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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행님’과 ‘풀 센 행님’
고춧가루 ‘행님’과 ‘풀 센 행님’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1.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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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행동

‘배내기’ 자식

늦어서야 고향에 돌아온 필자는 최근에 친구들로부터 듣는 거제말이 제법 있다. 그 중 하나가 ‘배내기’인데, 참으로 수상쩍은 말이다. 이 배내기 뒤에는 ‘자식’ 또는 ‘새끼’라는 저속어를 붙여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어디에서 주워온 자식’이거나, ‘어머니가 밖에 나가서 낳아온 자식’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하여 물어 보았더니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의미는 ‘어떤 모임이나 그룹에서 눈 밖에 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배내기’의 ‘배’는 ‘유배(流配)’의 ‘배(짝 배配)’가 아닌가? ‘짝(그룹)에서 배척당하는 사람’ 즉, ‘배(配,그룹) 밖에 난 사람’으로 생각되는데, 뒤에 따라붙는 ‘새끼’를 뺀다면 보기보다는 괜찮은 말이다.

그러던 중에 사전을 뒤져 보았는데, ‘배내’는 ‘남의 가축을 대신 길러 가축이 다 자라거나 새끼를 친 뒤에, 팔아서 그 이익을 주인과 나누어 가지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배내’일 것인가. 따라서 원래 자기 집 가축이 아니고 데려온 가축이라는 뜻으로 그러는 것인가? 필자는 앞의 ‘배(짝 배配)’가 옳다는 생각이다.

‘배 밖에 나다.’ 또는 ‘눈 밖에 나다.’란 말을 쓰는데, ‘배 밖에 나다.’는 찾을 수 없었지만, ‘눈 밖에 나다.’는 사전에 관용구로 ‘신임을 잃고 미움을 받게 되다.’로 나와 있다. 앞의 ‘배’는 ‘배(腹)’가 아니라 ‘배(配)’로 생각되고 뒤의 ‘눈’은 ‘눈(目)’이다.

고춧가루 ‘행님’과 ‘풀 센 행님’

어느 ‘행님’(형님)의 별명이 ‘고춧가리(가루)’라 하였다. 그 형님의 동기들이 모두 그렇게 불렀으므로, 필자도 당사자 없는 데에서 그를 칭할 때에 ‘고춧까리 행님’이라 칭하였다. 왜 ‘고춧가루’냐고 선배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매사(每事)에 초를 치듯 걸고넘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떤 모임이나 회의에서 제 딴에는 바른 소리지만, 시시콜콜 진행에 방해를 주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곤 하였다.

‘풀 쎈(센) 행(형)님’도 있다. 사람들이 거칠고 고집이 센 경우를 ‘풀이 쎄다(세다)’라고 말한다. ‘풀’은 ‘풀(草)’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풀(糊)’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옷감을 세탁하여 건조, 다림질하기 전에 풀물에 담그는 일을 한다. 옷을 빳빳이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 풀질을 세게 하면 옷감이 너무 거칠어지는데, 이럴 경우 ‘풀이 세다’라 표현한다. 이 말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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