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은 일상에 있다"
중창조 상월원각대조사의 생활불교, 거제 장흥사가 실천한다 낮엔 주부, 퇴근길엔 직장인이 찾는 관음 명상… 수해 구호·복지관 협업까지, 애국·생활·대중불교 3대 지표를 지역사회에서 실천
글쓴이/ 이학박사 윤석봉(전 동의대 교수, 장흥사 신도회 부회장)
대한불교천태종 중창조(重創祖) 상월원각대조사가 제시한 생활불교의 가르침이 거제시 아주동 장흥사(주지 세운 스님)에서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이고 있다.
관음 명상과 수해 구호, 복지 협업으로 이어지는 장흥사의 행보는 애국불교·생활불교·대중불교라는 대조사의 3대 지표를 지역사회 속 '살아있는 불교'로 실천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일상이 곧 도량(道場) — 시민의 생활 리듬에 맞춘 관음 명상
장흥사는 하안거(夏安居) 기도 기간인 8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 달간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K-불교 염송 명상 — 마음 회복의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극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반복해 부르는 천태종의 관음정진을 바탕으로, 흩어진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마음 회복의 과정'이다.
핵심은 '시간의 개방'이다. 하루 3시간 참여를 기본으로 하되 저녁 7시부터 자정 사이 개인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낮 시간에도 가능하다.
그 결과 낮에는 가정주부들이 조용한 도량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장흥사에 들러 하루의 소음을 내려놓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관음 명상에 참여하는 시민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종교의 벽도 허물었다. 처음 사찰을 찾는 시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종교가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관세음보살'이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평화', '사랑'처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이름을 마음에 두고 명상해도 된다.
주지 세운 스님은 "기도를 하면 마음이 모이는 만큼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대조사님께서 말씀하신 생활불교는 결국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찰이 그 시간을 빌려드리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전부"라고 말했다.
수행은 실천으로 — 수해 이재민에 3천만 원 자비의 손길
장흥사가 실천하는 생활불교의 두 번째 문장은 '자비'다. 지난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거제지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려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장흥사는 천태종 산하 사회복지재단 (사)나누며하나되기(이사장 진철 스님)와 함께 즉각 구호에 나섰다.
8월 25일 거제시청에서 열린 '거제시 수해민 긴급구호 물품 전달식'에서 장흥사와 (사)나누며하나되기는 의류·화장품·컵라면·신발·라텍스 장갑·치약칫솔 세트 등 3천만 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거제시에 기탁했다. 물품은 면·동사무소와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피해 주민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장흥사 신도회 정삼용 회장은 "명상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만큼,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도 우리의 수행"이라며 "대조사님의 생활불교는 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과 발로 완성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리라면 장흥사 신도회가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복지 현장과의 만남 — 옥포종합사회복지관 협업 준비
세 번째 문장은 '지역과의 동행'이다. 장흥사는 현재 옥포종합사회복지관과 협업해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사찰의 관음 명상과 복지관의 지역 복지 네트워크를 결합해, 우울과 고립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보다 체계적인 마음 치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주지 세운 스님은 "대조사님은 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찾으라 하셨다. 사찰이 시민에게 문을 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필요한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도량이 되는 것이 그 가르침을 잇는 길"이라며 "복지관과의 협업을 통해 마음이 지친 이웃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생활불교 100년, 스토리 있는 관음도량으로
낮과 밤, 시간에 관계없이 시민이 찾는 관음 명상, 수해 이웃을 향한 자비의 손길, 복지 현장과 손잡은 치유 프로그램까지. 안으로의 수행과 밖으로의 실천을 함께 펼치는 장흥사의 행보는 중창조 상월원각대조사의 원력을 21세기 지역사회에서 새롭게 해석한 실천이라는 평가다.
장흥사는 지난해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관음정진 백만독 불사'를 봉행하며 관음 수행의 전통을 이어온 바 있다. 그 백만독의 염송이 이제 시민의 쉼터에서, 수해 현장에서, 복지 현장에서 살아있는 생활불교로 이어지고 있다.
주지 세운 스님은 "사찰의 문은 언제나 시민에게 열려 있다"며 "자신을 찾고 싶은 분, 잠시 쉬어가고 싶은 분 모두 시간에 관계없이 편하게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