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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천 시냇가에서 읊조리다.
고현천 시냇가에서 읊조리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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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제시 중심부를 흐르는 고현천의 정비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고현천은 인구 7만명이 거주하는 도심지를 흐르고 있다. 한때 대천(大川 한내)이라는 명칭에서 의미하듯이 그 하천의 길이나 유역면적이 거제도에서 최고라는 뜻이 아니고, 거제도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하천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계룡산도 가라산보다 높이가 낮지만 예로부터 거제중심지의 명산이라는 의미로 거제도의 진산(鎭山) 또는 주산(主山)이라 불리었다(각종 역사서 기록). 이러한 주천(主川)인 고현천과 주산(主山)인 계룡산이 향후 몇 십 년 후, 거제시 삶의 문화 자연환경의 척도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하천변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심지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미래 환경을 고려한 산천(山川)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야함은, 現 우리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물러줘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다음은 舊신현읍 일대로 유배 온 대표적인 분들을 살펴보자. 1498년 연산4년 무오사화에 연류 된 이윤(李胤)은 고현바닷가로 유배되었고, 무풍정 이총(李摠)은 사사되었다. 1504년 갑자사화 때에는 김세필 홍언충 최숙생 이장곤 권질 안양군 봉안군 이려 유기창 이행 등이 유배 또는 이배되어 왔는데 모두 1506년 중종반정으로 풀려났다.

1519년 기묘사화로는 한충(韓忠)이, 1545년 을사사화의 연장선에 있는 양재역벽서사건으로 정황(丁熿)이 1548년 이배되어 1560년 사망 時까지 유폐되었다. 고현천변 옛 한시작품들은 모두 이 분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이에 약500년 前, 옛 선조들이 고현천변에서 창작한 문학작품을 감상해보면서 옛 정취(情趣)를 느껴 보자.

1) 즉사(卽事) / 이행(李荇) 1506년 作.

1506년 초봄(양력 3월경)에 이배된 이행(李荇)은 거제시 상문동 고현천 상류를 따라 걸으며, 오랜만에 평온한 날을 보내며 읊은 시(詩)이다.

梅花過後杏花初 매화꽃 지려니 살구꽃 피는

是處風光亦自如 거제의 풍광 역시 천연하구나.

竹杖芒鞋生意足 죽장에 짚신 차림으로 살아가기 만족하며

獨臨淸澗數遊魚 홀로 맑은 시냇가에서 물고기 보노라.  

[주] 죽장망혜(竹杖芒鞋) : 대지팡이와 짚신이란 뜻으로, 먼 길을 떠날 때의 아주 간편한 차림새를 이르는 말.

2) 작은 못(小池) 고현천변 / 이행(李荇)

池面劣容斗 작은 못 수면은 겨우 말 통 만큼 작지만

瑩然磨古銅 갈아 놓은 청동 거울처럼 환하여라.

遊魚見眞樂 노니는 물고기에서 참 즐거움 보고

止水悟玄功 고요한 물에서 현묘한 공을 깨닫노라

養竹須新土 대를 기르자니 새 흙이 필요하지만

移蒲帶舊叢 창포를 옮길 적엔 옛 떨기 띠었어라

天時漸炎熱 기후는 점차로 찌는 듯이 더운데

嘯詠一衰翁 도롱이 입고서 길게 시 읊는 늙은이여

못가에 대를 심으려 하니, 땅이 모두 모래와 돌이어서 기름진 흙을 섞어 넣어야 했다(欲於池上種竹 地皆沙石 須用肥土雜之).

[주2] 하처교취소(何處敎吹簫) : 당대 두목(杜牧)이 지은 "이십사교 밝은 달에 옥인은 어느 곳에서 퉁소를 배우시나(二十四橋明月夜, 玉人何處敎吹簫)”라는 구절에서 처음 보인다.
3) 고현천 시냇가에서 절구(絶句)를 읊다(溪上絶句). 운자(韻字)는 입성(入聲) “집(緝)” / 이행(李荇)

古木扶疏溪水急 고목은 우거지고 시내 물살은 급한데

洞門不放遊塵入 마을 입구에 티끌 들어와도 내쫓지 못하네.

