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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돌아 가십니다”
“사람 돌아 가십니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01 1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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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모자랄 판에 웃음을 참는다고 하마터면 죽을 뻔 한 일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해 전, 나의 누나 시어머니께서 운명을 달리하셨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어른을 보면 항상 인정이 넉넉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집안인지라 조문객들이 정말 많이들 오셨다. 요즘은 장례를 치를 때 그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솔직히 병원에 아는 관계자나 직원이 있으면 어느 선까지는 눈을 감아주고 그랬다. 그 당시 본인은 식당을 하고 있었는데, 조문객들 드릴 국하고, 수육, 김치는  본인이 매일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말까였다. 각종 음식을 배달하고 혹시나 다른 부탁이 있을까 해서 상주한테로 갔었다.

다른건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하는 도중에 50대 중반으로 보이시는, 넉넉함을 갖추신 조문객이 들어오셨다. 그래서 나오려는데 상주가 잠시만 있으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었다.
사람이라 함은 어려울 때 도와야 하기에 식당일은 제쳐두고 잠시 서있었다. 그런데...

끝내 터지지 말아야 할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이 정도의 후유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때는 정말 돌아 가시는 줄 알았다.

그렇다. 촉이 좋으신 분들은 벌써 아시리라.보통 장례식장에 오면 봉투를 먼저 내든지 아님 절하고 나올 때 내든지. 먼저 향을 피우고 고인에게 절을 두번 반 하고 상주들에게 절을 하면서 한두마디씩 위로의 말도 전하고, 나와서 집에 가든가 아님 음료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오는 게 일반적인 일이지 않나 싶다.

중후한 몸매를 자랑하시던 50대 후반의 여성께서 먼저 향에 불을 피우고 술잔을 한잔 올리는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어찌하랴...인생살이가 그리 쉬우면 재미가 없지 않는가...육중하신 몸매로,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진지하게, 절을 하시는데 갑자기 뿌~웅!!! 미사일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순간 상주들은 일제히, 아이고~~아이고 하는 곡을 멈추고 서로의 눈치만 보는 게 아닌가.
사실 본인하고 절하는 여성분과의 거리는 1m 남짓해서 나는 다 들었다.

누군가 헛기침을 살며시 하니까 상주들은 다시 이상한  곡을 시작했고, 엎드려 계신 그분은 1분여가 지나서 일어나셨다.
돌아가신 고인과는 정말 친하신 모양 인거 같았다. 하하.

근데, 잠시 후, 아무도 피해 갈수 없는 2탄이 준비가 되어있지 뭔가! 하필 이때만 이분 혼자 조문을 하셨기에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혹시 본인이라도 같이 조문을 했으면 나 혼자 '쏘리, 쏘리'를 하면 되었을걸...
아까는 큰 절을 한 것이고, 그리고 나면 반배를 해야 되지 않는가? 맞다. 마무리 절을 하려고, 양손을 머리 앞에 준비시키고 다리를 꼬아서 앉는 순간 다시 뿌~~우~~~웅  하는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제는 상주고 뭐고, 장례식이고 뭐고 난리가 났습니다. 세상의 모든 풍파와 산전수전 공중전 까지 다 겪으신 그 여성분은 어찌 되었냐구요?

얼마나 슬펐는지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하고는 머리를 푹 숙이고 바로 일어나더니 역시나 머리를 숙이고 바로 나갔습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 여성분에게 음료수나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말을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웃지만 그 당시는 정말 돌아 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옛말에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뿔이 생긴다고 했는데요. 그때 그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상주들! 엉덩이 뿔 조심하세요.

그때 킥~킥 하면서 웃는거 다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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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14-04-01 17:05:12
ㅋㅋㅋ 상주들이 황당했겠네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ㅍ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