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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어린이의 수영대회 '첫 출전'
갯마을 어린이의 수영대회 '첫 출전'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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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당시 교육 당국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요즘으로 치면 수영 꿈나무 발굴을 위해 전국 국민학생(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영시합을 개최하게 한다.

거제도 역시 이러한 여파로 교육청이 주최가 되어 수영시합을 개최하게 된다.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뜬금없이 조회시간에 담임선생이 대뜸 “갯가에 사는 놈 손들어” 하고 말하자 “뭔 사건이 생긴 건 아닌가” 하며 딱히 지은 죄도 없는데 죄지은 놈 마냥 주섬주섬 손을 들자 담임선생은 더 볼 것 없다는 식으로 필자와 같은 동네 사는 친구 놈을 지명하며 교무실로 따라 오란다.

바짝 군기가 들어 교무실로 가니 웬걸 교감선생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너희 둘은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수영선수로 뽑혔으니 일주일 후에 있는 수영시합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며 악수까지 하는 것이 않는가.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잠시 정신이 혼미했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갯가 놈이 바닷가에서 물놀이 말고는 딱히 특별한 놀이가 없었으니까.

필자와 친구 놈은 일주일 후에 벌어질 수영시합을 위해 체육부장 선생을 따라 학교 인근 저수지로 끌러가 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보통 훈련이라 함은 기본, 체력, 기술훈련 등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때 우리가 배운 것은 “아무도 보는 사람 없으니 다 벗고 들어가서 헤엄쳐봐” 그리고 “갱물은 가만있어도 뜨지만 민물은 움직이지 않으면 가라앉으니 조심해라.” 이것 딱 두 가지다.

게다가 일주일 중 나흘은 비가 왔고 이틀 연습하고 마지막 날은 시합 당일이라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맹훈(?)이 끝이 났다.

시합 당일 우리는 선수단장인 교장선생과 결전의 장인 일운면에 위치한 지세포 저수지 특설 수영장(?)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뜬금없이 교장선생께서 “수영복은 챙겨왔어” 하길래 둘 다 “예”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 말한 수영복은 필자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때 우리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던 수영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새까만 색에 하얀 줄이 그것도 한 줄이 아닌 두 줄로 선명하게 그어진 운동회 때에 입는, 때로는 출근복으로 입는 팬티를 이미 착용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유니폼이 중요 한 것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며 “열심히 해보라”며 한참이고 웃으셨다. 물론 속내는 윗선에서의 지시니 거절할 수도 없고 그냥 참가하는데 의미를 둔 것 같았다.

결전의 장에 도착한 두 갯놈은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탈의실을 잘못 찾아 여자탈의실에 들어가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나왔다. 딱히 볼 것도 없더만 왜 저렇게 오버를 하는지 그때 우리들로서는 억울한 구석도 있었다.

그래서 둘은 저수지 인근 소나무 옆에서 시합복장을 갖추고 선수대기소로 갔다. 우리가 시합복장을 갖춘 거라곤 윗옷 런닝을 탈의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돌로 옷을 눌러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친구 놈이 예선 두 번째 시합에 출전했다. 전의를 불태우며 개고함을 지르며 전장으로 나갔지만 여섯 명중 다섯 번째로 결승점에 돌아왔다. 그것도 4등과는 한참이나 뒤처진 채로.

그렇게 친구 놈은  오후 본선시합에는 더 이상 얼굴을 보기 힘든 성적으로 예선을 마감했다.

본부석에 앉아 있는 교장선생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잔잔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 그렸다.

바로 앞에 조 예선 세 번째 시합에서 둔덕에서 온 놈은 시합 중 자신의 코스를 벗어나 다른 코스로 들어가 실격을 당했다. 빠르기는 무지하게 빨랐다.

드디어 필자의 차례가 왔다. 참고로 필자는 50미터 평형에 출전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개구리헤엄이 주 종목인 셈이었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힘차게 출발했다. 이제 수면으로 올라가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일념으로 힘차게 비상하는데 어쩐지 밑이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 확인을 해보니 팬티가 발목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여 다시 물밑으로 들어가 팬티를 치켜 입고 올라오니 다른 선수는 저 멀리 가고 있었다.

갯가 놈은 이를 악물고 죽어라고 달렸다. 반환점에서 결국 선두를 따라 잡고 1등으로 치고 나갔다. 물론 다른 선수와는 다르게 반환점에서 손바닥으로 탁 두드리고 돌아서는 바람에 손해도 많이 봤다.

결승점이 눈앞인데 너무 오버를 한 탓인지 뒷심이 부족해 결국 2등으로 골인했다. 교장선생은 엄청 기뻐했다. 2등까지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본부석에서 필자를 실격으로 처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규칙위반이라는 것. 팔은 자유형이고 다리는 개구리헤엄을 쳤으니 수영종목에는 그런 것이 없단다.

스타트 후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너무 급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갯가에서 하던 그대로 했기 때문이다.

 시합 후, 교장선생은 우리 두 놈을 지세포 중국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고생 했다며 자장면을 사 주었다. 두 갯놈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보는 자장면이었다. 천상의 맛이 존재한다면 바로 그때 그 맛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천덕수 교장선생님’ 강녕하게 잘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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