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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우리는 현대산업개발의 지난 날 부정(不正)을 기억 한다
[논점] 우리는 현대산업개발의 지난 날 부정(不正)을 기억 한다
  • 이재준 기자
  • 승인 2015.01.26 15: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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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사곡만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사업에 주관건설투자사로 단독 응모했다는 소식이다. 거제시는 현산이 심사과정을 통과하면 협약대상자로 선정하고 이후 협약안 논의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빠르면 2월 중 서로 협약서를 교환할 계획이다.

물론 협약안은 금융, 실수요자, 건설사 등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현산도 협약 대상자로서 선정되고, 협약서가 만족스럽다면 최종 사인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관련, 거제시는 현산이 최종 투자자로서 낙점 될지 여부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무난히 사곡만국가산단조성사업을 꿰어 찰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이다.

거제시의 50년 미래를 담보한다는 이 사업은 그 규모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총 사업비는 1조3000억 원이 소요되고, 그 면적도 381만 ㎡에 달한다. 이 사업이 순항하면 오는 2020년에 현재의 대우, 삼성조선과 비견되는 대규모의 공단이 탄생하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공단이 조성된 이후 거제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도 무릇 2조원이 예상된다니 그 기대가 크다.

그런데 우리가 이 같은 거제시의 장밋빛 내일에 들떠 면서도 마음 한편이 왠지 찜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산이 지난 날 거제시에서 저질렀던 부정이 너무 경악스러웠고, 아직도 그 일은 마무리되지 못한 채 ‘현재 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건설도급순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이 저질렀던 그 저급한 행위에 대해 시민들이 아직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많은 시민들은 “왜 하필…이 업체인가” 자조 섞인 푸념을 쏟아내며 향후 진행될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돈이 되는 일이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염치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이 기업윤리이고 정신이라면 할 말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2013년 5월 기자회견 당시 거제시민에게 사죄하는 현대산업개발 정순국 상무

현산과 거제시의 악연은 이렇다.

현산은 지난 2005년 8월 장승포, 능포, 아주, 옥포지역의 오수관로 매설공사(33.4㎞)를 162억4300만원에 수주했는데, 설계도에 명시된 가시설물(H파일, 시트파일) 6.2㎞ 구간에 800m만 제대로 시공하고 나머지(5400m)는 공사사진으로 시공한 것처럼 속이고 거제시로부터 44억7286만원을 부당하게 받아낸 것이다. 이 부정시공은 내부자의 고발로 드러났다. 자칫 그대로 묻힐 뻔했던 사건이었던 셈이다.

거제시는 2008년 12월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냈고 2009년 9월10일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부정당업자 입찰자격제한’ 5개월을 의결 통보했다.

현산은 부당하다며 즉각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처분취소 소송 냈다. 이는 거제시의 제재조치가 발효되면 그 기간 동안 현산은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물론 전국 지자체 공사 수주 명함도 내밀 수 없어 법정투쟁으로 시간을 벌어보자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더욱이 5개월간 입찰참가 제한으로 현산측이 입는 피해액은 1조 2천 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참가 제한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집행정지‘가 결정됐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공사수주는 가능했다.

2010년 5월6일 1심 선고에선 거제시가 패소했지만 2심에선 거제시가 승소했다. 현산측은 즉시 상고했지만 항소심 판결이 뒤집힐 수 없다고 판단, ’선고기일 연기‘ 신청을 냈다.

그리고 거제시에도 ’입찰참가 제한조치‘의 재심의를 신청했다.

이 당시 현산이 ‘재심의 신청’을 한 것은 첫째, 대법원 승소는 기대할 수 없는데다, 대법원이 처분기간을 줄이는 판결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던 입찰참가제한기간을 30~45일로 줄어야 한다는 절박성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산측의 이런 사정을 어루만진 탓(?)인지, 거제시는 재심의에서 입찰자격제한 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깎아줬다. 이 결정으로 현산측은 수주손실 추정액의 80%인 1조103억 원 가량을 이득을 보았다는 것이 당시 언론의 추산이었다.

여기서부터 의혹의 불씨는 일었고 지역사회의 여론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했다.