潛魚出食潭底明 밝은 물속에 먹이 먹으러 고기 나오니

翠鳥飛來磯上立 물총새는 날아와서 물가 바위에 서도다.

시냇물은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올바른 것이다. 시냇물이 흘러가지 못하면 그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며, 바르지 못한 것이다. 상류에서 내려 온 각종 부유물이 마을 입구를 막아도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인생이다. 선생은 이 절구 한편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고정시켜놓고 자신의 지난 인생과 현재 상황을 읊조린다. 정도(正道)를 걷고 있던 많은 사대부는 맑은 물속의 물고기로, 물총새는 갑자사화를 일으킨 연산군의 폭정을 비유하니, 이는 곧 자연의 정경과 시인의 정서가 하나로 통합되는 표현방법이다.

아래 한시는 현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내면화하고 있다. 이는 시적화자가 주어진 상황을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시적화자이자 작가가 현실에서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4) 고현천 시냇가에서 홀로 시를 읊다(溪上獨詠). / 이행(李荇)

飮有淸泉食有蔬 맑은 샘물을 마시고 나물 뜯어 먹으니

洞門重鎖是仙居 동문이 겹겹이 닫혀 신선이 사는 곳일세.

古松障日何妨偃 늙은 솔이 해 가리니 구불텅한들 어떠리

細草如氈不遣鋤 가는 풀 융단과 같아 김을 매지 않노라.

獨嗅石蒲兼賞竹 홀로 돌창포 냄새 맡고 대를 완상하고

靜聽山鳥更觀魚 고요히 산새 소리 듣고 물고기 구경한다.

百年得失眞兒戱 인생 백 년 득실은 참으로 아이 장난같이

一笑悠悠莫問渠 유유히 한 번 웃을 뿐 물어 무엇하리요.

[주] 동문(洞門) : 동천(洞天)의 사전적 의미는 경치가 빼어나 신선이 노닐 만큼 풍광이 좋은 곳을 이른다. 동문(洞門)은 이곳을 드나드는 출입구이다. 동천(洞天), 동문(洞門)은 도교적 용어로 도교에서 신선 또는 은자가 사는 곳을 동천(洞天)이라 부른다. 여기서는 고현천 상류 운문폭포(문동폭포)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칭하며, 선경과 같이 수려한 지상낙원을 뜻하기도 한다.

5) 고현천 시냇가에서 비를 만나, 2수(溪上遇雨 二首) / 이행(李荇)

溪風吹雨政霏微 시냇가 바람이 불어 빗줄기 흩뿌리니

綠竹靑蒲相發揮 푸릇푸릇한 대와 창포가 생기를 띠누나.

濕盡弊袍都不管 낡은 도포 다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曳筇吟得小詩歸 지팡이 끌고 짧은 시 읊으며 돌아오노라

細草萋萋一徑微 가는 풀 우거진 새로 희미한 한 가닥 길,

俗塵從此莫須揮 세속 티끌 예서부턴 털어 버릴 필요 없어라

半邊飛雨前山暗 하늘 반쪽 뿌리는 비에 앞산이 어둑하니

不是騷人興盡歸 시인이 흥이 다해서 돌아가는 건 아니라네.

6) 계상부(溪上賦). 고현천 시냇가에서.. / 이행(李荇)

덕수자(이행)가 우매한 탓에 죄의 그물에 걸리었구나. 세 해 동안 세 번 귀양지 옮겨 해도(거제도)에 묶인 신세가 되었어라. 가시 담으로 집을 둘러치고 두억시니(도깨비)와 이웃하여 사노니 작은 오두막은 서까래가 낮아 하늘이라곤 한 치도 뵈지 않지, 낮에는 양을 치는 겨를에 시냇가에서 몸을 쉬노라니 맑은 물 굽었다 곧게 흐르고 늙은 나무 이리저리 가지 뻗었네. 굽어보니 노니는 물고기 즐길 만하고 우러러보니 나는 새들 몹시 좋아라. 저 짐승들은 저마다 깃들 곳 있건만, 아~ 이내 몸은 홀로서 적막하니 그만이로다.

