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색에 농심은 벌써 가을의 풍요를 그리고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
봄비가 내린 뒤로 며칠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삶의 주변에 깊숙이 파고든 봄색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는 간밤에 내린 비에 녹아 계곡을 따라 흐르고 탁 트인 대지와 만나 벌판을 적신다.
지난 겨울의 한가함이 무료했음인지 성급한 농심은 벌써 벌판으로 달려나가 다가올 가을에 대한 풍요의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이른 아침, 집 앞 텃밭으로 나선 어머니는 행여나 벌레먹을새라 연신 분무기를 저어 날벌레 쫓고 벌판에 나선 아버지는 깊이 다가온 봄색에 마음 흐뭇해한다.
5월을 기다리는 보리는 벌써 대를 세워 푸르름을 자랑하고 수줍은 듯 피어난 노란 유채꽃은 벌나비 날아들길 기다린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마늘은 땅 속으로부터 토실토실 영글어가고 철없는 날벌레 한 마리, 쑥쑥 자라난 쑥 이파리 위에 앉아 무얼 그리 열심히 찾아 헤매는지….
도심 한 귀퉁이 자리잡은 한촌의 봄은 오늘 하루도 깊어만 간다.
“아이야, 햇살 따사롭다. 남쪽 창을 활짝 열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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