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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거제개…③회
사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거제개…③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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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 이어>

‘에스’는 “켕”하는 비명과 함께 저세상으로...
거제개는 한번 추적한 사냥감은 절대로 놓치는 법 없는 ‘뛰어난 사냥개’

진주로 팔려간 에스는 진주를 중심으로 산청, 함양, 거창 등지까지 원정 사냥에 나서 일생동안 수많은 노루, 오소리, 멧돼지를 사냥했다. 때문에 지금도 진주, 산청, 함양, 거창 등 일부지역에서 거제개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견 에스는 지난 70년대 중반, 고성군 거류면 야산에서 바람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날 통영의 박준열씨와 진주사람은 에스를 데리고 밤 사냥을 나갔다가 몇 개의 엉성한 돌무덤이 있는 곳에서 에스를 놓치고 말았다. 갑자기 귀를 세우고 하나의 큰 돌무덤을 향해 돌진하던 에스가 ‘캥’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훗날 박준열씨는 그곳이 바로 ‘시라소니’, 소위 이곳에서 말하는 ‘갈가지’가 살던 곳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개는 주인 잘 만나야 명견

개는 주인을 잘 만나야 제 역할이 가능하다. 사등에서 길러졌던 ‘에스’는 조규봉씨와 같은 훌륭한 사냥꾼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한때 거제, 둔덕, 사등 일대 산야를 주름잡던 둔덕의 또 다른 ‘에스’도 이헌일(70년대 중반 원양어선 침몰사고로 별세)씨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명견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했다.

둔덕의 ‘메리’도 이재우(65)씨와 같은 분이 있었기에 명견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냈고 또한 신현읍 양정리 ‘봇지’도 윤봉권씨의 애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를 이용해 사냥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도 주인이 개를 사냥용으로 만들어갔기에 가능했다.

개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서 사냥 훈련을 시켜나가는 과정은 끈질긴 노력이 필요했다.

돌이나 뼈다귀 등을 먼 곳으로 던지고 그것을 물고 오면 잘게 찢어 말린 고기를 먹여주는 훈련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주인의 명령을 따르도록 익혀 갔다.

우리나라 사냥개들은 중국 만주지방에서 곰을 사냥하기도 했고, 범을 사로잡는 개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들도 어려서부터 맹수를 공격하도록 훈련을 시킨 것 들이었다.

함경북도 일대에서는 풍산개가 사냥개로서 이름을 떨치며 멧돼지, 사슴, 노루 등을 주로 포획했고 때로는 충분한 훈련을 시켜 맹수를 사냥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제개는 맹수를 잡았다는 기록은 없다. 거제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맹수들이 서식하지 않고 고라니, 노루, 멧돼지, 오소리 등이 주로 서식해 거제개들은 맹수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세계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냥개들이 있지만 대부분 포수와 동행하며 짐승을 이르켜 주고 포수가 총을 쏘아 잡는 짐승을 주인에게 끌고 오거나 무거운 짐승은 끌고 오지 못하고 주인에게 있는 곳을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거제개는 멧돼지와 노루 등 산짐승을 끝까지 추적해 직접 포획하는 집념이 강한 사냥개였다.

특히 거제개는 짐승을 찾다가 피곤하면 주인의 곁에서 잠을 자고, 짐승이 서식하는 굴을 발견해도 입구가 좁아 들어갈 수 없을 때는 주인의 얼굴을 들거나 꼬리로 주인을 유인해 신호를 해주기도 했다.

개를 비롯한 개과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두뇌가 뛰어난 편이다. 때문에 자기보다 덩치가 큰 짐승도 포획하고 때로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인간에게 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과 동물 중에서 개로서 진화된 것 들은 이제 사냥용으로 보다는 인간과 친숙한 동반자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거제개는 그간 사람을 물었다는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못할 만큼 인간과 친숙한 동물이었다. 오직 주인을 위해 충직하게 살다가 늙어지면 사람의 보신용으로 희생될 뿐이었다.

