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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의 차이는 30센티미터
천당과 지옥의 차이는 30센티미터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2.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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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시골 처녀 모양의 산나물이 콩나물이며 두부, 시금치들 틈에서 수줍은 듯이 그러나 싱싱하게 쌓여 있는 것이었다. 얼른 엄방지고 먹음직스러운 접중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산나물도 낯이 익다. 고향 사람을 만날 때처럼 반갑다. 원추리며 접중화는 산소의 언저리에 많이 나는 법이겠다. 봄이 되면 할미꽃이 제일 먼저 피는데, 이것도 또한 웬일인지 무덤들 옆에서 많이 핀다.

장거리에서 보자기에 쌓인 산나물을 본
노천명 시인의 아름다운 단상(斷想)이다.

풍수의 목적은 진혈에 시신을 모신 뒤에 그 생기의 발복을 기대 하는 것이다. 혈을 정한다는 뜻은 음택의 경우 생기가 모인 땅에 시신을 묻는 것이고, 양택의 경우는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곳을 정하는 것이다.

풍수에 여러 격언이 전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용은 삼년에 걸쳐서 찾고 점혈은 십년이 걸린다(三年?龍十年點穴)’ 이다. 이 말은 생기가 흐르는 용맥은 찾기 쉬우나 정작 생기가 모여 있는 혈은 알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만권의 풍수지리서를 읽고서도 진혈을 찾지 못한다면 십 년 공부가 모두 허사가 아니겠는가?

풍수에서 혈을 정하는 어려움을 곧잘 사람의 몸에 침을 놓는 것에 비유한다. 사람의 몸에는 거미줄처럼 엉켜진 경락(經絡)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뻗어 있다. 경락은 기(氣)가 전신을 순행하는 경로로 풍수에서는 생기가 흘러가는 용맥이 이에 해당된다. 산줄기는 뼈이고, 흙은 살이고, 물은 피요, 초목은 털이라고 산과 사람을 비유해 흔히 말한다.

경락은 다시 경맥(經脈)과 낙맥(絡脈)으로 나뉘어지는데 경맥은 기혈(氣穴)이 흘러 다니는 주요 통로이고, 낙맥은 경맥을 상호 연결시키는 가는 통로이다. 풍수에서는 간룡(幹龍)과 지룡(支龍)의 관계와 흡사하다. 간룡은 주산에서 혈을 향해 내려오는 굵은 산줄기이니 경맥에 해당되고, 지룡은 간룡의 곁가지들로 작은 용맥을 의미하는 낙맥에 견준다.

명의(名醫)가 침을 놓을 경우 먼저 환자의 오장육부에 일어난 병의 원인을 파악한 후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정확한 혈을 잡아 침을 꽂는다. 풍수도 마찬가지로 시신을 안장시킬 혈을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정혈(定穴)]

만약 잘못된 경혈에 침을 꽂는다면 기가 오히려 막히거나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이 아무리 좋은 내룡이라도 진혈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면 시신은 생기를 올바로 받지 못한다. 그래서 풍수는 혈을 정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양균송은 다음과 같이 정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균송은 호(號)가 ‘가난을 구제했다’라는 구빈(救貧)으로 풍수가 중에서 가장 추앙받는 사람이다. 패철을 이용하는 이기론을 완성하고, 정확한 진혈과 좌향을 잡아 수많은 사람을 가난에서 구하였다. ‘아침에 가난하던 사람이 묘를 쓰고는 저녁때 부자가 되었다’는 조빈모부(朝貧暮富)의 고사를 낳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용을 살피기는 쉬우나 점혈하기는 어려우니
손가락 하나만큼만 틀려도 온갖 산이 막힌 것과 같다.

약간만 틀려도 길혈(吉穴)도 화가 있다."
천리를 뻗어온 용맥 일지라도 겨우 시신 한구가 묻힐 정도의 한정된 작은 공간에만 생기가 모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볼록렌즈로 빛을 모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태양 광선을 이용해 열을 얻으려면 렌즈를 태양과 직각으로 유지해야 된다. 또 렌즈의 크기와 두께를 고려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초점이 맞춰진다. 초점 중에서도 가장 협소한 범위의 광학상 초점만이 연기가 나며 불이 피어오른다.

마찬가지로 펀리를 달려온 용일지라도 내룡의 곳곳에 혈을 맺히지는 않는다. 내룡이 아무리 훌륭 하다해도 생기가 집중된 진혈은 하나밖에 없다. 이것은 아무리 렌즈가 커도 초점은 하나 밖에 맺히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풍수의 목적은 천리를 타고 흘러온 생기가 응집된 바로 그 한 지점을 찾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렌즈의 크기와 두께를 보고 처점이 맺힐 거리를 어림잡듯이, 정혈을 할 때는 용맥의 길이를 관찰해 어디쯤에 생기가 뭉쳐 있는가를 추정한다.(정혈의 방법은 다음장 에서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삶에 지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태어나 자란 고향이고, 그 고향 산자락에 부모를 모신 선영이다. 선영으로 오르는 길은 굴참나무, 개암나무, 떡갈나무, 아카시아나무가 뒤엉켜 오르기 힘들다.

숨이 턱에 찰 즈음이면 잔디가 산 위쪽까지 곱게 펼쳐진 선영이 나온다. 마치 윗 대조 할아버지의 훈시를 듣는 것처럼 나란히 줄을 맞추어 조상들이 모셔져 있다.

하지만 풍수지리에 밝았던 선조들은 이런 형태로 묘를 쓰지 않았다. 일산일혈(一山一穴)의 원리에 따라 하나의 산자락에 한기의 묘만 모셨다. 지금처럼 하나의 산자락에 여러 조상을 모시는 족장(族葬)은 조선시대에 들어서 생긴 풍습이다.

