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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꾸리’, ‘근근이’, ‘뽀도시’
‘제꾸리’, ‘근근이’, ‘뽀도시’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0.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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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소리와 ‘억장’

그 외에도 커다란 숫자를 사용하는 거제의 과장 표현은 많다. ‘오만(五萬)소리’가 있다. 사전에는 ‘수다하게 지껄이는 구구한 소리’로 나와 있다. 사전에는 없는 ‘오만 거 떼만 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하게 ‘많다’의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오만 떼만 것들이 나를 못살게 군다.’의 예문을 보자. ‘도나캐나 개나소나 여러 잡스런 떨거지들’의 의미가 있음을 느낄 것이다.

“억장이 무너진다.”로 써서 가슴속의 억울함이나 절망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때의 억장은 ‘億丈’으로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로 여겨진다. ‘만정(萬情)이 떨어진다.’라는 표현을 써는데, ‘만정’은 사전에 나와 있으며, ‘모든 정’을 말한다. 이런 말들은 사투리라 할 수 없다. 거제인들은 이렇게 상당히 강조된 말을 널리 사용해 왔다.

‘제꾸리’, ‘근근이’, ‘뽀도시’

비슷한 말을 중첩하거나 반복하여 강조하기도 한다. ‘겨우’를 나타내는 거제말에 ‘제꾸리, 근근이, 뽀도시.’라는 세 가지의 낱말이 있다. 약간의 어감차이는 있으나 거의 같은 뜻이다. 상황에 따라 각각 쓰는 것이 대부분이고 원칙이지만, 우스개로 이 셋을 붙여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예문을 만들어 보자 “숙제가 많아서 제꾸리, 근근이, 뽀도시 다 했다.”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뜻의 부사를 셋씩이나 중첩시켜 유머러스하게 강조를 극대화하는 어법인 것이다.

‘뽀도시’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겨우’의 경상, 전라도 방언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필자는 ‘빠듯이’에서 온 것으로 여겨지므로 이의 방언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며, <전남방언사전>에는 이 ‘뽀도시’가 ‘시’에서 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표준어 ‘겨우’는 ‘제우’로 예전에 발음하였으며, 이도 많이 쓰였다.

‘제꾸리’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전남방언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로 이것이 ‘겨우’의 경상도 방언으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편 ‘근근(僅僅)이’는 사투리 같지만, 한자말에서 온 것으로 사전에 ‘어렵사리 겨우’라고 실려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쉽게도 이런 어휘들을 잘 쓰지 않는다. 가끔 일부러 유머와 강조를 위하여 이런 어휘를 사용하곤 한다. 이제 세 단어를 각각의 예문으로 느껴 보자.

“빠꾸해라 뽀도시 나오것다.”

풀이하면 “후진해라 빠듯이 나올 수 있것다.”

“제꾸리 돈을 채(債)왔다.”

풀이하면 “겨우 돈을 꾸어 왔다.”

“근근이 입에 풀칠하고 안 살았나!”

풀이하면 “근근이 입에 풀칠만 하고 안 살았나!”

위의 세 예문을 자세히 음미해보자. ‘제꾸리’, ‘근근이’, ‘뽀도시’가 비록 비슷한 뜻으로 혼용되기도 하고, 중첩하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예문의 형태가 거제도 방식으로 제대로 사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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