거제시의 재심의는 2009년 9월10일 소집된 거제시계약심의원회의 결정(5개월 입찰참가 제한조치)이 법규를 어겼거나 업체의 부당부정행위를 잘못알고 처리한 경우에만 할 수 있으나, 시가 ‘정상을 참작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근거로 재심의를 한 것은 무리한 행정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시민들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입찰참가제한기간을 경감해 달라는 재심의를 받아준 것은 위법이고 당연 무효라며 크게 발발했다.

게다가 그 ‘특별한 사유’가 거제시의 건설공사에 53억 원 상당의 무상 시공 지원과 17억 원을 기부금으로 2년 이내 거제시에 준다는 ‘70억 원 지원 약속’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원칙없는 행정에 대해 시민들은 분개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거제시가 선의를 악의로 갚는 자가 이득을 얻는 불의(不義)의 땅이 될 것인가?”라고 통탄했다.

또한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전임 시장이 한 5개월의 입찰자격제한 처분을 경감해주면 70억 상당의 사회공헌 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1개월로 경감 처분을 해준 것은 현산의 정교한 노림수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구심의 근거는 제3자뇌물공여죄의 성립요건인데, 이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상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

따라서 거제시와 현산측 사이에 이뤄진 ‘70억 원 지원’이 ‘부정한 청탁’이 되느냐, 안 되냐는 법률적으로 유․무죄의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부당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 교부의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의연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현산측이 ‘제재경감(입찰제한을 5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위해 약속한 ‘70억 원 지원’에 대해 드러난 증거들을 검찰에 시인하면 70억 원은 지원하려해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받는 쪽(거제시)도 지켜야할 쪽(현산)에게 “약속을 지켜라”고 큰소리칠 입장이 못 되는 우스운 처지가 됐다.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에서 경영자, 종업원, 지역사회 등의 각 이해집단이 협력하는 협동체계를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도 기업이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이익에 반하는 기업 활동을 했다면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

그런 때문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한 이윤추구 활동 이외에 법령과 윤리를 지키며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는 책임활동,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양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기업윤리와 정신을 현산에서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렇기에 더욱 거제의 50년 미래가 걸린 이 대역사에 현산이 단독으로 응모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날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도 없이 그저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면서 시민들이 지난 기억을 잃고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가 주길 바란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

공자는 사람의 처신에는 용서할 수 있는 것과 용서해야할 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것, 용서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적인 것은 얼마든지 용서할 수도 있지만 공적인 것은 용서하는 것부터가 죄악이 된다고 일갈했다.

현재로선 현산이 사곡만 해양플랜트국가산단 건설투자사로 최종 낙점 될지는 미지수다.

이렇든 저렇든 거제시민들이 망각에 저항하며 현산의 지난 날 부정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단독 응모한 사곡만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사업 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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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5-01-27 10:11:59
위원회인지 뭔지에 참여한 인사들은 요즘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이 아직도 우리 거제사회에서 잘 났네 하고 고개 빳빳하게 쳐 들고 다닌다는게 너무 분통이 터집니다. 벼락을 맞아 뒈져도 시원치 않을 인간들이 말입니다.^^

시민 2015-01-27 10:09:43
행위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거제시 공무원들도 이 기사를 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당시 기고분을 언론에 냈던 그 회계과장은 요즘 뭐 하는지 모르겠네요. 승진에 목말라 있나요 아님... 참 그런 공무원들도 딱합니다. 그렇지요? 시장은 왜 현산에 대해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돈 받으면 뇌물이 될까봐 그런가. 저는 지금도 왜 입찰참가제한을 5개월에서 1개월로 해 주었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때 무슨 이

시민 2015-01-27 10:06:22
거제시민뉴스 이재준 기자님 ! 정말 이 기사 잘 썼습니다. 아주 논리 정연하고 누구에게나 머리에 쏙 들어오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게 바로 지역언론의 숨어있는 실력입니다. 어느 인터넷신문처럼 말도 안되는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고 오탈자 투성이로 지 맛대로 씨부리는, 거의 행패에 가까운 수준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수준 높은 기사입니다. 우리 거제시민들은 이런 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당시 현산의 약속과 거제시의 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