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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서로가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선거는 끝났다…서로가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3.13 1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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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한다. 오직 승자만이 존재하는 선거판이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전쟁터와 흡사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승자독식’의 논리에서 보면 선거판이 오히려 전쟁터보다 더욱 살벌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도 없이 양쪽 모두가 상처를 입고 갈라서는 휴전도 있다. 하지만 선거는 무조건 승자를 가려야 끝이 난다. 그렇기에 선거에 출전한 후보자들은 죽을 듯 살 듯 오로지 고지를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고지에 깃발을 꼽지 못하는 것도 순전히 본인이 책임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고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명예와 자신의 포부를 펼치기 위해 ‘감투전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당사자들에게는 길고도 짧게 느껴졌을 전쟁은 끝났다. 거제시의 경우 13개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모두 36명의 후보자들이 출전,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경쟁률은 2.76:1을 기록했다. 투표율도 90%를 육박하면서 어떤 선거보다 관심이 높았다.

그 치열함 속에서 결국은 13명의 후보자들만이 승리의 기쁨을 맞보았다. 승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나른함을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패자들에게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어째든 하루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당선자들도 당선의 기쁨에만 취해 있을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선거기간 동안 조합원들과 했던 약속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한다.

한 조직의 장(長)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파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이 현실로 다가옴을 느끼게 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수장의 어깨는 무겁고 가야할 길도 험난하다. 그래서 요구되는 사항과 주문도 많다.

우선 선거기간 동안 상대후보와 조합 구성원들에게 감정의 골이 패였다면 훌훌 메웠으면 한다. 그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조직에 입성하면 자칫 난폭한 ‘점령군’이 되기 십상이다.

점령군 행세를 시작하는 순간, 조직원들은 내편 네 편으로 갈리고, 그 조직은 경직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조직의 창의성과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벌써 어떤 조합은 직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회사 뒤편에 삼삼오오 모여 본인들에게 닥쳐올 내일을 점치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특히 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의 가족이 그 조합에 근무하는 사례가 많은 모양이다. 조합의 이런 구조 탓에 특정 조합원이 특정후보의 선거를 도왔다면 그 후보의 당락에 따라 조합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가족의 ‘운명’도 갈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직이 낙선한 조합의 경우 소위 ‘잘나갔던 직원’들은 밤잠을 설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선거 후유증의 한 단면이다.

이런저런 이해관계를 털어버린 탕평책이 요구되지만 인사권을 거머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번 패인 감정의 골이 쉽사리 메워지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사 또한 말로 쉽게 해결 안 되는 일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조합장들이 개인적 부분은 접고 오직 조합의 발전과 조합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선거로 인해 쌓인 ‘잔해’들은 말끔히 씻어내는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스스로 존재가치 높이는 것이다. 분명 “사람 잘 뽑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화합적 분위기는 그 조직을 살찌우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후보자들 간에 선거기간 동안에 있었던 아픈 상처는 하루빨리 잘 치유해서면 한다. 전쟁터 같은 선거판에서 승자나 패자나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아무려면 승자가 패자보다는 상처의 깊이는 덜할 것이다. 여유도 있다. 그래서 승자가 패자에게 다가가서면 좋겠다. 치고, 받았던 후보자들은 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 온 이웃이다. 창문 열고 고함을 쳐도 들리는 이웃들이 평생을 그렇게 살 수 없지 않는가.

조합원들 간에도 선거기간 동안 서로 지지후보가 달라 갈등했다면 깨끗이 풀고 갔으면 한다. 선거판에서 흔히 하는 말로 “남 벼슬하는데 엉뚱한 사람들이 원수지간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벼슬에 나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제삼자가 이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소주라도 한잔 청하며 묵은 감정을 씻어내는 품을 가져서면 한다. 상대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면 술술 풀릴 것 같다.

오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자들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고 한다. 당선자들 모두가 당선증을 받고 선관위 문턱을 넘는 순간, 선거에 대한 기억들은 ‘망각의 강’에 흘러 보냈으면 좋겠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이 정도는 보여줘야 되지 않겠는가.

리더쉽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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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Geoje 2015-03-19 22:20:50
승자의 여유인가? 과연 이 신문이 거제수협장 선거에 중립을 지켰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습다. 참 같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