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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택시 감차, 장기계획 마련이 먼저
<이슈분석>택시 감차, 장기계획 마련이 먼저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4.07.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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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신규면허 대상자 불만 없애고 지역특성 고려해야

거제시가 내년부터 2019년까지 택시총량을 줄이기 위한 감차를 실시할 것이 확실해 개인택시 신규면허를 기대했던 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개인택시 면허를 따기 위해 10년 이상 무사고운전 등 관련 요건 충족을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규면허 대상자들은 현재 행정에서 파악한 숫자만 50여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실제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신청을 포기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규면허 대상자들은 줄을 섰는데 정부에서 작정하고 감차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거제시의 경우 증차요인이 뚜렷한 지역이지만 일방적 지침에 따른 용역을 통해 지역 특성을 무시한 결론으로 몰고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제를 비롯해 김해, 양산 등 경남도 3개 지역과 강원도 원주, 전남 순천 등 5개 지역은 감차대상이 아니라 꾸준히 증차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구증가 추세와 양대조선 등 산업인력의 꾸준한 유입 등 거제시는 계속적으로 택시 증차요인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택시총량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택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제의 택시총량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가까운 통영시와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올 6월말 기준으로 통영시의 택시총량은 개인택시 385대, 법인택시 275대 등 총 660대이다. 반면 거제시의 택시총량은 개인택시 427대, 법인택시 184대 등 611대에 불과하다.

통영시의 인구는 6월말 현재 13만9349명이며 거제시의 인구는 25만7268명으로 통영시의 두배에 가깝다. 하지만 택시총량은 오히려 통영시가 50대 정도 더 많은 상황.

이처럼 거제시 인구의 절반에 불과한 통영시 택시총량이 거제보다 많은 이유는 택시운행 원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영의 경우 3부제 운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운전기사들이 이틀 운행하면 하루를 반드시 쉬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반해 거제시는 6부제 운행을 하고 있다. 5일 운행하면 하루를 쉴 수 있는 구조다.

택시 감차의 돌파구를 택시운행 원칙에서 찾자는 신규면허 대상자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영시처럼 3부제 운행은 아니더라도 4부제 정도로 완화만 해도 감차 에서 증차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제시의 6부제 운행은 지난 1986년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에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의 인구증가 등 주변환경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5일 일하고 하루 쉬는 운전기사가 어디 있겠냐”면서 “안전운행이 필수요소인 운수업 종사자에게 6부제 운행은 중노동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택시기사들의 노동량도 줄이고 신규면허 대상자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6부제 운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통영처럼 3부제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4부제 운행만 해도 증차요인이 충분히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대책 없는 중앙행정의 오류=택시가 부족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증차대상이었던 거제시가 내년부터 감차대상으로 바뀐 이유는 정부의 장기대책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6월 발표된 제2차 택시총량 지침과 올 1월 발표된 제3차 택시총량 지침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차를 작정하고 꼼수를 부린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택시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당시 이 사업에 대한 장기계획이 설립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택시의 고급화를 선언하며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 면밀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당시 개인택시 면허를 상의군인이나 보훈대상자 등에게 남발하고 이후 면허취득 요건만 갖추면 발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면허를 발급하면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개인택시 총량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9년 이전까지 개인택시 면허는 대인이나 대물 등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없었다. 대인이나 대물 등 특정 대상을 설정해 면허를 발급할 경우 대상이 사라지면 면허도 상실되지만 이전의 개인택시 면허는 대상에 대한 설정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대상이 설정되지 않은 면허는 매매를 통해 계속 유지됐고 신규로 남발되는 면허와 함께 택시총량을 늘이는 원인이 됐다. 결국 늘어난 택시총량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타계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제3차 택시총량 지침에서 규정을 강화해 감차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감차’라는 목적에만 몰입돼 지역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감차로 몰아가는 단기적 처방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면허 취득을 기대하며 몇 년을 고생한 거제지역의 신규면허 신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택시 감차,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체계적 계획 없이 출발한 개인택시 면허는 남발로 인해 업계의 생존을 위협했고 자구책으로 마련한 감차계획 또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제3차 택시총량 지침을 내놓고 용역을 통해 감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감차를 신청받아 영업권에 대한 보상비를 정부가 모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50대50으로 부담하게 했다.

감차 또한 필수선택이 아니라 희망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예산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확보되는 대로 하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강제적인 규제가 아니라 지자체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신청을 받아 희망하는 자에게 하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감차를 신청할 당사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 예상할 수 없고 지자체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출발시점부터 정부의 잘못 뀐 단추로 인해 택시총량이 늘어나고 업계의 생존문제가 야기된 만큼 자생력 또한 정부 처방을 통해 키울 수밖에 없다. 처방에 앞선 책임 또한 정부의 몫이다. 감차의 대상과 보상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감차대상은 2009년 이전 발급된 대인이나 대물에 대한 규정 없는 개인택시 면허다. 매매를 통해 끊임없이 살아나는 이 면허들을 정부예산을 통해 매입해서 폐기시키지 않는 한 택시총량의 문제는 계속 골칫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거제시만 하더라도 개인택시 427대 중 2009년 이후 발급된 신규면허 25대를 제외한 402대는 영구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특급 면허를 가진 차량들이다. 이 차량들의 가격 또한 1억원을 훌쩍 넘어 2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차량들을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정부에서 예산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

택시업계의 생존문제를 해결하고 신규면허 대상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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