선행도 반드시 좋은 보답을 못 받고 충성도 반드시 뜻을 펴지는 못하느니 [⁑신(信) 자는 평성(平聲)으로 읽어야 한다.] 가의가 통곡함이여~ 굴원은 물에 빠져 죽었도다. 예로부터 모두 그러하거니 지금 세상에 무엇하려 서운해 하리오. 그저 한가로이 노닐면서 애오라지 인생을 마치면 그만이지.  德水子戇愚 罹於罪辜 三年而三遷 海島乎幽拘 枳棘之爲圍 魑魅之與依 矮屋低椽 不見寸天 晝則牧羊之暇 休于溪之上 淸流曲直兮 古木背向 俯之而遊魚可樂兮 仰之而翔禽可尙 維彼生兮各有託 嗟我人兮獨寥廓 已矣夫 善未必售兮 忠未必信 賈生痛哭兮 屈子沈身 自古而皆然兮 亦何憾於今之世 優哉遊哉 聊以卒歲

[주] 덕수자(德水子) : 용재 자신을 가리킨 것으로, 그의 본관이 덕수이므로 이렇게 부른 것이다. 제목에 '부(賦)'라는 것을 붙인 것은 한시의 운율을 염두에 둔 까닭인 듯하다. 감상을 중시하는 부(賦)의 성격을 빌어서, 혼자만의 개별적인 정서를 마음껏 노래하려고 한 의도로 보인다.

7) 석천(石泉). 돌 틈에서 흘러나오는 샘. / 이행(李荇)

玲瓏岩底水 영롱히 흐르는 바위 아래 물

幾歲閉荊榛 몇 해나 가시덤불에 덮이었더냐?

疏鑿雖人力 샘을 판 것은 사람의 힘이지만

虛明亦爾眞 텅 비어 밝은 것은 너의 참된 본성이지.

至平能鑑物 지극히 평정해 사물을 비추고

不畜故無塵 쌓지 않기 때문에 티끌이 없느니

來往時抔飮 오가는 사람 때로 움켜서 마시니

還如太古淳 도리어 순후하던 태곳적과 같아라.

용재 이행의 거제유배 작품에는 유달리 계곡과 산 우물 시내가 많이 등장한다. 산골이 배소인 그는 다른 유배객에 비해 바닷가 풍경은 물론, 생선과 해물을 싫어했으며, 산나물 같은 육지에서 산출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고로 그의 작품에서, 호불호(好不好)를 명백히 읽을 수가 있다.

8) 고현시내 물고기를 낚시하여 작은 못에 놓아주고(釣溪魚 放小池). / 이행(李荇)

이행은 물고기에다 자신을 투영하여 점액(點額)하고픈 물고기로 묘사한다. 풍운의 조화가 생겨나, 복권하고픈 심정을 담았다.

專壑潛魚樂 골짜기 휘저으며 물고기 노는데

盤針香餌沈 낚시에 미끼 꿰어 물속에 넣었지

誤身終坐口 몸 망친 건 미끼 문 입 탓이지만

點額不無心 점액하고픈 마음은 없지가 않으리

得水寧論小 물 얻었으면 어찌 작음을 따지랴만

防虞更要深 우환 막으려면 다시 물이 깊어야지

風雲應有日 풍운의 조화 부릴 날 응당 있으리니

任汝大江潯 그때 큰 강물 속을 마음껏 놀려무나. 

[주] 점액(點額) : 점액은 이마를 석벽(石壁)에 부딪친다는 뜻이다. 용문(龍門)은 황하(黃河)에 있는 물살이 매우 센 여울목으로, 잉어가 이곳을 거슬러 뛰어넘으면 용이 되는데 뛰어넘지 못하면 석벽에 이마를 부딪치고 다시 떨어진다 한다. 여기서는 물고기가 용문에 도전하고픈 뜻이 있을 것이라 하였다.

