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불교 염송 명상 — 마음 회복의 시간
크리스천도, 불자도, 무교인도 함께 앉는 자리 거제 장흥사 하안거 31일, 시민 모두에게 열립니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붙들고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확인하고, 하루 종일 알림에 반응하며, 잠들기 직전까지도 무언가를 놓지 못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OECD 자살률은 여러 해째 1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의 벽 앞에서, 중년은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노년은 외로움과 건강 앞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무게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놓는 법을 잊었다는 사실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더 붙들라"고 말한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보여주라고. 그러다 어느 저녁, 문득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을 맞는다. 오늘 나눈 대화 한 자락, 내일 처리해야 할 일들, 마음에 걸리는 사람의 얼굴 — 큰일도 아닌데 자꾸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손을 펴는 연습이다. 그리고 이 연습을 위한 자리가, 뜻밖에도 우리 거제 아주동 한복판에 조용히 마련되어 있다.
기도란 무엇인가 — 소원 성취가 아닌, 마음의 회복
많은 이들이 기도를 '소원을 이루어주는 도구'로 여긴다. 그러나 기도의 본질은 다르다. 기도는 흩어진 마음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며, 그 모임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모이는 만큼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장흥사 세운 주지 스님의 말씀처럼, 기도는 밖을 향한 요청이기 이전에 안을 향한 정돈이다.
이 관점은 오늘의 심리학·뇌과학이 뒤늦게 발견한 진실과도 만난다. 반복적인 명호(名號) 염송과 호흡의 집중은 불안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활동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며, 자기 관찰의 능력을 길러준다. 세계 유수의 병원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표준 처방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기도란, 오래된 종교적 형식 안에 담긴 가장 정교한 마음 회복의 기술이다.
크리스천 부디스트 — 신앙을 바꾸지 않고 수행을 받아들이는 이들
미국에서는 '크리스천 부디스트(Christian Buddhist)'라는 신앙 유형이 자리 잡은 지 40년이 넘었다. 이들은 개종한 사람들이 아니다. 세례명을 지키고 성당에 나가면서도 불교의 수행법을 삶의 도구로 받아들인 이들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폴 니터 신부는 이를 '이중속함(double belonging)'이라 이름 붙였다.
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이렇다. "믿음은 정체성인가, 실천인가?" 그리고 이들은 이렇게 답한다. 정체성은 나를 규정하지만, 실천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기독교인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신앙이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름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던 자비의 자리를 깨울 뿐이다. 이것이 오늘 세계가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함께 나누고 있는 마음 회복의 지혜다.
K-불교,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명상
한류(K-Culture)의 열풍이 K-팝, K-드라마, K-푸드를 넘어 이제 K-불교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찾고, 서구의 명상 지도자들이 한국의 참선 전통을 배우기 위해 방문한다. 그 K-불교의 중심에 우리의 천태종 관음정진이 있다.
천태종을 중창하신 상월원각(上月圓覺) 대조사께서 세우신 관음정진은 방법이 지극히 단순하다.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반복하는 일. 그 단순함 안에 인간의 마음을 정돈하는 정교한 지혜가 담겨 있다. 관음(觀音)이란 문자 그대로 '세상의 소리를 살펴보는 존재'다. 그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세상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자리로 내 마음을 초대하는 일이다.
이 오래된 우리의 지혜가 이제 'K-불교 염송 명상 — 마음 회복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민 곁으로 다가온다.
상(相)을 지우는 지혜 — 자기 안의 참된 얼굴을 만나는 자리
우리가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대개 자기 안에 새겨진 여러 상(相)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남들이 나를 이렇게 봐야 한다', '내 자녀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 이 모든 상들이 마음의 짐이 되어 우리를 짓누른다.
관음정진의 진짜 힘은 여기서 발휘된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극히 부르는 사이, 그 이름 위로 자기 마음의 온갖 상들이 떠오른다. 원망, 억울함, 인정받고 싶은 마음,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 이 상들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며 이름을 이어 부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상들이 스스로 자리를 옮겨 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께서 방하착(放下着)이라 하신 자리, 예수께서 겟세마네에서 "내 뜻대로 마옵시고"라 기도하신 자리다. 언어는 다르지만 그 자리는 하나다. 자기 손아귀 힘을 풀 때 비로소 열리는 자유의 자리다.
하안거 31일, 거제 시민을 위한 마음 회복의 시간
이 소중한 기회가 지금 우리 거제 시민 앞에 열려 있다. 천태종 장흥사는 오는 8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 달간 하안거(夏安居) 기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동안 특별히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K-불교 염송 명상 — 마음 회복의 시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루 3시간, 매일의 기도. 주로 저녁 7시부터 자정 사이 개인적 형편에 따라 진행되며, 낮 시간에도 참여가 가능하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도량에 들러 하루의 소음을 씻어내는 저녁 정진, 혹은 낮 시간을 활용해 조용한 도량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 각자의 삶의 리듬에 맞추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처음 오는 이도, 종교가 다른 이도, 아무 종교가 없는 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이 낯설다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이름 하나 — '주님'이든, '평화'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든 — 을 마음에 두어도 좋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세 시간, 자기 마음과 마주하는 그 시간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손을 펴는 연습을 시작해보시기를
모든 것을 내려놓아라. 이 오래된 가르침은 어느 한 종교의 것이 아니다. 부처께서 방하착이라 하셨고, 예수께서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셨으며, 노자는 무위(無爲)라 이름 붙였다. 언어는 다르지만, 그 자리는 하나다. 손을 펴는 일, 그 하나다.
크리스천이든 불자이든, 아무 종교가 없든 —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 자리는 열려 있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은 그 자리로 우리를 데려가는 하나의 문일 뿐, 문 너머의 방은 우리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만나야 할 자기 자신의 자리다.
저녁 7시, 아주동 장흥사에서는 한 달간의 하안거 정진이 시민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준비도, 종교적 결단도 필요 없다. 그저 하루 세 시간, 자신을 위한 마음 회복의 시간을 마련해보시기를 권한다. 31일이 지난 뒤 여러분이 만나게 될 자기 자신은,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얼굴일 것이다.
꽃길은 밖에 있지 않다. 그것은 손을 편 사람의 마음 안에 이미 피어 있다. 그리고 그 꽃길로 향하는 문 하나가, 오늘도 아주동 장흥사에서 거제 시민 누구에게나 조용히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