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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개는 작은 짐승 전문 사냥개…⑦
거제개는 작은 짐승 전문 사냥개…⑦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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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회에 이어>

거제개는 직접 짐승을 숲 속에서 찾아내고 끝까지 추적해 포획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둔덕면 시목리 이재우씨(65)는 1980년대 거제개 한 마리로 살림기반을 조성했다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만큼 거제개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람이다.

1981년 봄, 신현읍 수월리 윤봉권씨 댁에서 5개월 된 강아지. ‘메리’를 사온 이씨는 이듬해부터 이 개를 이용해 사냥을 시작해 1989년까지 30여 마리의 멧돼지를 비롯해 오소리28마리, 노루 89마리를 잡은 것으로 기록됐다.

메리의 전성기는 1982년부터 였다. 이때부터 메리는 노루를 발견할 경우 단 한 번도 놓치는 일이 없었다. 사람과 같이 영리하다해서 둔덕면 출신 김득수 전 거제시의회의장이 이 개의 이름을 ‘이 메리’로 지어주기도 했다.

메리는 먼 거리까지 짐승을 추적하다 주인을 잃는 경우는 허다했고, 짐승을 잡다 죽을 뻔 했던 일도 많았다.

<⑧회에 계속>
1984년 섣달, 이재우씨는 일행2명과 함께 ‘메리’와 그의 딸 ‘복’을 데리고 고성군 삼산면으로 사냥을 갔다. 3명의 일행은 두 마리의 개를 앞세우고 산을 헤맸지만 한나절이 지나도록 짐승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심때가 지나자 개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메리와 복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산마루 쪽으로 냄새를 맡으며 차츰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었다. 이씨도 개를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뒤를 따라 갔지만 어느새 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산속을 헤매던 이씨 일행은 하는 수없이 타고 온 짚차가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복’이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이씨는 메리도 곧 따라 올 것을 생각했으나 그것은 잘 못된 생각이었다. 짧은 해가 저물고 밤 9시가 넘어도 메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우~’하고 울어주던 메리가 그날따라 아무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이씨는 산을 향해 소리쳐 메리를 불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자정이 가깝도록 이씨는 불을 피우고 메리를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씨 일행은 거제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일찍, 전날 이용했던 봉고차를 타고 다시 메리를 찾으러간 이씨는 현장에 도착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메리는 전날 사람들이 불을 피우며 자신을 기다리던 곳으로 돌아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85년 ‘메리’와 ‘복’을 데리고 동부면 노자산으로 사냥을 갔던 이씨와 김씨는 또 한 차례 거제개가 엮어내는 한 토막의 파노라마를 감상했다.

개들을 앞세우고 5부 능선을 가로질러 가던 일행은 메리의 갑작스런 행동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귀를 세우고 눈빛이 달라졌던 메리가 갑자기 산위로 달려갔다. 이씨는 김씨를 8부능선으로 가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개를 따랐다.

20여분을 달려가자 갑자기 산을 찢는 돼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위쪽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런데도 돼지의 비명은 그칠 줄 몰랐다.

소리를 따라 달려 가보니 20관 남짓 된 멧돼지의 뒷다리와 귀를 메리와 복이 물어 당기며 버티고 있었다.

이씨는 총을 가진 김씨를 내려오라고 고함을 쳐댔지만 김씨는 오히려 이씨 더러 올라오라고 고함을 쳐댔다…

<⑧회에 계속> 
                                                                                          글 : 경남투데이 반용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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