9) 작은 못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보며(小池觀魚) 고현천 작은 못. / 이행(李荇)

今日知魚樂 오늘 물고기의 즐거움 아노니

洋洋自得朋 발랄하게 스스로 벗을 얻었구나

雖傷石池窄 돌못이 몹시 비좁기는 하지만

幸免雕俎登 다행히 도마에 오르진 않았느니

回首慳雲雨 하늘을 보매 비는 오지 않지만

相濡足斗升 몸을 적시기엔 적은 물로 족해라

逍遙隨所適 가고픈 대로 맘껏 소요하노니

何必北溟鵬 꼭 북명의 붕새라야 좋으리요

[주] 북명(北溟)의 붕새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북해(北海)에 사는 곤(鯤)이란 큰 물고기가 붕새로 화하여 구만 리를 난다고 하였다. 

10) 고현천 시냇가에서 지은 연구(聯句). / 김세필(金世弼)

이달 4일, 홍언방과 더불어 이행을 방문하였다. 함께 시냇가에 나가 물의 근원을 찾던 중 한 곳의 폭포(문동폭포)를 발견하였는데 매우 기묘하고 장관이었다. 서로 탄미하던 끝에 다시 약속하기를, 보름날 이윤 자백(子伯), 최숙생 자진(子眞), 홍언승 대요(大曜), 홍언충 직경(直卿), 공좌(公佐,홍언국) 등 제군들을 이끌고 와서 구경하기로 하고 마침내 함께 연구(聯句)를 지어 약속을 다짐했다.

泉石三生夢 수석의 좋은 풍경 삼생의 꿈일러니

樊籠萬里身 만리 길 떠날 몸이 사로잡혀서

今朝高興引 오늘 아침 높은 흥에 이끌렸네 -공석 김세필

夙昔勝流親 옛부터 좋은 풍류에 친하였도다

竹杖敲蒼壁 죽장끌고 푸른 석벽 두드리고 -군미 홍언방

芒鞋踏細辛 짚신으로 고운 풀을 밟아 여기오니 가노라

曾陰遺伏暑 층층 그늘에 삼복더위가 잊게고녀 -택지 이행

密樹祕遊人 빽빽한 나무 숲에 감춰진 유인(幽人)들

脚戰苔痕澁 다리가 떨리니 이끼 흔적 미끄럽고 -공석 김세필

衣霑水氣新 옷은 물기에 젖어 신선한데

怪禽鳴不見 괴이한 새는 울되 보이진 않네 -군미 홍언방

餘雨洒猶頻 그치려던 비가 오히려 자주 뿌리는데

遇險疲前陟 험한 곳 만나 전진하기 피로하여라. -택지 이행

窮源絶後塵 막다른 물 근원까지 내 발길 닿았는데

列屛崖削立 벼랑은 깎아지른 병풍친 듯 서있네 -공석 김세필

驟雹瀑喧嗔 폭포는 성난 우박처럼 울부짖으니

十丈看橫練 가로 펼친 열 길의 비단을 보는 듯 하네 -군미 홍언방

靑空訝拖紳 푸른 허공에 드리운 띠인가 놀라라

威稜山鬼避 그 세찬 위세에 산새들도 피하네 -택지 이행

壯觀謫仙隣 웅장한 광경에 적선이 이웃한 듯

幽事妨倉卒 그윽한 모임을 창졸간에 방해하네 -공석 김세필

佳期待浹旬 아름다운 기약은 열흘을 기다려야지

窪尊天所假 깊고 높은 것은 자연의 힘 빌린 것이네 -군미 홍언방

廣樂帝還陳 균천광악을 상제가 진(陳)에 돌아오니

翳薈須先剔 무성한 초목을 먼저 베어 버리네 -택지 이행

風流惜久堙 풍류가 없어진 지 오랜 것이 애석하게 여겨

同舟俱邂逅 함께 뱃놀이하여 모두 해후를 즐기네 -공석 김세필

一諾肯逡巡 한 번 만나자는 승락 머뭇거리니

物色回秋序 초목에는 가을빛이 벌써 돌아왔네 -군미 홍언방

關河輾月輪 어려운 여로(旅路)에서 달을 거듭하였으나

更宜携數子 다시금 벗들과 즐김이 좋겠네 -택지 이행

且可答良辰 또한 이 좋은 날 서로 알려줌이 좋을걸세

寂寞頭渾白 적막한 신세 머리털만 쇨테니까 -공석 김세필

艱難意自眞 어려운 세상살이 뜻은 절로 참되거니

詩情從跌宕 질탕한 흥취따라 시정(詩情)이 솟아나네 -군미 홍언방

交道未緇磷 우리의 우정은 결코 변치 않으리라.

