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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가 똥 밟았습니까?
혹시 누가 똥 밟았습니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09 13: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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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는 통영으로 가서 술을 한잔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짝수달(두 달에 한번)에 한번씩 중학교 동창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임을 맡게 된 친구가 통영에 살고 있어서 우리들은(총 4명) 한차에 같이 타고 거제에서 통영으로 날아갔었다.

보통 우리가 모임을 할 때는 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하고, 배달을 시켜서 모임을 가지고 했었는데, 그날은 갑자기 친구 각시가 급한 일이 생겨 주위에 있는 막썰이 횟집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은 내 나이 정확히 40대 중반이다.

어느 듯 중학교를 졸업한지도 20여년이 다되어 간다. 우리들 모두 각자 살아가는 회사에서는 근엄하게 행동하고, 조신하게 말을 할지 몰라도 술자리에, 친구들 끼리 만나면 또다시 철없던 10대로 돌아가는 게 나만의 일일까?

우리 일행들은 회를 두 접시 주문하고, 역시나 술잔을 박치기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지 않는가? 횟집에 가면 메인음식이 나오기 전에 일명 ‘스끼’라는 밑반찬이 나온다. 그렇다. 여기에서부터 사건이 발생하고 만 것이었다.

밑반찬 중에 내가 좋아하는 갈치젓갈이 있지 아니한가. 갈치젓갈~~~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거제면(바닷가)에 살고 있다. 맞다. 나는 촌놈이다. 고로 젓갈류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 젓갈! 하면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 입맛에 가장 맞는 게 “갈치젓갈”이다. 음~~, 지금, 이 순간, 생각만 해도 침이 질질 흐른다.

가위로 갈치를 알맞게 잘게 자른 후, 마늘과 땡초를 으깨어 넣고, 여기에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적당하게 넣어서 신들린 손으로 버무리면... ‘완전 작살’이다.

캬~~야. 그렇다. 말 그대로 이놈들 전부가 ‘폭풍흡입’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술 한 잔을 꼴딱하고 나면 바로 누구나 할 것 없이 젓가락이 접시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갈치젓갈 서너 접시가 뚝딱 사라졌다.

우리들은 작당을 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또다시 “젓 좀 주세요. 젓 좀 주세요” 이 말을 하려는데, 한 친구가 손사래를 치며, 후덕하게 생기신 주인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그렇다. 아까 까지는 좋은 인상이셨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겼는지 인상이 별로였다. 알면서도 넉살이 좋은 그 친구는 말했다.

대체 이 젓갈을 누가 만든거냐고.

이건 아무리 먹어보고 또 먹어봐도 사람이 만든 음식이 아니라고. 혹시 저 하늘에서 훔쳐 온 게 아니냐고 하니까, 그 아주머니께서는 웃으면서 “알겠소” 라고 하셨다. 정말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사람이 신의 영역에 도전해서, 신을 이긴 거나 다름없었다. 예술! 예술 이었다. 그만큼 맛이 있었고 말이다.

나중에 그 아주머니께서 하신 말씀! 친정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내림손맛이라 것. 일반적으로 젓갈류 자체에는 염분이 있어서 많이는 먹지 못한다.
어느 순간 혀도 아려오기(갈치젓갈의 맛 은 알싸하기까지 하니까) 때문인데, 그날 우리들은 열 접시 이상 먹었지 않나 싶다. 당연히 회는 반에 반도 먹지 않고 말이다.

우리들은 포만감을 뒤로한 채 주인아주머니에게 대리운전을 한대 불러 달라했다.

당연히 술은 9부 능선을 넘었고 말이다.

“대리운전 왔어요, 어느 분이세요^^”(인상이 좋은 기사였다)

다른 친구들은 알아서 가기로 했고, 우리 거제팀들은 대리기사에게 목숨을 맡기고 거제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제 사건이 발생해야지. 그래야 맞지 않는가?

운전대를 잡은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기사가 우리들에게 한마디를 하는 게 아닌가.

“사장님들 중에 누가 똥 밟았습니까?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엥??????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좁은 실내에서 신발 밑창을 확인 해 봤지만 아무도 남의 똥을 훔쳐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니다 라고 말하고 우리들은 좁은 차안에서 가족사, 회사, 19세 이상 얘기 등등을 하는데, 기사가 자꾸 창문을 내린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게 아닌가.

