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균근 칼럼
우리 국민들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통해 담아 주기를 기대했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 온 국민은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속살을 지켜보면서 국민이 변하고, 정부가 변하지 않는 한 또다른 세월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잔인한 4월'에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도 국민은 눈물과 한숨을 삼키면서 표심을 가다듬었다.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국민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갈 능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느 정당에 있는 지 살폈다.
6·4지방선거 결과는 여야 누구에게도 '승리'를 주지않았다.
어떤 이는 '균형'이라고 했고, 어떤 이는 여야 정치권에 '레드카드'를 던졌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여야 두 진영 무두에게 '패배'를 안긴 것은 정치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초보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회초리'였다.
국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통합과 혁신이었다.
당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통해 이번에야 말로 온전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를 '승리'로 해석한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눈물의 담화'를 통해 공직개혁을 비롯한 국가 대개조를 다짐했다.
그리고 이 역할을 문창극 총리후보자에게 맡겼다. 이미 한차례 안대희 후보자가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민심의 질타 속에서 낙마한 뒤였다.
그런데 문 후보자마저 이념편향을 넘어서 종교적 편향, 민족과 역사인식마저 의심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중용됐고, 불통국정의 핵심으로 거론된 인사들은 유임됐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문 후보자를 둘러싼 국민적 갈등과 대립이 확산되는 속에서도 종전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방식은 오히려 더 공고해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의 일부 도지사 당선자들은 경쟁자였던 야당 후보들과 연정을 시도하는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의 이런 시도에 대해 차기 대권을 향한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도정을 통합의 기반위에서 펼치겠다는 노력은 평가돼야한다.
그들이야말로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내린 명령을 받들고 있다고 봐야겠다. 그들이 취임이후 실제로 도정을 어찌 이끌지는 더 지켜보면 될 일이다.
부산 경남에서 아직 이런 통합과 협력의 사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은 대목이다.
세간에서는 청와대를 '청와사'라고 부르고 있다. 청와대가 속세를 떠난 스님들의 거처라는 비아냥이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자는 "정치는 민심을 따르는데서 흥성하고, 민심을 거스르는데서 쇠망한다"고 했다.
민심의 바다를 벗어난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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