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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집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요”
“학대 피해 집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요”
  • 원용태 기자
  • 승인 2014.11.03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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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학대피해아동쉼터’ 전무…개설 절실
▲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대사 jk타이거, 윤미래 부부

안방의 범죄를 피해 집을 나온 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제시의 경우 해마다 피해 아동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피해아동쉼터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0세부터 18세까지 학대피해아동을 긴급(일시) 보호할 수 있는 쉼터로 경남 내 창원과 진주 두 곳만 있다.

3일 거제 아동전문보호기관에 따르면 거제의 학대피해아동 판정건수는 2012년 41건에서 2013년 51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3일 기준으로 78건(신고 85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추세고 경남도내에서 4번째로 많다.

아동학대 유형은 신체를 학대받는 동시에 공포감이 발생해 정서적 학대로 이어지는 등 주로 중복형태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지난해 신체+정서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이 7건, 신체+정서+방임이 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일까지 올해 판정된 학대유형건수는 정서학대가 27건, 신체+정서 19건, 방임 10건 등 정서적인 학대가 주를 이뤘다.

문제는 거제에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단 한 곳도 없어 가정 내 각종 학대로 인해 격리된 아동들을 2시간 거리인 인근 창원이나 진주까지 이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10월 초 거제아동상담원은 생후 10개월의 여아가 장승포동 소재 유흥업소에서 방임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여아는 할머니가 일하는 유흥업소에서 밤마다 지내고 있었던 것.

특히 이날 밤 10시경 격리된 여아는 거제에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없어 차로 2시간을 달려 창원소재 아동쉼터에 맡겨졌다. 2명의 상담원은 우는 여아를 달래면서 심야 시간에 먼 거리를 가느라 고충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학대피해아동을 비롯한 담당 상담원도 먼 거리를 오가며 운전하는 등 안전에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중순 경찰서, 교육청, 교수, 의료계, 보육, 지자체 공무원, 아동위원 등 아동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운영위원회를 가진 결과 학대피해아동쉼터 개설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들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해 활용도가 낮은 빈 건물을 학대피해아동쉼터로 사용하고 시민후원과 지자체의 도움을 받는다면 운영하는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운영위원회관계자는 “아동학대는 장기간 음지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아동들은 정서발달 과정에서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평생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다”면서 “이 때문에 피해아동들은 안전하게 가해자와 떨어져 지내며 상담 등을 받으며 치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거제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제아동보호상담원 허정원씨(여)는 “거제에 학대피해아동쉼터가 없어 타 지역으로 맡겨진 아동 및 학생들은 잠시 학교를 가지 않거나 친구와 떨어져 있는 등 정서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급증하고 있는 거제 내 아동학대 신고건수로 그만큼 보호해야 할 아동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대피해아동의 신속하고 안전한 보호를 위해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통상 수용인원이 5명에서 10명으로 평균 입소기간이 15일 내외다. 화장실 및 목욕실 2곳 이상을 갖춘 25평 이상의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에서 0세부터 18세까지 보호가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최소 4명의 보육교사가 2교대 체제로 24시간 보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제시는 예산문제로 학대피해아동쉼터 개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전문 인력과 운영비 등 필요한 예산이 없어 학대피해아동쉼터가 필요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설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 아동보육시설인 성지원, 성로원 시설 내 학대피해아동쉼터 마련을 위해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동복지관련 올해 책정된 시 예산은 총예산의 0.75% 수준인 45억 여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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