<④회에 계속>

개과 동물들의 이야기

‘인간사냥의 명수’ 늑대

1929년 한 여름밤에 함경북도 평창군 어는 산간마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해가 떨어진 지 오래되었는데도 더위는 여전했고 바람 한 줄기 없었다. 마당에 멍석을 깔고 세살난 딸과 같이 자고 있던 집주인은 뒤뜰에 있는 우물에 멱을 감으러 갔고 그의 아내 서씨는 멍석 옆에 피워 놓았던 모깃불을 부지깽이로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서씨는 반쯤 열린 싸리문 사이로 길다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들어오는 것을 봤다. 그것이 개 같았기에 서씨는 그대로 내버려 뒀는데 개 같은 짐승은 아주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놈의 개가 저리 가지 못해...”

서씨는 쥐고 있던 부지깽이를 들어 올리려다가 그 짐승의 눈에서 새파란 빛을 보았다.

‘개가 아니다 개는 저런 눈빛이 아니야’

찢어지는 듯한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고 집주인이 달려갔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아내는 늑대의 앞발에 할퀴어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었고, 어린애는 없었다. 동네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늑대를 추적했으나 허사였고 다음날 아침 뼈만 남은 어린애 시체가 마을 앞산 중턱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한밤이 아니라 초저녁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대문을 나선 박씨는 옆집 이서방집에서 사람의 비명소리 같은 것을 들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박씨가 옆집을 기웃거리는데 그때 그 집 앞을 지나가던 다른 동네 한 사람도 역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면서 그 집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소리가 또 들렸다. “까르르”하는 어린애의 웃음소리였다.

웃음소리는 잠깐 멈췄다가 또 들렸다. 두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안심하고 그 집 앞을 지나가 마을에 있는 들판으로 갔다.

들판에서 바람을 쏘이고 있으니까 이서방 부부가 이웃마을에 들렀다가 돌아오고 있었는데 부인의 등 뒤에는 세 살 된 사내아이가 업혀 있는게 아닌가. 그 집에는 그 아이뿐인데 그렇다면 아까 그 아이의 웃음소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상한 생각이 든 사람들은 황급히 이 서방댁 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 서방댁 마당에는 할머니의 시체 일부가 있을 뿐이었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머리가 떨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내장이 쏟아진 채 온통 주위는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늑대는 노파를 물어 죽인 뒤 사람들이 오는 기척을 느끼자 어린애 웃음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들을 속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힘으로 끌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노파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장을 뽑아내고 머리를 잘라낸 다음 시체를 물고 간 것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쯤 늑대는 어린애를 물고 갔던 그 마을에 대낮에 다시 나타났다. 동네어귀에서 물레방앗간을 하던 정씨는 지게를 지고 감자밭으로 가다가 들판에서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러나 대여섯 발쯤 가다가 무의식중에 의심이 났다.

“웬 놈의 개가 이렇게 클까?”

돌아다보니 귀가 뾰족하게 섰고 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었으며 마치 쓰레기통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지저분했다.

정씨와 눈이 마주치자 그 개의 눈에서 이상한 광채가 번뜩거렸고 이빨이 드러났다.

“아차 이놈은...”

섬뜩해진 정씨는 지게를 벗어던지고 지게 받침대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늑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사람의 허세를 비웃듯 빤히 사람을 보고 있었다.

요사스런 눈길이 사람의 얼을 빼놓는 마력이 있었다. 정씨는 덤비지 못했다. 사람과 늑대의 대치는 3,4분이나 계속됐다. 그런데 때마침 정씨의 등 뒤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서너 명의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씨는 힘을 얻어 뒤를 돌아보면서 “늑대다 빨리 와!”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늑대는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놈을 뒤쫓다가 아까 늑대가 서 있던 곳으로 돌아 왔다. 그런데 인근의 숲속에서 뭣인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어린애였다.

늑대는 밭일을 하려고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나간 사이에 동네에 들어가 어린애를 물고 달아나다 정씨를 만난 것이었다. 다행히 그 사내아이는 목숨을 건졌으나 아무래도 한쪽 다리는 불구가 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이었다.

훗날 이 늑대는 동원 포수들에 의해 사살됐다. 사살하는 과정도 특별했다.

