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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42년 세월…동생 양곤 씨, 이제서야 兄 양수 씨를 만났다
통곡의 42년 세월…동생 양곤 씨, 이제서야 兄 양수 씨를 만났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2.20 17:4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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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유일의 이산가족 상봉자 박양곤씨,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서 형제 극적 상봉

거제에서 유일하게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대상자에 선정됐던 박양곤씨(54)가 꿈에도 그리든 형 박양수씨(58)를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오랜 세월 생사조차 몰라 애태웠던 형 양수씨의 얼굴을 42년 만에 다시 마주한 양곤씨는 기쁨과 설움에 복받친 표정으로 “얼굴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 되뇌였다. 이 자리에는 양곤씨의 형수 이순녀씨(53)도 함께 했다.

이들 형제를 갈라놓은 것은 지난 1972년 12월 28일 서해상에서 홍어 잡이를 하던 쌍끌이어선 오대양호 61.62가 북한 경비정의 공격을 받고 선원25명이 황해도 해주항으로 전원 나포됐던 이른바 ‘오대양호 사건’이다.

장목면이 고향인 양수씨는 3형제 중 둘째로 집에서는 ‘인술’이라 불리었는데, 그가 오대양호 61호의 선원됐을 때는 고작 16살이었다. 이 배에서 가장 막내였다고 전한다.

아버지는 아들이 납북될 무렵 세상을 하직했고, 어머니는 아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오랜세월을 눈물로 지새다 80년 후반쯤 눈을 감았다고 양곤씨의 숙모는 기억을 더듬었다. 큰 형 양덕씨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배를 탔던 것은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겠다는 ‘가족사랑’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배가 납북되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으로, 두 형제는 40년 넘는 세월을 생이별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양곤씨는 그 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2000년 8월 오대양호 사건으로 납북되었던 김모씨의 이산가족 상봉으로 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양곤씨는 상봉 전날 인 19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형님은 어린나이에 집안에 도움을 주려고 배를 탔다가 결국 암울한 세상으로 가게 됐다”며 “부모님은 형님이 눈에 밟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형이 납북된 이후 그의 삶도 이래저래 얽히며 평탄하지 못했다.

그는 형이 납북된 이후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을 얘기하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학교에 다니는 것도, 외국에 가는 것도 안 돼 생활에 곤란을 많이 겪었다”며 “형의 생사도 알아 볼 수도 있는 상황도, 만나보러 갈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고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그는 또한 “형이 어릴적부터 객지생활을 했던 탓에 기억조차 어렴풋하다면서 그(형)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 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양곤씨는 이산상봉 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잘못되어 또 무산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정식 인터뷰를 사양했었다.

오직 형을 만날 날을 그리며 노심초사했던 그가 42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에서야 형을 만났다. 양곤씨는 상봉하던 날, 혹시 형이 부모 얼굴조차 잊었을까 하는 노파심에 가족사진 여러장을 준비했다. 추운 북한 땅에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옷과 생필품 등 선물도 챙겼다고 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쌓인 회포를 풀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형제애를 만끽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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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2014-02-24 13:18:41
한편으론상봉이 기쁘지만
후유증이 심하지않았으면 ᆢ
기사읽는동안 눈시울이붉어지네요
축하드립니다

금동이 2014-02-21 09:42:34
생이별하고 살아온 세월에 안타갑습니다.사진을 보니 가슴도 아프고 또
헤어져야하니 그또한 맘 아프겠습니다.ㅠㅠ상봉을 축하드립니다.
거제시민뉴스는 다양한 기사가 참 빠르게 잘 올라오네요.수고하십시오

ㅈㅁㅇㅅ 2014-02-21 04:55:17
끝네 만나셨네요. 우리 마을 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압니다. 이분들 이리저리 정말 맘 고생 많이 하신 분들입니다. 그당시 북한과 정말 연관이 있지 않나 하면서 ?찰, ??원 등등, 온갖 설움과 멸시, 감시을 받은, 참 힘들게사신분들 입니다. 간혹 우리가 살아가다보면 친한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 이별을 할때, 그때 심한 몸살을 할때가 많습니다. 이별~~이별~~~생각도 못했는데..아마 이분 형님 만나고 오시면 분명히 생몸살을 하실건데주위에서 마음으로라도 진심으로 위로를 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