尙憶吳門市 오히려 옛날 오문의 저자 생각나네 -택지 이행

終非北海濱 끝내 북해의 물가는 아니로다

乾坤莽牢落 건곤은 아득히 고요만 한데

日暮倚松筠 해 저문 날에 송균(松筠)을 의지해 섰네. -공석 김세필

[주1] 막다른 …… 닿았는데 : 용재 일행이 산속 깊이 들어왔으므로, 이후 누구도 자신들이 온 곳까지 이를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주2] 웅장한 …… 이웃한 듯 : 폭포의 장관을 보러 용재 일행이 온 것을 형용한 것이다.

[주3] 균천광악(鈞天廣樂) : 천상의 음악을 말한다.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이 병이 들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 말하기를, “내가 옥황상제가 있는 곳에 갔는데 심히 즐거웠으며, 신선들과 균천광악을 들었다.” 하였다.

[주4] 오히려 …… 아니로다 : ‘오문(吳門)의 저자’는 한(漢)나라 때 고사(高士) 매복(梅福)이 문지기로 신분을 감추고 은거했던 곳이고, ‘북해의 물가’는 한나라 때 소무(蘇武)가 흉노에 억류되어 숫양을 치던 곳이다. 여기서는, ‘우리는 매복에 비길 만하지 소무와 같은 신세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주5] 송균(松筠) : 소나무와 대나무. 사람의 정절을 지칭하는 말이다.

11) 소요동[逍遙洞]. 거제도에 거제귀양살이 할 때, 마을 소요동에서 이용재(이행), 최충재(최숙생)와 주고받은 시가 매우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질 않다. (洞在海島 時謫巨濟 與李容齋 崔盎齋 唱酬甚多 今多不存) / 이행(李荇), 김세필(金世弼).

愧負溪邊躑躅花(春風) 시냇가 봄바람에 한 수 지으니 철쭉꽃이 부끄러워하고

丹楓更奈九秋何 단풍도 늦가을에 접어들었으니 어쩌랴

遊魚得計潭心靜 노니는 물고기 잠잠하니 못물이 고요하고

蒼壁無蹤雨脚斜 푸른 암벽에 빗줄기가 비켜나가 종적이 없구나

勝事從來難屢挹(前) 즐거운 일은 원래 두 번 하기 어려운건데           

故人何日許重過(有約) 다정한 친구 어느 날 다시 찾아주겠는가

今朝減却靑春色(林) 오늘아침 갑자기 푸른빛이 가시니

雲外懸流不受遮 구름 밖의 폭포수 더욱 뚜렷이 보이네.

택당 왈, (이식 李植 1584~1647, 호 택당澤堂) "이 시는 용재집에 있다(이행李荇 1478(성종9)~1534(중종29)의 문집). 공의 시가 아니고 공에게 준 시이다. 다른 곳에서는 살필 수 없기에 그대로 둔다" 하였다. 제목은 <십일서사>로 되어 있다. 이날 신청담 위에 구름이 걷혔으므로 사흘 동안 놀려고 약속을 하였다. [澤堂曰 此在容齋集中 非公詩 乃贈公詩 他無可考 姑存之云 題云 十日書事 ○是日 刪薈蔚于神淸潭之上 欲成四日之約也]

12) 운문폭(雲門瀑 문동폭포) / 이행(李荇)

石門頟頟 孰開闢之 瀑流虩虩 孰導畫之

우뚝한 저 석문이여~ 그 누가 열어젖혔는가? 콸콸 흐르는 폭포는 그 누가 끌어 놓았는가?