포수들의 총격을 받은 늑대는 온통 바위뿐이 산정으로 달아났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암컷 한 마리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들 늑대는 커다란 동굴 속으로 차례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조금 후 짐승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한참 후에는 한쪽의 소리가 점점 낮아지더니 신음소리, 비명소리로 변해갔다.

포수들이 총신에 전등불을 묶어 굴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총을 맞았던 늑대는 이미 죽어 있었고 뒤따르던 늑대는 죽은 늑대의 몸에서 방금 뜯어 낸 살점을 꽉 물고 있었다. 소름끼치는 동족상잔의 현장이었다. 암컷 늑대는 부상 당한 동족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고, 그의 고기를 먹기 위해 따라간 것이었다.

늑대는 배가 고파오면 먹이를 가리지 않는다. 썩은 고기는 물론 뱀이나 개구리 같은 파충류도 먹고 지렁이. 벌레 나무뿌리도 먹어치우고 피 냄새를 맡으면 그게 비록 동족의 피라도 사양치 않으며 형제의 고기, 애비, 애미의 고기도 뜯어 먹는다. 포수들은 암컷 늑대도 현장에서 사살했다.

이처럼 거제개와 같은 개과의 동물이라 할지라도 훈련을 받지 않고 사람과 친숙하지 않을 때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독일의 대표견종 ‘세퍼드’는 늑대에 가장 근접한 동물로 늑대를 개량해 만든 개로 평가되고 있다.

공동묘지의 여우

1934년 경남 거창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웃마을 잔치 집에 갔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 돌아오던 심(당시 32세)씨와 그의 친구 이씨는 도중에서 가랑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잔치 집에서 마신 술김에 생각하기를 길 따라 산기슭을 빙빙 돌아서 가는 것 보다 산으로 바로 넘어가면 훨씬 빠를 것 같아서 두 사람은 대충 방향을 잡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리산 외곽 산들은 높이는 대수롭지 않지만 넓이가 광막했고 지형이 복잡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얼마 후에는 길을 잃어 버렸다. 날은 어두워 앞길을 볼 수 없었는데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워 두 사람은 오던 길로 되돌아가 길을 찾으려고 했으나 아무리 가도 길은 나오지 않았다.

정신없이 두서너 시간을 걸었을 무렵에 두 사람은 저쪽 앞에 새파란 불빛을 보고 그 불빛에 홀린 듯 따라 갔다. 불빛은 닿을 듯 말듯 두 사람을 유인하더니 어느 새 없어져 버렸다. 기진맥진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여기가 어디야?”

나무도 바위도 없는 텅 빈 벌판이었으며 주위가 휘휘했고 어쩐지 으스스 했다. 거기다 어디서인지 이상한 냄새가 흘러들고 있었다. 궂은 날씨에 뭣인가 썩어가는 냄새였는데 냄새가 새어 나오는 곳은 불룩한 흙덩이가 있는 것 같았다.

“묘지다 여기는 공동묘지야”

머리끝이 쭈빗 해진 두 사람이 소스라쳐 일어섰을 때 바로 그 묘 뒤에서 목청이 찢어질 듯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그대로 냅다 뛰었다. 심씨는 나무에 부딪치고 바위에 걸려 엎어지고 쓰러지면서도 마구 뛰었다.

결국 그는 밤새 뛰어 새벽에 피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으나 친구 이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동네사람들이 정오께 언덕에서 죽어있는 그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커다랗게 뜬 이씨의 눈에는 전날 겪었던 그 공포가 그대로 어리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이틀 후 또 다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마을에 살던 김진도(당시 27세)라는 청년은 아내를 집에 두고 대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아내가 목을 매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그의 아내는 정신이상이 되어 자살한 것이었는데 김씨는 자기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내를 박대해서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술에 만취해 집에 돌아왔다. 취기와 비분에 이성을 잃은 김씨는 밤이 어두웠는데도 아내를 보겠다고 여동생의 머리채를 잡아끌면서 공동묘지로 갔다. 공동묘지는 사람 허리만큼이나 자란 잡초들에 덮혀 있었는데 사람들의 피를 빨고 자란 그 잡초 숲에서는 무서운 요기가 감돌고 있었다. 겁에 질린 여동생은 두 다리로 버티면서 더 이상 가지 않으려 했다.

