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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제시립 화장장건립, 시급하다
[기고]거제시립 화장장건립, 시급하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11.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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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민/칼럼니스트
 

인간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죽음을 수습하여 장사 지내고 기리는 의식을 ‘장례(葬禮)’라고 한다. 기원전 4천 년경 고대 사마리아인이 시신을 바구니에 담았는데 이것이 관으로 발전한 것이다. 관에 시신을 넣은 뒤에는 뚜껑에 못질하고 그 위에 커다란 돌을 얹었는데 이것이 비석의 시초다.

동양에서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죽은 자의 희생, 이 두 가지 사상을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화장을 했다. 혼이나 넋은 솟아오르는 불길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티베트에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맹금류에게 던져 준다. 화장을 하기에는 나무가 부족하고 기후가 건조해 시신이 잘 썩지 않는 환경 탓도 있지만 시신을 먹은 독수리가 높이 날면 영혼도 함께 날아올라 부활한다고 여겨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토장(土葬)방식을 선호하는 국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예부터 내 몸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어서 조금도 훼손해서는 안 되며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효도의 출발이라는 믿음을 굳게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 시신을 있는 그대로 땅에 묻어 묘지로 만들어 드리는 것이 돌아가신 후에도 효도를 다하는 것이라며 매장에 의한 장사(葬事)방식을 전통으로 여기게 됐다.

이러한 장례방식은 명당자리에 산소를 쓰면 대대손손 장수하며 집안이 번창할 수 있다는 풍수지리와 결합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아 전국의 괜찮다 싶은 명소에는 어김없이 돈 있는 사람들이나 이름 있는 문중들의 조상묘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널찍한 묘지를 세운 사람들은 묘소주위로 상석, 비석, 향로석, 둘레석등 각종 석물을 설치하여 가문의 위용을 자랑하고 정기적으로 제사를 올리거나 성묘를 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장례문화란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국토면적은 매우 협소하여 매장할 공간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조상을 반듯하게 섬기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묘를 쓸 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산소를 누가 관리하느냐는 것이다. 매년 한번 씩은 벌초를 해 주어야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참여율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이 예초기를 매야 하거나 아니면 전문대행사에 의뢰하여 벌초를 맞기고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매장방식은 이런저런 문제점 외에도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묘지를 쓰는 관습 때문에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자기 땅에 들어선 다른 사람의 묘지로 인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 선진국을 비롯한 각 나라에서는 장례간소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시신을 화장한 후에 골분을 나무 밑에 묻거나 산과 바다에 뿌리는 방식으로 장사를 지냄으로써 마지막 남은 한줌의 재도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아름답게 끝맺음한다는 것이다. 이는 납골당 자체가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어짐에 따라 화장식 장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장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거제에도 수목장, 해양장 등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매장문화라는 낡은 장례관습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화장식 장례문화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우리들의 현재 모습에서 장례간소화의 실현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남들의 얘기처럼 들릴 뿐이다.

거제의 경우, 총사업비 84억 원을 들여 개장한 ‘거제시추모의집’은 화장한 유골 2만3000여기의 봉안시설을 갖춰 거제지역 연 평균 사망자의 30년분을 수용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화장장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반쪽운영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해평균 1.000명 내외가 사망하는 거제의 경우 화장률이 75%에 달하지만 화장장이 없는 거제는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매번 통영시립화장장으로 원정화장을 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격고 있다. 하지만 거제시립화장장을 건립하자고 누구 한명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주민이 기피하는 시설이라고 몸을 사리기 때문인가.

우리는 지금 장례문화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즉 사회지도층에서 이를 먼저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거제는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 있는 지도층들이 중심이 되어 매장문화의 병폐를 척결할 수 있도록 직접 행동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아울러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통영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 예산지원을 놓고 ‘갑론을박’만 할 것이 아니라 거제시가 직접 화장장을 건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도 이를 범사회적인 시립화장장건립 운동으로 전개하여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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