그때가 10월 마지막 주라 날씨가 쌀쌀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기사에게 차문을 올려달라고 했고, 기사는 영 똥 씹은 표정을 하는 것이었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통영에서 거제로 오다보면 거제대교 못 와서 휴게소가 있는데, 그리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그랬다. 이 친구! 도착하면 팁을 만원 더 줘야지 생각했다.

왜냐고? 센스가 있으니까...(안 그래도 화장실이 급했거든)

그런데 대리운전 기사왈.. 사장님! 도저히 어지럽고 구토를 할 것 같아서 더는 운전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는 똥을 밟았는줄 알았는데, 똥냄새 보다 더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더 이상 운전을 못하겠다고 말이다. 대리운전비도 필요 없으니까 알아서 가라는 게 아닌가..

그렇다.

우리들은 천지도 모르고 환기도 안 되는 차안에서 웃고, 얘기하고, 떠들고 했지만 기사는 죽을 맛이었단다.
그 구리한 냄새를 풍기는 갈치젓갈을 먹었고, 담배도 전부다 엄청 피웠고, 소주도 9부 능선까지 마신상태, 그리고 그 좁디좁은 차안에서(국민경차, 이름은 밝히지 못함) 창문도 못 열게 하고...

기사 얼굴을 보니까 거의 울기 직전 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기사 손을 꼬옥 잡고, 얼굴을 돌린 상태로 얘기를 했다(정면에서 얘기를 하면 냄새가 나니까. 왜? 난 배운 사람이니까).

삼촌~~삼촌하면서 오만원짜리 지폐를 손에 살며시 주웠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잔돈은 삼촌 커피 한잔 하세요. 죄송합니다. 삼촌~~~

역시나 머니의 위력은 대단했다. 일단 전부다 차에서 내려서 담배를 한 대씩 피웟다. 당연히 훌륭하신 기사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다 피우고 기사가 하는 말. 예. 좋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양보를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무슨 말씀이냐구.

기사왈! 운전석쪽 창문만이라도 열고 거제로 가자는 것이었다. 날씨는 춥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바로 비굴 모드로 바꿔서. 예, 삼촌~~편하신대로요...

나는 거제 모모은행에 근무한다. 그래서 항상 양복을 입고 일을 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고현에서 내려 각자 알아서 가고 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을 하였다. 당연히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돼지 껍데기 같은 마누라가 "야! 이 화상아!! 똥통에 빠지고 왔나, 이 무슨 냄샌데?" 땡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나하고 마누라는 갑장이다. 그래서 말을 놓고 지낸다. 조건은 우리끼리만 있을 때)

속으로 이게 미쳤나 하고 양복 상의를 벗는 순간!!!!!!!!

악!!!!! 헉!!!!!

젠장...

양복 안에서 “갈치젓갈이 튀어 나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한 개가 아니고 두 개나 말이다. 이러니 기사 양반도 그만큼 냄새난다고 하고, 싫다고 하지 않았을까?

마누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먹는 본인은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담이다.

모든 음식은 맛과 멋을 알고 먹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음식에도 격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몸과 마음속에 담겨있는 인격이 있듯이 음식에도 우리의 맛과 멋이 있다. 맞다.

말로만 우리나라 음식(한식)의 세계화를 외치지 말자.

발효식품에는 김치와 된장, 고추장도 있지만, 젓갈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젓갈류도 당연히 한식의 일부분(개인적인 생각) 이다. 만약에 내 말이 맞다면 정말 아싸리하면서 묘한 향을 풍기는 젓갈의 역사와 우수성을 전 세계가 알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

오늘은 웃으면서 이 글을 적지만, 그때 옷을 벗는 순간 갈치 두 조각이 튀어 나오리라고는 누가 생각 했겠는가?

그래도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운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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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2014-10-03 22:14:41
ㅎㅎ 정말 좋은것 같네요~

소동리 2014-04-29 10:23:24
감사 합니다, 재밋는 글을 읽게 해 주셔서, 앞으로도 많은 기고 부탁드립니다

하하 2014-04-10 01:25:03
갈치 젓갈 안 먹어 본 사람은 말을 마시라. 식성이 개인마다 다 틀리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밥도둑이다.크크

흑장미 2014-04-09 15:28:30
ㅍ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