 준 덕분에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따뜻한 거제시 동부면 학동마을은 겨울채소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이 지역의 특산물인 쪽파는 따뜻한 기온과 해풍, 노자산을 근원으로 하는 계곡의 충분한 수분 덕에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맛있는 쪽파가 재배된다. 출하시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20여일 이상 빠른 2월 초순이다.

학동 쪽파 소개를 위해 길라잡이로 나선 해송횟집 김종수(59) 사장.

학동 쪽파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나선 길, 기분좋게 길라잡이를 자청한 이는 이 마을에서 59년을 살아온 해송횟집 김종수 사장(학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었다. 그 역시 학동에서 쪽파를 재배하는 농민이다.

“마을 전체로 보면 2ha 정도에 쪽파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세대수로 치면 180여세대 중 100세대 정도 되는데 이마저도 고령화로 인해 많이 줄어서 그렇지 예전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재배했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로만 생각했던 학동에 이처럼 많은 쪽파 재배농가와 재배지가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의외였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탁 트인 바다와 주변 경치만 눈에 들어올 뿐 쪽파가 자라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김종수 사장의 안내로 길을 나서면서, 그때부터 쪽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관광지로 시가지가 형성된 지역을 조금 벗어나면 나타나는 푸른 들판 대부분은 쪽파가 재배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보리 싹이 올라온 듯 푸른 초원이 목가적 풍경을 하고 있었다.

상품을 출하하기 위해 쪽파를 손질하고 있는 재배농가 농민.

김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쪽파는 연중 1개월 정도의 성수기 동안 약 2억여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상품이 워낙 좋다보니 판로 걱정도 없다고 했다. 동남부농협을 통해 수매되는 양이 대부분이고 학동 쪽파의 명성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일부 판매되는 양과 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상인들이 찾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이처럼 판로 걱정 없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출하되는 이유는 당연히 맛이다. 양질의 기후와 지형으로 인해 노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것과 맛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김종수 사장은 “일운 지세포 마늘, 장목 송진포에 양파가 있다면 동부 학동에는 쪽파가 있다”면서 “올해 쪽파는 겨우내 비가 많고 날씨가 따뜻해 예년에 비해 작황도 좋고 단맛도 강해 최상의 상품이 출하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 거제는 남촌 학동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덕에 신이 났다.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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