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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갈곳 없는 아이들의 보금자리 ‘콩이네집’을 아십니까?
(삶의 향기)갈곳 없는 아이들의 보금자리 ‘콩이네집’을 아십니까?
  • 원용태 기자
  • 승인 2014.01.23 15: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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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자매를 보살피는 세 이모 이야기

*읽기에 앞서-그룹홈 아이들의 가정사 및 사진게재는 어린친구들의 여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에 원장선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배제하였음을 양해 드립니다- ▲사진(전문표지모델, 그룹홈 아이들과 무관)
거제면 소랑마을에 이모 세 명과 귀여운 다섯 자매가 ‘콩이네집’에서 알콩달콩 하게 살고 있다. 생후 6개월이 지난 갓난아기부터 11살 맏언니 까지 다양하다.

이모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미진 원장(36)선생과 정지현(39)선생, 김민하 선생(27)의 특별한 애기를 들어본다.

이 원장과 정 선생, 김 선생은 수원에 있는 대학에서 사회복지과를 전공했다. 세명의 선생들은 대학 졸업후 경기도 안산의 청소년 그룹홈에서 근무하다 2010년 첫 인연을 맺었다.

이 원장은 다른 두 선생들과 경기도 안산에서 청소년 그룹홈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10월 원장의 고향인 거제면 소랑마을로 내려와 ‘콩이네집’을 시작했다. 이 원장의 사비를 털고 대출을 내어 마련한 보증금 4500만원 으로 15만원 월세를 내는 20평 주택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3월 20일에 설립해 같은 달 30일 인가를 받았다.

그룹홈이란 97년부터 서울시에서 도입한 아동복지제도로서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0세에서 18세)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추어 보호 및 양육서비스를 지원하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다. 또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꿈을 꾸는 전 과정을 함께 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립하거나 혹은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을 돕고 있다. 거제에서는 이 원장과 정 선생이 설립한 ‘콩이네집’ 이라는 그룹홈이 유일하다.

이 원장은 경기도 청소년 그룹홈에서 근무할 때는 입소가 14세부터 19세인 여자아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딱딱한 도시에서 인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후였고, 만 19세에는 자립을 해야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미련을 갖고 있었다. 이후 세 선생은 0세부터 19세 까지 대상을 넓혀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흙을 밟으며 건강하고 곧은 심성을 길러 주고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거제면 소랑마을에 ‘콩이네집’을 계획했다.

이 원장과 정 선생이 처음 내려온 2011년 10월부터 11월 두 달 동안 아이들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거사모(거제를 사랑하는 모임)’ 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장롱, 서랍장, 침대 등 각종 집기류를 구했다. 미혼 여성 두 명이 거제 전 지역을 돌며 용달차를 빌려 직접 운전해 가며 짐을 옮겼다.

2012년 3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7명의 아이들이 ‘콩이네집’ 으로 왔다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부모의 서툰 결정으로 또 다른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도 있게 됐다. ‘콩이네집’은 5~7명의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생활해야만 정부지원이 되기 때문에 설립후 현재까지 지원이 되지 않았다.

이 원장과 정 선생은 그나마 있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어린이집, 학원 선생, 알로에 농장, 핫도그 가게, 횟집 종업원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비를 마련했다. 현재는 학교 관련일을 하고, 김 선생은 ‘콩이네집’에서 갓난아기와 5살, 7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정 선생은 주위 분들이 세심하고 따뜻하게 챙겨준다고 말했다. 옥포에 사는 추모씨(여)는 아이들에게 정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후 몇 일 지나지 않아 ‘콩이네집’에 정수기를 설치해주고 주말에는 직접 와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선생들이 다 미혼이라 갓난 아기를 처음 키우는데 힘이 들지만 고현에 소재한 어머니 모임에서 멀리 있는 소랑마을 까지 찾아와 아기에게 필요한 용품과 잘 키우는 요령들을 가르쳐 주고 가기도 했다. 거제면에서 S횟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남)도 매 달 한 번씩 아이들을 가게로 불러 외식을 시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있다. 이 원장은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용기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생후 일주일인 아기를 시작으로 지난 12월 4명의 아이들이 추가로 들어와 현재 5명의 자매들이 아기자기하게 살고 있다. 정 선생은 “팔불출 같을지 몰라도 사진 보여 드릴께요” 하면서 폰으로 찍은 막내 아기 사진을 여러장 보여주며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이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여태 그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할 정도로 아이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합니다”며 이 원장은 말끝을 흐렸다. 정 선생은 “아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문제는 사회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아이들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됩니다. 어릴때부터 착하게 키우고 인성을 올바르게 심어줘야 합니다” 라고 엄격하게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는 친권이 강합니다. 오히려 친권 때문에 아이들이 억압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맡긴 부모의 상황이 나아 보이지 않는데도 억지로 다시 데려갈 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과연 애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지금 보다 더 힘들어 지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라며 끝까지 돌보지 못하고 아이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 보냈던 때의 일을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2012년 8월 아동복지법에 따라 그룹홈의 면적기준이 기존 20평에서 25평의 규모로 바뀌어서 20평 남짓한 ‘콩이네집’은 2015년 상반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이사를 가야할 실정이다. 아이들도 커가면서 개인공간이 필요하지만 집구하기가 어려워 가장 큰 고민이다.

세 선생들의 목표는 막내 아기가 만 19살이 될 때 까지 보살피는 일명 ‘막둥이 20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미혼인 여자 셋이서 갓난 아기 등을 포함한 5명의 어린 아이들을 돌보기가 쉽지는 않다. 이 원장과 선생들은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지만 아직까진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여러 가지 일을 겸하며 ‘콩이네집’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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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축복 2014-01-29 14:00:27
정말 훌륭하시네요...사비로 어떻게 그렇게 멋진 일들을 하시는지...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잘 자라주었음 좋겠어요^^

님은 천사 2014-01-24 14:24:57
조만간에 꼭 찾장아 가볼께요. 우리 거제에도이런 분들이 계신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