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체육행사, 도심곳곳 출근길 대란

자녀태운자가용 몰려 고현·아주 평소보다 50분 정체

2014-10-10     원용태 기자

해당학교측 “카풀이나 시내버스 이용 당부했지만 학부모들 자가용 타고 와”
출근길 직장인 “무책임한 교육행정, 경찰에 교통 협조를 구했어야”

지역내 2개 중학교가 좁은 운동장을 이유로 시내 공설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열면서 자녀들을 태운 학부모들의 차량들이 운동장으로 몰려들어 오전 출근길 곳곳에 교통이 마비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학교들은 교외에서 체육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버스를 대절하지 않고 지역 내 관할 파출소에 교통 협조 공문도 보내지 않아 무책임한 교육행정이라는 질타도 받고 있다.

A중학교에 따르면, 교내 운동장에 전교생 1300여 명을 수용하지 못해 10일 오전 9시30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고현 소재 보조구장에서 가을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A중학교는 학교와 보조구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체육대회 참석을 학생 자율에 맡겼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대중교통이 아닌 학부모들의 자가용을 이용했다.

평소보다 두 세배 넘는 차량들이 보조구장으로 몰려 인근 도로는 오전 8시부터 양방향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같은 날 아주동 소재 운동장에서 체육행사를 개최한 B중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생 900여 명 대다수가 학부모 자가용을 타고 아주동 공설운동장에 도착한 것.

이로 인해 아주동 일대가 평상시보다 20~30분 이상 정체됐고 오전 8시부터는 시속 20km의 양방향 거북이 운행으로 아주 공설운동장 일대는 거대한 노상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아주동 파출소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서 교통협조에 대한 공문을 전혀 못 받았다”며 “미리 협조를 구했으면 인근 지구대와 서에서 증원을 통해 원활한 흐름을 위한 교통 지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고현동과 아주동 출근길 직장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도로위에서 30분 넘게 정체현상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시간과 기름을 허비하며 직장인 수 백 명이 대거 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문동으로 출퇴근하는 허모(41‧남‧아주동)씨는 “집 앞은 평소 출근시간에 잘 안 막히는데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면서 “화물연대시위가 끝나고 잠잠했는데 또 교통 혼잡이 발생해서 짜증났다”고 말했다.

고현동으로 출퇴근하는 윤모(33‧남‧상문동)씨도 “3km 운행하는데 50분 가까이 걸렸다”며 “해당 학교 측은 경찰에게 협조를 구해 교통 혼잡을 줄여서야 했다. 대안 없이 교통에 불편을 끼쳤다면 무책임한 이기주의로 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자체예산이 부족해 버스 대절을 할 수 없어 학생들에게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기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체육대회가 열리는 곳이 학교와 가까워 굳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자가용으로 학생들을 태우고 올 줄 몰랐다. 앞으로 교통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B중학교 관계자는 “세월호 때문에 모든 관공서의 행사가 가을로 집중돼 가까운 운동장을 예약할 수 없어 거리가 먼 아주동 공설운동장으로 체육대회를 계획했다”면서 “하지만 버스를 대절할 예산이 없어 가정통신문을 통해 카풀과 시내버스 이용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염려해 많은 차량이 몰려 정체가 빚어진 것 같아 양해를 부탁한다. 내년에는 이틀에 걸쳐 교내에서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부모 A씨는 “자녀가 중학생이라도 어린애로 보인다”면서 “혹여나 아이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등교할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항상 자가용으로 등교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