巨靈擘之五丁役 거령이 쪼개고 오정이 일했나니

雲氣拍之龍所宅 구름 기운 부딪치고 용이 깃들도다.

神慳鬼呵肇古昔 태곳적부터 귀신이 아끼고 지킨 곳

霞關霧鎖終不隔 자욱한 놀과 안개도 끝내 감추지 못해

余嬰禍網世共斥 내가 재앙을 만나 세상에 버림받았지만

飽怪富異天或惜 기이한 경치 실컷 보니 하늘이 아낀 건가

欲將名字記岩石 이내 이름을 바위에 새기고자 하노니

百年在後尋吾迹 백 년이라 뒤에 나의 자취를 찾으리라

蒼崖倚天半 반공에 기대어 선 푸른 벼랑

懸瀑空中垂 폭포수가 공중에서 쏟아지누나

白日忽霆掣 대낮에도 갑자기 우레가 울리니

風雲颯在玆 풍운이 문득 여기서 일어나도다

千年閟壯觀 천년토록 장관을 감춰 두었다가

偶許幽人窺 우연히 내가 보도록 허락했는가

恨無謫仙句 적선의 시구 없어 한스럽나니

不減廬山奇 여산폭포만 못하지 않는 것을

[주] 적선(謫仙)의 …… 것을 : 적선은 이백(李白)을 가리킨다. 그가 여산폭포(廬山瀑布)를 바라보며 지은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에, “나는 물줄기 곧장 삼천 척 높이로 쏟아져 내리니, 아마도 은하수가 구천에서 떨어지는가 하여라.[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라는 시구가 절창(絶唱)으로 인구(人口)에 회자된다.

다른 이름들은 모두 해설이 있는데 이것만은 유독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지극히 기이하여 말로 형용할 수 없기 때문이니, 이러한 뜻을 나는 박연폭포(朴淵瀑布) 아래서 터득하였다.

13) 십영(十詠) "최숙생(崔淑生)"이 이행(李荇)의 시(詩)에 화답하여. 1506년 作.

갑자사화로 유배 온 최숙생의 1506년 작품인, '십영(十詠) 최숙생(崔淑生)'은 거제시 상문동 삼룡초등학교로부터 운문폭포 아래 웅덩이 聖心泉(성심천)까지 계곡과 폭포를 노닐다, 그의 지음(知音) '이행(李荇)의 7언 절구'에 화답하여 쓴 "5언 절구"이다. (1759년 거제부읍지 수록 한시). 최숙생 선생과 함께 거제도에서 귀양살이 한, 지음(知音) 이행선생은 거제도 유배중에도 고현 상문동 주위의 곳곳의 이름을 지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보진당(保眞堂)', 그리고 現 '고자산치'는 당시 '화자현(火者峴)'이라 불리었는데 '고절령(高節嶺)'이라 개칭했으며, 배소 주위 유수(幽邃)한 골짜기를 '소요동(逍遙洞 삼룡초등학교에서 문동저수지 사이)'이라 했다.現 문동저수지의 시내를 '백운계(白雲溪)', 정자는 '세한정(歲寒亭)', 바로 앞에 샘물이 솟는 것을 보고 '성심천(醒心泉)'이라 짓고, 이 샘물에다 직접 작은 못을 만들어 '군자지(君子池)'라 하였으며, 또한 그 아래 정자를 짓고는 이름하여 '차군정(此君亭)'이라 불렀다. 그리고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보니, 푸른 벼랑이 물러서고 드리운 물결은 쏟아져서 굉음을 울리며 부서져 내리는 모습이 마치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듯하여 '운문폭(雲門瀑 문동폭포)'이라 하였다. 폭포수 아래 웅덩이를 '신청담(神淸潭)', 그리고 주위에 평평한 바위들이 있어 휴식할만하다 생각하여 '지족정(止足亭)'이라 명명했다. 이행선생도 아래와 같은 제목의 한시를 전하고 있다.

① 소요동(逍遙洞). 이행(李荇) 和答詩

問君逍遙洞 소요동(逍遙洞)을 묻노니

逍遙幾許遊 그대는 소요동에서 몇 번이나 소요해 놀았던가.