“야! 빨리 가지 못해?”

김씨는 고함을 질렀으나 그때쯤에는 싸늘한 요기에 취기가 가셔져 그 자신도 겁을 먹고 있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달각달각하는 소리였는데 잠시 멈췄다가 다시 들려왔다. 김씨는 여동생의 머리를 놓아주고 다각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어디서 뭣인지가 두르르하고 굴러왔다. 김씨는 굴러온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턱뼈가 없는 사람의 해골이었다.

“으악!”

김씨가 뒷걸음질을 쳤을 때 저쪽 묘지 뒤에서 또 그 여자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김씨와 여동생은 그 일이 있은 후 정신이상자가 되었다.

공동묘지에서 도깨비가 나온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당황한 것은 거창군청이었다. 조사원을 현지에 보낸 결과 그 공동묘지에는 산짐승들이 드나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거창군은 총독부에 보고문을 보내고 촉탁엽사였던 홍학봉 포수의 도움을 요청했다.

홍포수 40여m의 거리를 두고 움을 파고 숨어서 짐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밤공기가 매우 차가왔다. 포수와 조수는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잠을 청했다.

포수는 밤 12시 정확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달각달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며칠 전에 세워졌다는 묘지가 있는 곳이었다.

5연발총을 살그머니 거머쥐고 묘지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심야의 묘지는 무섭도록 휘휘했다. 그러나 ‘겨냥해서 총을 쏘면 죽지 않는 것이 없다’는 확신으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어갔다. 소리가 나는 곳에 바싹 접근했을 때 달가닥 소리가 멈추었다. 홍포수는 총신에 매달아 둔 전등을 켠 순간 정말 몸서리쳐지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다.

어둠을 뚫고 뻗친 동그란 전등불속에는 악귀가 있었다. 며칠 전에 설치된 묘에서 방금 시체의 하반신을 묘 밖으로 끄집어 내 뜯어먹고 있는 여우의 모습이 보였다.

당시 가난한 상가는 시체를 관속에 넣지도 않고 거적에 둘둘 말아 매장했기 때문에 여우는 쉽게 그 시체를 끄집어낸 것 같았다.

시체는 여자였으며 여우는 그 옷을 찢고 허벅다리를 꽉 물고 있었다. 여우는 주둥이 언저리가 벌겋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 아가리를 딱 벌리면서 ‘킥’하고 소리쳤다. 웬만한 맹수의 위협에는 놀라지 않던 포수였지만 그때 그 자그마한 악마의 표정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포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여우는 ‘칵’하는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이튿날 새벽 포수일행은 공동묘지 바로 뒷산에서 여우 시체 하나를 발견했다. 홍포수는 거창군수에게 그곳에 서식하는 여우들을 모두 잡으려면 사나흘 동안의 여유를 달라고 요청하고 서울로 돌아가서 도깨비나 여우를 전문으로 잡는 조수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홍포수가 떠난 다음 지방포수 세 사람을 불러 여우사냥을 부탁했다.

세 사람의 지방포수들은 열심히 여우를 쫓아 다녔으나 여우에게 놀림만 당했다. 교활하고 의심이 많은 여우는 사람들의 꾀에 넘어가지 않았다.

홍포수는 나흘 만에 약속대로 거창에 돌아왔다. 도깨비나 여우를 전문적으로 잡는 소수들을 데리고...

그러나 그가 데리고 온 조수들을 보고 군청직원들과 지방포수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몸무게가 한관도 안될 것 같은 작은 개 두 마리였다. 털이 복슬복슬하고 눈이 동그란 개들이었으며 사냥개라기보다 애완용 개 같았다. 그 개들은 영국산 폭스테리어였다.

다음날, 그 사냥개들은 공동묘지 뒷산으로 올라가자마자 귀를 쫑긋 세워 주위를 살피더니 두 마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개들은 어느 나무 밑 둥 옆에 나 있는 구멍 앞에 도착하더니 그 속을 들여다보면서 짖기 시작했다. 그때는 털을 곤두세우고 눈에 빛을 내고 있었다.

<④회에 계속>

                                                                                         글 : 경남투데이 반용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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