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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개의 사냥솜씨는 '한편의 파노라마'…④회
거제개의 사냥솜씨는 '한편의 파노라마'…④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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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회에 이어>

사흘동안 여덞마리의 여우를 소탕

그러자 지방포수 한 사람이 웃으면서 야유했다. “겨우 찾아낸 것이 그 구멍이야? 그 구멍은 우리가 이미 불을 놓았던 곳인데...” 그러자 다른 지방포수가 또 말했다. “누가 아냐? 그 구멍에서 들쥐라도 나올지!”

그 소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엉뚱한 곳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사냥개들은 한 마리는 구멍을 보고 짖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 구멍 주의를 빙빙 돌고 있었는데 주위를 돌고 있던 개가 별안간 10여m쯤 떨어진 숲속으로 돌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개가 돌진하던 숲속에서 여우 한 마리가 후다닥 뛰어나와 달아나기 시작했다.

개는 그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여우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을 보고 모두들 놀랐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여우가 숨어있던 구멍에는 출구가 있었는데 이 개는 구멍속의 여우를 출구로 쫓아 낸 것이었다. 바보는 개들이 아니라 지방포수들이었다.

여우는 보기에는 풀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으나 깡충깡충 뛰어가는 개는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여우와 개의 경주는 3,4분 후에는 승패가 판가름 났다. 여우는 할딱거리면서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데 비해 개는 그 짖는 소리가 점점 요란해지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개는 여우의 뒷덜미를 물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결코 덤벼들지 않았다.

그들 한 마리는 뒤를 쫓고 한 마리는 여우의 앞길을 차단하여 여우를 사람이 있는 곳으로 몰아오고 있었다. 여우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오지 않으려고 했으나 개들에게는 몰려 하는 수 없이 포수들 앞으로 몰려왔다. 그리고 홍포수가 서 있는 곳에서 6.6m쯤 떨어진 곳까지 오더니 벌렁 누워버렸다.

그러나 개들은 덤벼들지 않았으며 멀찌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포수를 봤다. 마치 “자! 이제는 쏠 차례에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홍포수는 발사했다.

여우는 외마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정말 훌륭한 사냥개들이었다. 손뼉이라도 쳐 주고 싶은 재주였다. 그 사냥개들은 그날부터 인근 산을 누볐다. 그들은 이산 저산을 돌아다니며 여우를 몰아냈는데 사흘 동안 여덟 마리가 소탕됐다.

여우는 본디 냄새가 나는 짐승이다. 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배설물이 털에 스며서 발산되는 냄새인데 그게 사냥개들에게는 좋은 표적이 됐다.

여우중의 한 마리는 개들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인가부근으로 피신해 방앗간 창고에 숨었는데 개들은 끝내 그들도 찾아내고 말았다. 방앗간 볏짚속에 숨어있던 늙은 어미여우는 새끼들을 살릴 목적으로 단신 바깥으로 뛰어나와 개들을 유도했으나 여우를 따라간 개는 한 마리 뿐이고 또 한 마리는 여우새끼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결국 어미여우는 사살되고 새끼들은 사로잡았다.

공동묘지에 살면서 밤마다 사람의 시신을 뜯어먹던 여우들, 사람들을 홀려 한 사람을 죽게 만들고 한 사람을 미치게 만든 요물들은 그로써 모두 소탕됐다. 몸무게가 1관도 되지 않는 조그만 개, 사람들의 무릎 위나 품속에 안기기를 좋아하는 인형처럼 예쁜 개들에게 몰살당한 것이었다.

여우처럼 지능지수가 뛰어난 개과 동물은 흔하지 않다. 거제개의 지능지수가 여우 못지않게 뛰어난 것과 또한 끈기와 지구력이 특별한 것은 그 옛날 여우의 피와 승냥이의 피가 거제개에 섞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⑤회에 계속>
붉은 승냥이들

만주(지금의 심양지방) 삼림속에서 무리 지여 살던 붉은 승냥이는 개와 비슷한 개과의 동물이었다. 흔히들 사냥꾼들은 승냥이를 만나면 불빛속에서 죽음의 환영을 본다고 말했다.

그만큼 승냥이는 사람을 잘 해치는 동물이었다, 만주지방 붉은 승냥이는 ‘다르바간’과 ‘옌’의 동반자로 불렸다. 다르바간은 토끼와 다람쥐의 중간쯤 되는 큰 들쥐로 옌이라는 페스트 일종의 전염병을 옮기는 동물이었고, 만주의 산간지대는 한 겨울에 수 만명의 사람이 옌으로 죽기도 했다.

붉은 승냥이들은 옌으로 죽어 시커멓게 변한 인간들의 시체를 먹으면서 무서운 속도로 번식했다. 그러나 옌에 걸려 죽은 인간들의 시체가 없어지면 늘 굶주림속에 살며 살아있는 인간들을 덮쳤다.