얼마 전에 풍수에 관심이 많은 어떤 분과 애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친의 묘가 안동에 있는데 옮겼으면 좋겠어요.”

“왜 옮기려 하십니까?”

“유언을 남기셨거든요. 선영이 있는 안동보다는 자식들 가까이 있는 서울 근교에 묻어달라고요.”

“그럼 선친은 어떻게 하고요?”

“예?”

“사람의 정으로 보면 마땅히 두 분을 합장하거나 쌍분을 했어야 옳아요. 하지만 아버님이 반대하시더군요. 유골이 생기를 받으려면 진혈에 묻혀야 하는 데 하나의 산줄기에는 하나의 혈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거예요. 저승에서 부부가 화락(和樂) 하기보다는 비록 떨어지지만 후손이 잘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조상된 도리라는 말씀이었지요.”

“예에, 중국에서는 부모를 백리나 떨어지게 모시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또 있다. 혈을 정확히 잡았어도 침을 꽂아야 할 깊이를 모르면 안 되는 것처럼 풍수도 마찬가지다. 진혈 일지라도 어느 정도 깊이로 시신을 매장해야 되는지 알아야 한다. 풍수는 이를 천광(穿壙) 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산에서는 깊어야 하고 평지는 얕아야 하는데, 대략 150센티미터에서 150센티미터(5자~6자) 사이가 정석이다. 요컨대 생기를 품은 흙[생토(生土)]의 두께를 재 관을 충분히 싸고도, 아래쪽에 생토가 어느 정도 남은 것이 좋다. 즉 생토의 가운데에 시신을 안장해야 좋다는 뜻으로, 속담에 ‘혈을 팔 때 [개혈(開穴)]는 지나치게 얕게 해서도 깊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장경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혈을 반드시 적당히 파야 한다. 얕게 팔 곳을 깊게 파면 진기가 위로 지나가고, 깊이 팔 곳을 얕게 파면 진기(眞氣)가 아래로 지나간다. 털끝만큼이라도 오차가 있으면 화복에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므로 혈의 상하를 정하되 한 자만 높아도 내룡이 상하고 한 자만 아래로 내려도 맥을 벗어난다. 또 좌우의 공간도 틀림이 없어야 하니 혈을 정하기는 정말 어렵다."

동덕창(董德彰)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혈(下穴) 때는 잘 살펴야 한다. 상하 좌우가
약간만 틀려도 길혈(吉穴)도 화가 있다."

그럼 이론을 어떻게 현장에 대비시킬 수 있는가? 산의 표면을 덮고 있는 흙[부토(浮土)]을 5자에서 6자 깊이로 걷어내면 갑자기 흙 색깔이 변하는 지점이 나온다. 붉고 누런 윤기를 디며 약간 습기가 스민 흙이면 좋고, 햇빛이 비췄을 경우 오색(청, 적, 황, 백, 흙)을 발하면 더욱 좋다. 생기가 담겨 있는 흙은 보기에는 돌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막상 만져보면 바스라져 밀가루처럼 고운 흙으로 변해버린다. 보통은 마사토가 무난하다고 한다. 좋은 토질의 조건이라면 무엇보다 물이 고이지 않고 스며들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못 쓰는 흙[사토(死土)]은 돌과 흙이 반반쯤 섞여 나무뿌리가 침입하기 쉽거나, 모래가 섞여 잔디가 자라지 않거나, 토질이 건조해 푸석 푸석하거나, 습기가 많아 배수가 안되는 흙이다. 심한 경우 무덤 속에 물이 솟는 샘이 있거나, 자갈, 모래가 있어 물과 바람이 침투해 땅강아지, 개미, 쥐, 뱀, 개구리 등이 들어가 살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광중으로 세찬 바람이 쳐들어오면 유골은 검게 그을려 숯처럼 보이고, 물이 차면 유골이 물에 둥둥 떠다니며 급속도로 심하게 부패 되거나 급기야 관이 뒤집히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흙의 좋고 나쁨은 땅을 파 보아야 알 수 있지만, 겉모습을 관찰해 어는 정도 진혈을 가리는 방법도 있다. 묘 주변의 나무가 잘 자라지 않거나, 봉분의 잔디가 듬성듬성 자라면 기맥이 없거나 허약한 곳이다. 그리고 봉분에 구멍이 생겨 뱀과 쥐가 드나들면 매우 흉한 곳이니 필히 이장을 해야 한다. 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부는 곳이나, 폭포처럼 물이 거세게 울부짖으며 흐르는 곳도 산이 신음을 토해내는 장소라 여겨 매우 꺼린다. 반드시 피해야 한다.

장사를 지낼 때는 또 경계할 일이 있다. 자연의 원리를 깨닫지 못한 풍수가가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해 생토가 나오도록 충분히 땅을 파지 않은 채 서둘러 관을 안치하는 경우다. 만약 구덩이에서 돌이나 바위 혹은 물이 나오면 풍수가의 지관행세는 그날로 끝장이니 일부 풍수가는 1미터만 넘게 되면 부토도 채 걷히지 않았는데 ‘그만, 그만’하고 소리를 지른다. 이런 지관은, 진혈도 허혈로 만드는 사이비 풍수가로서 그 해약을 대단히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명당도 중요하지만 생기가 응집된 진혈을 정확히 정해야 하고, 진혈 중에서도 시신이 생기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깊이 또한 정확하게 파야 되니 30센티미터 차이로 천당과 지옥이 엇갈린 다해도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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