碧山一長嘯 푸른 산에서 한 차례 긴 휘파람 부니,

月白天地秋 달이 맑고 천지도 가을이로다.

② 운문폭(雲門瀑), 문동폭포 / 최숙생(崔淑生)

長釼倚半天(장인의반천) 긴 칼이 공중에 기댄 듯

白日雷雨㒹(백일뢰우전) 맑은 날에 우레와 비 쏟아지네.

始到雲門上(시도운문상) 운문 위에 처음 와서,

分明看飛川(분명간비천) 날아 내리는 냇물을 분명 보았노라.

③ 신청담(神淸潭), 문동폭포 용소 / 최숙생(崔淑生)

淸光襲杖履(청광습장리) 맑은 빛이 지팡이와 신을 덮치고,

晩凉爽衣巾(만량상의건) 늦게 서늘하여 의건이 상쾌하다.

笑語潭底影(소어담저영) 못 밑 그림자에게 웃으며 말하길,

我是塵外人(아시진외인) 나도 진세(塵世, 속세) 밖 사람이라고.

14) 택지(李荇)에게(寄擇之) 고현천(大川)을 거닐며. / 홍언충(洪彦忠)

相携穿翠密 서로 동행하여 푸름 속을 뚫고

古洞得幽豁 옛 마을 그윽한 골짜기에 이르러

仰看佳木稠 우러러 보니, 아름다운 나무가 빽빽하고

俯聽流泉聒 샘이 흐르는 떠들썩한 소리 경청한다네.

因危累成砌 여러 번 위태하여 돌층계를 만들고

經夏蒼苔滑 여름 지나니 푸른 이끼가 미끄러워

山禽毛羽怪 산새들의 깃털이 기이한데

過溪音淸切 시내를 들르니 그 물소리 청절(淸切)하구나

15) 송정(松亭) 고현천변 / 정황(丁熿)

靑松落落下深陰 무성한 푸른 소나무 깊은 그늘 드리우고

東海洋洋中絶島 드넓은 동쪽바다엔 절도가 있네.

北去歸雲挽不留 북으로 돌아가는 구름을 당겨도 머물지 않고

音書無寄長風道 끝없는 바람 길에도 부칠 수 없는 편지네.

16) 고현동의 달밤(夜月) / 정황(丁熿)

초저녁 교교한 달빛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떨림은 내밀한 정신의 심연 속에 빠져든다.

初戴亥山梢 해산의 나뭇가지를 시종 곁눈질하는데

鷄龍窓椅宵 계룡산 통한 창문에 걸린 교목에,

遲遲一更半 지루한 초저녁 상현달이

落落千里遙 천리 멀리서 빼어났구나.

因雨澗生馨 비 내린 계곡은 향기를 품고

得風松動條 바람에 소나무 가지 흔들린다.

淸愁坐不寐 맑은 시름에 앉아 잠 못 드는데

何處敎吹簫 옥인은 어느 곳에서 퉁소를 배우시나?

[주1] 낙락(落落) : 뜻하는 바가 뛰어남. 많은 모양. 속박되지 않는 모양.

[주2] 하처교취소(何處敎吹簫) : 당대 두목(杜牧)이 지은 "이십사교 밝은 달에 옥인은 어느 곳에서 퉁소를 배우시나(二十四橋明月夜, 玉人何處敎吹簫)”라는 구절에서 처음 보인다.

17) 즉흥적으로 짓다(卽事) 二首 고현천 범람 / 정황(丁熿)

동쪽 시내에 넘치는 물 어찌하랴. 들판이 수풀 늪으로 잠기었네. 들어 본 속담에 "가난한 집 아내 손이 크다"네. [ 東川漲如何 原田沒林藪 惟聞諺有之 家貧妻大手 ]

계룡산은 얼마나 높은지. 구름과 비의 형태 가증하다. 봄이 거의 끝날 무렵에 어둑어둑하니 누가 다시 있으리오. [ 鷄龍幾許高 可憎雲雨能 方春欲盡藏 昧昧復誰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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