우수리 강변에 위치한 러시아군의 장교 바이코프는 붉은 승냥이를 잘 알고 있었다. 급한 일이 생겨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네 사람의 병사를 본대까지 보낸 적이 있었다.

트럭 운전사와 조수, 그리고 전령 하사와 사병 각 한 사람으로 이들 중 전령과 사병은 총을 갖고 있었다. 바이코프는 길을 떠나는 병사들에게 당부했다. “자네들이 갈 길에는 비적들은 없으나 붉은 승냥이들이 있어 조심해야 돼”

트럭이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언덕길을 달리고 있을 때 트럭 헤드라이트속에 붉은 승냥이 두 마리가 보였다. 그러자 하사가 장난삼아 총을 쏘아 두 마리 모두 죽였다. 병사들은 그걸 보고 웃었다.

그러나 그 총성과 피 냄새는 그들의 죽음을 불러 들였다.

다음날 발견된 현장의 트럭은 사람의 뼈조차 발견할 수 없었고 심지어 가죽가방, 가죽장화, 타이어도 승냥이의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바이코프는 3년 전에도 노야령산맥에서 승냥이들이 중국인 포수 두 사람을 습격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초겨울 어느 구릉을 넘어섰을 때 별안간 계곡쪽에서 두 발의 총성이 잇따라 울려왔다. 총성이 난 곳을 살펴보니 아직 태양의 여광이 남아 있었는데도 열 서너 마리의 승냥이들이 중국포수들을 덮치고 있었다.

바이코프 일행 네 명이 그쪽으로 달려가면서 공포탄을 쏘았으나 굶주린 승냥이들은 총성 따위엔 놀라지도 않았다. 승냥이들은 사람들의 주위를 어지럽게 돌면서 등 뒤에서 덮쳐들었고 중국인들은 용감하게도 총신을 거꾸로 거머쥔 채 휘두르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총을 연속적으로 발사해 승냥이들을 쫓아버렸을 때는 한 사람은 이미 쓰러져 있었고 또 한 사람은 나무에 기대어서 있었다. 바이코프는 쓰러진 사람은 이미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서 있는 사람은 살아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서 있는 사람은 실제로 바이코프가 중국말로 괜찮는냐고 물었을 때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바이코프는 그를 부축해 주다가 소스라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 중국인의 하반신이 뼈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승냥이들의 날카로운 이빨은 그를 산채로 뜯어 먹었던 것이다. 쓰러진 사람의 시신은 의과대학 연구실에 있는 뼈다귀 표본같이 되어 있었다.

훌륭한 사냥꾼 바이코프도 승냥이에게 곤혹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보보신과 함께 사냥에 나섰던 바이코프는 열 서너 마리쯤 되어 보이는 불빛들이 천천히 그들 일행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냥꾼들이 산정에 서 있을 때 인근은 계곡까지 자그마한 불빛들로 쫙 깔려 있었고, 그 불빛들은 서서히 산정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총성이 울려 퍼지고 바이코프의 총신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바이코프가 장탄을 할 때는 보보신이 승냥이가 접근을 못하도록 총대를 휘두르며 몸으로 막았다. 보보신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푸주간의 쇠고기처럼 살점이 조금씩 뜯겨져 나간 것이었다.

“보보신 자네 몸은 푸주간의 쇠고기가 아니야. 한근 두근씩 산매하지 말아”

전방에서 덮쳐들던 한 무리의 승냥이들이 거의 전멸하자 또 다른 무리들이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그 눈빛은 미친개의 그것이었다.

“보보신 위쪽에서 덤빈다” 바이코프가 소리쳤다. 승냥이 한 마리가 언덕위로 올라가 뛰어 내리면서 보보신을 덮쳤다. 그리고 보보신의 어깨를 깊숙하게 물었다. 보보신은 그 무게로 비틀거렸으나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면서 오른손으로 승냥이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어깨를 물고 있는 승냥이를 발로 밟아 죽였다. 그러나 그의 어깨에서는 봇물 터지듯 피가 쏟아져 내렸고 잠시 후엔 그 거인도 급속히 기운이 빠져 나가는 걸 느꼈다. 바이코프는 보보신을 도와주려고 했으나 자신도 오른쪽 팔을 물려 비틀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총소리가 들려왔다. 3km쯤 떨어진 산막에 있던 알렉세이가 총소리를 듣고 사람들을 데려왔던 것이었다. 다른 동료들이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을 응급치료하고 있는 사이에 횃불을 들고 인근을 돌아다녔던 사냥꾼 한 사람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이거 원 서른 마리가 넘는 승냥이들이 죽어있어”

“그보다 백 마리 이상의 승냥이와 싸우면서 살아남았다는 게 더 신기하지...”

바이코프의 조용한 목소리였다.

<⑤회에 계속>

                                                                                         글 : 경남투데이 반용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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